패션이라는 도화지에 복음의 메시지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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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라는 도화지에 복음의 메시지를 그리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12.10 17: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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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브랜드 ‘로이로이서울’ 김서정 대표

교회음악 전공…우연히 들어선 패션업계에서 ‘펄펄’
‘함께하시는 하나님’ 뜻의 ‘로이로이’ 서서히 성장중
사역이라 생각하고 작은 일 충성할 때 하나님 일하셔

로이로이의 김서정 대표.
로이로이의 김서정 대표.

주로 맨투맨 티셔츠를 취급하는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브랜드 ‘로이로이서울(이하 로이로이)’. 창립 3년차를 맞은 ‘로이로이’는 현재 ‘무신사’와 ‘29cm’, ‘네이버 스토어팜’ 등 국내에서 핫한 온라인 스토어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40차례 넘게 백화점 팝업 스토어에 입점하는 등 서서히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승일희망재단과 컴패션, 해피빈 등 ‘좋은 일’을 하는 단체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수익’만이 아닌 이웃사랑이라는 문화 창출에도 나서고 있다.

로이로이를 이끄는 김서정 대표는 삼십대 워킹맘이다. 육아와 경영의 두 가지 역할만 해도 보통 사람이라면 벅찰 텐데 김 대표에게는 또 하나의 직함이 있다. 바로 ‘목사 사모’다. 목사 사모에게 ‘침묵’이라는 덕목을 굴레 삼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감안할 때 김 대표의 행보는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사모이기 전에 크리스천으로서 ‘삶을 통해 예배할 수 있다는 것’을 다음세대에 전하고 싶다는 그를 만나봤다. 


문화를 통한 복음 전파

김 대표의 목표는 삶과 신앙의 일치, 비즈니스와 신앙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 더 나아가 크리스천으로서 좋은 기업을 이루는 것이 그의 꿈이다. 로이로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제품이 세상에서 사랑을 받는 것을 넘어 예수의 제자로서 본이 되고 싶었다. 

“패션이라는 매개체로 삶의 무대에서 예배자로 서고 싶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음세대에게 좋은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삶과 신앙이 일치하지 않는 직장생활로 인해 힘들어합니다. 한 기업이라도 한 회사라도 한 대표라도 그런 환경을 뒷받침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아주 작지만 시작이 되는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로이로이는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뜻한다. 이름처럼 로이로이의 제품에는 복음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슬로건도 ‘Faith, Hope and Love’(믿음, 소망과 사랑)이다.
 
대놓고 드러내지 않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복음적인 철학이 제품에 담긴다. 주 제품군을 맨투맨 티셔츠로 한 것도 메시지 전달에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옷이라는 게 의식주 가운데 하나인만큼 문화를 통한 복음전파에 용이한 도구라고 생각했어요. 옷이라는 도화지에 쓰고 그려서 메시지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프린트가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매체가 맨투맨 티셔츠거든요.”
 

선교는 ‘나중에’ 아니고 ‘지금’

한국컴패션(대표:서정인) 승일희망재단(공동대표:박승일·션) 등 바른 가치관으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들이 로이로이와 김 대표의 비전과 브랜드 가치를 먼저 알아봤다. 컴패션의 홍보대사들이 로이로이의 티셔츠를 입고 공연에 나섰고, 승일희망재단의 ‘루게릭 환우 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모금에 로이로이의 티셔츠가 활용됐다. 김 대표는 이 모든 것이 문화를 통한 복음 전파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김 대표 표현대로 ‘예수 믿는 좋은 사람들’과의 연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는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필리핀 바세코 쓰레기마을에 기부하는 펀딩을 진행했다. 비즈니스적 접근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실제 기여할 수 있는 규모도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선교적’이기에 기꺼이 참여한 일이었다. 김 대표는 선한 일이나 선교적인 일을 ‘나중에’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저더러 선교단체냐고 그래요. 기업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요. 그 말도 맞을 수 있지만 저는 돈 많이 벌어서 헌금만 하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을 통해서 그때 그때 하나님이 보여주시는 모습으로 합력하여 선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라는 말이 맞을 수 있지만 하나님이 당장 요구하시는 일이 있고, 긴급한 일들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이 부르시는 음성이 먼저에요. 이윤이 앞설 수 없습니다.”
 

김 대표는 패션회사 대표를 넘어 다음세대 청년·청소년의 멘토로 활약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패션회사 대표를 넘어 다음세대 청년·청소년의 멘토로 활약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려놓은 후에 길이 열리다

지금은 영락없는 디자이너에 패션회사 대표의 모습이지만 원래 김 대표는 대학에서 교회음악을 전공했다. 목회자의 자녀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모든 예배의 반주를 했고 자연스럽게 전공까지 이어졌다. 

오르간으로 대학 전공까지 마쳤지만 이상하게도 길이 열리지 않았다. 김 대표 스스로도 당시를 회상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정도였다. 

해외 유학을 꿈꿨지만 계속 상황이 허락되지 않았다.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유학길에 오르고 세계무대를 오가는 것을 보며 “저 친구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저의 길이 있다면 알려 달라”고 기도했다.

김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기도가 계속되는 와중에 그는 ‘내려놓음’을 당했다”고 했다. 하나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평생 해왔던 일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포기해야 한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침체돼 있던 와중에 무언가 가슴 뛰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피아노를 전공한 친언니와 함께 ‘클러치 백’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고 공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3살짜리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열심히 움직이다보니 하나님의 부르심이 느껴졌다. 다른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평안과 만족감이 있었다. 일을 할수록 분명해졌다. 장난치듯이 들어선 패션업계에서 뜻하지 않게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패션 전공자도 아니다보니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일을 배우고 있다. 김 대표의 선한 의지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많았다. 음악 할 때와는 정말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그럼에도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더 가까이 느낀다.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하나님이 정말 바쁘시겠다는 점이에요. 왜 그렇게 느끼느냐면 하나님이 과외 선생님처럼 빠르게 한 번만 알려주시거든요. 한번 알려주시고는 ‘알았지?’하고 넘어가듯이 말이죠. 하나님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아등바등 하고 있습니다.”

로이로이의 제품을 착용한 볼빨간사춘기(왼쪽)과 엑소.
로이로이서울의 제품을 착용한 볼빨간사춘기(왼쪽)과 엑소.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

사업을 사역적으로 접근하다보니 뜻하지 않았던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번은 로이로이가 아주 작은 규모의 마켓에 나간 적이 있다. 김 대표 개인적으로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사역이라는 생각에 마지막 손님까지 정성스럽게 응대를 했다. 영업을 마칠 시간이 지나도록 제품을 살까 말까 오래 망설이던 손님에게 제품을 선물로 증정했다. 그런데 그 손님이 유명 백화점의 상품기획자였고 이 일을 계기로 해당 백화점 팝업스토어에 입점하게 됐다. 

“좋은 기회는 거창하고 좋아보이는데서 오는게 아니라 아주 연약해보이는 보잘 것 없는 것에 최선을 다할 때 오더라고요. 좋은 것과 좋아보이는 것은 다릅니다. 보통은 크고 화려한 것에서 기회를 잡으려고 하죠. 하나님은 이 일을 통해 작은 것에 충성해야 함을 알려주셨습니다.”

이뿐이 아니다. 해마다 개최하는 ‘로이로이데이’라는 문화행사에서는 자신들의 브랜드가 아닌 참석한 다른 브랜드와 아티스트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섬기는데 힘을 기울인다. 정작 점심 메뉴에 물을 줄 것인가를 두고 고민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하나님은 그럴 때마다 새로운 길을 열어주셨다. 국내 유명 스토어에 입점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도,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할 기회 등이 열린 것도 이런 순간에서였다. 그때마다 김 대표와 직원들은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며 함께 울고 웃었다.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는 말처럼 우리 것을 먼저 챙기려하지 않고 하나님 마음으로 섬기려고 할 때 하나님이 더 좋은 것을 상상도 못할 정도로 채우시는 것을 봤습니다. 앞으로도 이 마음은 ‘로이로이’가 나아갈 방향이 될 것입니다.”

김 대표는 단 하루를 살아도 사명을 감당하는 삶을 살아가겠다는 각오다. 특별히 사업뿐 아니라 청년·청소년의 멘토로서 더 많은 일들을 감당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음세대와 소통하고, 복음이 확장될 수 있도록 가진 역량을 다 쏟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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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연 2019-12-12 06:16:19
좋은 기사 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