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먹vs찍먹’…다양성의 시대, 취향도 갈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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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먹vs찍먹’…다양성의 시대, 취향도 갈등으로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11.26 0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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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사회 해법은 없나④ - 문화갈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중국집 요리 ‘탕수육’. 고기에 소스를 부어 먹을지 소스에 고기를 찍어 먹을지는 영원한 난제다. 문제는 이런 자잘한 갈등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적지 않은 갈등비용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중국집 요리 ‘탕수육’. 고기에 소스를 부어 먹을지 소스에 고기를 찍어 먹을지는 영원한 난제다. 문제는 이런 자잘한 갈등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적지 않은 갈등비용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유명한 가수 겸 배우인 최시원 씨의 애완견이 이웃을 물면서 피해자가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 새로운 갈등의 신호탄과도 같았다. 

개를 데리고 외출할 때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고,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며 버티던 사람들도 이제 개와 함께 산책할 때면 주변 사람들 눈치를 봐야하는 시대가 됐다. 입마개가 나쁘다거나 개 키우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 일로 인해 개선된 점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더욱 분명한 점은 당시 온 나라가 개 키우는 사람과 개 키우지 않는 사람으로 갈려 서로 으르렁 대는 것만 같았다는 점이다. 

비단 반려견 문제만이 아니다. 탕수육을 ‘찍어’ 먹을 것인가 ‘부어’ 먹을 것인가의 논쟁은 인터넷상에서나 농담처럼 주고받는 해묵은 놀이거리였지만 이제는 대표적인 취향갈등의 사례가 됐다. 아주 세세한 것까지 취향 따라 편을 가르는 것은 일상이 됐다. 

그 기저에는 조금도 피해보지 않으려는 개인주의의 심화가 자리하고 있다. “나는 조금도 피해보지 않겠다”는 심리가 애 키우는 엄마들을 싸잡아 ‘맘충’으로 만들고 ‘00충’ 같은 각종 유사품을 양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가장 비싼 갈등 비용 ‘혐오’

문제는 이같은 갈등이 ‘맘충’ 사례에서 보이듯이 상대방에 대한 막연한 혐오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정치나 남녀, 세대 갈등이 어퍼컷이라면 취향 갈등은 가벼운 잽 같아서 처음 한두 방 맞을 때는 심각성을 느낄 수 없지만 점점 쌓이면 우리의 일상에 무시 못 할 손상을 일으킬 수있다. 혐오가 일상화 되는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일은 교회 안에도 엄연히 존재한다. 특히 예배 스타일에 대한 취향 갈등은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일상적인 일이다. 어떤 사람은 고교회적이고 형식적인 것을 좋아하고 강조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유분방함 속에서 성령의 더욱 깊은 임재를 체험하기를 원한다. 예배 스타일을 두고 일정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 상당한 심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갈등비용이다. 

교회 외부와의 문화갈등도 무시할 수 없다. 대중문화에 대한 지나친 경계와 동성애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 난민에 대한 배척 모두 문화 충돌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같은 충돌은 단순한 갈등비용의 문제를 넘어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는 지상명령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죄를 용인하라는 것이 아니라 영혼구원의 관점으로 볼 때 잃어버리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정복론적 신학에서 창조신학으로

복음전도를 위해서라도 갈등을 최소화 할 교회적 합의와 계몽이 필요하다. 그동안 교회는 이 부분에 취약점을 보여 왔다. 지나치게 ‘구속신학’에만 무게중심을 뒀기 때문이라고 본다. 교회와 세상,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의 구도를 만들어놓고 교회는 성스럽고 세상은 속되다는 인식을 당연론처럼 펼쳐왔다. 그 결과 정복론적 패러다임이 주를 이뤘고 그것이 십자군 전쟁같은 교회의 흑역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의 무게중심을 ‘창조신학’으로 옮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성결대 윤영훈 교수(신학부)는 “창조신학으로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피조물이기 때문에 기독교가 배타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런 관점은 온 땅이 하나님의 영역이라는 것으로 시작되는 개혁주의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교회 안팎의 이런 문화 갈등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윤 교수는 “모든 갈등은 다름에서 온다. 때로는 사소한 차이가 큰 갈등을 낳기도 한다”며 “갈수록 다원화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는 만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또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큰 그림을 가진 상태에서 각자의 취향을 묶어 분리하는 것이 해결점이 아닌가 싶다. 일차적 충돌을 피하고 그 후에 함께 사는 공존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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