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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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김장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9.12.0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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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 겨우내 먹기 위하여 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담그는 일, 또는 그렇게 담근 김치.

부천성만교회 이찬용 담임목사.
부천성만교회 이찬용 담임목사.

이번 주 목요일과 금요일, 1000포기 넘는 김장을 했습니다. 1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달려드니 그 많은 김치도 오전이면 끝나더라구요. 김장하는 인원 중에 고2 남학생 두 명이 보였습니다. 

“아니~ 오늘 학교 안 갔니?” 

“아니오~”

 “근데 웬일로 교회에 있어?”

 “오늘 김장하는데, 남자들이 좀 부족하다고 해서 조퇴하고 왔습니다.”

 “아니~ 그래도 수업은 빠지면 안 되지~”

 “지금은요, 수업보다는 자율학습을 많이 하구요, 이거 끝나고 공부 하겠습니다~~” 하며 힘차게 배추를 양념 버무리는 곳에 배달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하루 휴가 내고 나온 성도, 회사를 운영하는 집사는 오늘 휴가라고 하고 금,토,일 아예 회사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학교를 조퇴하고 나온 고등학생, 교회 김장한다고 아예 작정하고 시간을 낸 성도들……. 이러저러한 성도들이 모이니 100명이 훨씬 넘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요? 그거 혼자하면 노동이지만, 여럿이 함께 하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도 축제가 될 수 있답니다. 깔깔거리며 시간은 후딱 지나가고,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좌우간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공동체’,‘가장 힘 있는 공동체’가 교회라는 말이 맞는 걸 확증하는 순간이기도 했구요.

점심 때 쯤 김장 끝나고 시루떡과, 배춧국, 안수집사님들이 찬조해 주신 삼겹살, 보쌈 한상이 멋지게 차려졌습니다. 아무리 맛난 음식도 혼자 먹는 게 뭐 그리 맛나겠습니까? 이렇게 다함께 먹는 음식 하나하나가 얼마나 맛나던지요? 

제 앞에 이종수 집사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 어머니가 부여에서 밤농사를 짓는데, 늘 우리 교회 보고 놀러 오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나기도 하구요. 올해는 내려가서 밤 한번 주워 보니까~~ 고것도 재미지더라구요. 이종수 집사에게 말했습니다. 

“내년 밤 주울 때는 청년부, 사랑부, 우리 장로님 부부들, 갱년기 여자 성도들, 안수집사님들, 교사들 이렇게 가려구요. 이종수 집사 밤 농장이 우리 교회 놀이터가 될 것 같은데 괜찮죠?”
“그럼요~ 목사님~~ 어머니가 얼마든지 환영하실 겁니다. 저희 집에서 머무셔도 되고, 집 앞에 바로 글램핑 장도 있습니다~”

여럿이 모여 부여에서 하루 동안 밤도 줍고, 별을 헤며 같이 밤을 구워 먹기도, 하늘을 보기도 하면서 함께 어울렸던 1박 2일의 여정이 김장 끝에 또 생각이 나더라니까요~~

교회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공동체입니다. ‘진지한 신앙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공동체 말입니다. 김장 1000포기요? 그 까이 꺼 인해전술로 기냥 쓰~윽 해치워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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