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인간’과 선을 넘는 성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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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글인간’과 선을 넘는 성탄
  • 김종생 목사
  • 승인 2019.11.2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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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생 목사/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 상임이사

‘가성비’ ‘워라밸’ ‘소확행’ 등 트렌드 키워드를 선보이며 매년 놀라운 적중률(?)을 자랑해 온 김난도 교수팀의 ‘트렌드 예측의 교과서’ 2020 ‘트렌드 코리아’가 출간되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2020년 개인의 변화로 ‘업글인간’을 트렌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업글’은 업그레이드의 준말인데 ‘한 단계 높이다’라는 뜻이다.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어제보다 나은 나를 지향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성향을 이르는 말이다.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자기 계발형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타인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는 단순한 스펙이 아니라, 삶 전체의 커리어를 관리해나감으로써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 것에 관심을 둔다.

그동안 우리는 성공을 목표로 하여 타인과의 ‘경쟁’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업글인간’은 타인과의 비교나 경쟁보다는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가치개념이다. 따라서 ‘업글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건강과 여가와 능력이고, 이를 몸과 취미와 지식의 성장을 통해 달성하는 것이다.

첫째 ‘몸의 업그레이드’다. 사람들이 웰빙과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어제보다 더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추구하고 있다. 둘째 ‘취미의 업그레이드’다. 새로운 나의 관심사를 발견하고 취미로 인해 생긴 새로운 경험들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다. 현대인들은 직접 찾으면서 나의 소중한 취미, 혹은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셋째 ‘지식의 업그레이드’다. 지식을 중점으로 나오는 책들도 증가하고 있으며, 독서모임을 참여하며 지식을 성장시키고 있다. 대림절에 성공에서 성장으로 성장에서 성숙함으로 ‘업글인간’을 소망해 본다.

종교개혁 500주년도 지나고 3.1운동 100주년도 지나고 2020년이라는 새해를 맞이하는 한국교회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성찰해 가야하는지 반추해보고 싶다. 그동안 우리는 교회성장의 사명을 지상명령으로 알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교회성장의 멈춤 앞에 생존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그로 인해 자립교회들은 선교와 봉사의 영역을 줄이는 긴축재정을, 미자립교회들은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의 고육지책으로 택시운전과 택배기사 등의 이중직을 선택하고 있다. 목회자와 교회의 역량을 길러야 다가온 추위의 긴 터널을 지나갈 수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세속적인 성장신화와 내분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일한 형제교회들 간에 도토리 키재기 식의 경쟁으로 소모전을 치르고, 교단 간 정치와 신학의 차이와 교회의 서로 다른 가치 경쟁은 우리들에게 아무런 유익을 주지 못한다. 교회는 기본적으로 선교적이다. 여기서 선교는 선을 넘는 것을 말한다. 유대인이 유대인의 선을 넘어 이방인에게로 향하고, 자신의 의로움에서 죄인의 회개 영역으로 선을 넘어 오듯 말이다. 교인이 교인의 선을 넘고, 교단이 교단의 선을 넘어서야 한다. 하나님이 그토록 사랑하시는 세상 속 작은 신음소리에 귀 기울이는 교회되기 위하여! 우리 내부의 진검승부는 여기서 끝내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성탄의 계절이 되어야 한다. 어느 은퇴목사의 ‘은퇴유감’이라는 시에 “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닌데, 아직 부르는 곳도 많은데, 오래 있었던 그 자리가 나를 끌어당긴다. 스스로 앞당겨 내려놓았어도, 가슴 한편에 아쉬움이 쌓여, 섭섭함이 되고, 슬픔이 된 것임을 알았다... 아 ,이래서 그랬구나! 놓지 못해 욕먹었던 분들이, 조금이나마 이해되었다”고 고백하듯 내려놓기는 참으로 힘들기에 고귀해 보인다. 지금의 나는 아주 작은 손해를 감수할 수 있을까? 오늘의 나는 약간의 시간과 재정의 고통분담에 선뜻 동참할 수 있을까? 내려놓자고 작아지자고 설교하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지만 이번 성탄절엔 실천해 볼 수 있을까? 그저 부끄러움만 보여 머리를 들 수 없는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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