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길 열어주셔서 두 교회가 하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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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길 열어주셔서 두 교회가 하나 됩니다”
  • 부천=이인창 기자
  • 승인 2019.11.26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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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노회 수정교회와 양문교회, 오는 1일 통합감사예배
이전 준비하던 수정교회, 뜻밖의 전화 제안으로 통합추진
무난하게 양 공동의회 가결, “다름을 인정하며 하나될 것”
김태규 목사와 김성진 사모(우측), 이삭 목사와 유미진 사모 내외가 서로의 사역을 위해 축복해주고 있다.
김태규 목사와 김성진 사모(우측), 이삭 목사와 유미진 사모 내외가 서로의 사역을 위해 축복해주고 있다.

일 년 만이다. 조건 없는 교회 통합으로 아름다운 하나 됨을 보여주었던 부천노회 수정교회와 주향한교회. 통합감사예배 이후 수정교회라는 이름 아래 일 년 동안 동거하면서 김태규 담임목사와 교인들은 이제 한 가족과 같은 신앙공동체를 완성해가고 있다.

다시 수정교회를 찾아간 날은 지난 28일, 수정교회가 또 한 번 이웃 교회와 통합하면서 하나 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이다. 일 년 만에 찾아간 수정교회 입구에서 김태규 목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자초지종 설명을 들을 새도 없이 김 목사는 “하나님께서 전혀 생각하지 않은 방법으로 길을 열어주시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수정교회가 같은 노회 양문교회와 통합하기로 결정되기까지 최근 한 달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라는 것이다.

통합 추진은 한 달 전 노회 선배인 이호남 원로목사에게서 온 전화 한통에서 시작됐다. 현재 담임하고 있는 이삭 목사가 12월 말까지 사역하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수정교회와 통합하는 것이 어떠하겠냐는 제안이었다. 200여명 수정교회와 50여명 양문교회가 한 가족이 되는 시작이었다.

양문교회는 종교부지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건축된 건물로, 바로 옆에는 넓은 공원이 인접해있다. 대로와 인접해 있고, 7호선 신중동역까지 가까울 정도로 입지가 좋은 교회이다. 시장 옆에 자리한 수정교회 건물보다 훨씬 잘 지어진 예배당을 가지고 있었다.

“기도하면서 가장 먼저 제가 생각나셨다는 거예요. 일차적으로 수정교회와 통합하는 방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교회 건물을 매각하는 방안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같은 노회에서 건실하게 사역하고 있는 후배 목회자가 맡아주었으면 하셨다는 것입니다.”

김태규 목사는 갑작스런 제안이었지만, 일단 교회 안에서 공식 논의를 진행했다. 결정은 아주 쉬웠다. 수정교회 부지가 조만간 재개발 또는 재건축 지역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인근의 타 교단 교회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수정교회 교인들은 옮겨갈 교회 건물의 이름만 바뀐 것으로만 생각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통합은 일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있는 것. 누구보다 중요한 것은 양문교회 성도들의 뜻이었다.

김태규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양문교회 이삭 담임목사가 사모와 함께 찾아왔다. 양문교회 사임 배경과 성도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이제 40대 초반의 이삭 목사는 5년 간 양문교회를 담임해온 목회자였다.

“우리 교회 성도들이 인원은 적지만 어느 교회보다 충성스런 알곡들입니다. 목회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고, 청년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던 다음세대 목회의 비전을 이루고 싶다는 기도응답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삭 목사는 “조금 시간적 여유를 두고 새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드렸고, 여러 상황들을 만드시는 데 하나님이 개입하시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이삭 목사는 청년시절 ‘태권도선교단’으로 활동하며 복음을 전했던 사역 경험도 다시 살려보고 싶은 뜻도 갖고 있다.

수정교회가 통합 후 이전하게 될 양문교회 예배당 모습
수정교회가 통합 후 이전하게 될 양문교회 예배당 모습

양문교회 공동의회에서는 반대 없이 교회 통합 안건이 가결됐다. 곧이어 한 주 뒤 수정교회도 공동의회를 열어 통합을 결의했다. 양문교회 공동의회에는 김태규 목사가 직접 방문해 교인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변하면서 통합 이후 교회 생활과 사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이삭 목사는 “성도 분들 중에서 아쉬워하고 눈물 흘리는 분들도 계셨지만,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것이니 순종하자고 말씀 드렸다. 다행히 교인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시고, 통합하면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어서 마음이 안심이 된다”고 교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교인 간 하나 됨이 아닐까. 이미 통합을 경험해 본 김태규 목사이지만 앞으로 목회에 대한 두려운 마음도 있다. 하지만 기대하는 마음도 더욱 크다. 전혀 다른 교회환경에서 신앙생활을 해온 교인들이 어느 정도 충돌할 수도 있다. 화학적 융합이 필요한 이유이다. 차이를 공통점으로 만들었던 김태규 목사의 지난 일 년 간의 노하우가 발휘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수정교회 교인들이 일 년 동안 하나 되기 위해 잘 해왔습니다. 우리 양문교회 성도들을 만나서도 서로 이해하고 기관을 중심으로 잘 융화해 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다른 것을 받아들이면 차이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교회 통합 후 일년 동안 지역 내 어르신들을 위한 섬김 사역에 관심이 컸던 수정교회는 더 좋은 입지의 깨끗한 건물에서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전하게 될 양문교회 건물도 깨끗하게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교인들을 성경공부와 중직자 교육프로그램을 하면서 하나 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이날도 김태규 목사와 이삭 목사는 양문교회 예배당을 찾아가 자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이삭 목사는 전도팀을 운영해온 방법과 교회 건물 어느 곳에서 드센 바람이 드는지, 교회 주차장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안 등 알려주고 싶은 것이 많다. 선배 목사는 하나하나 질문해가면서 앞으로 교회 공동체를 위해 후배 목회자의 설명을 세심하게 듣는다. 김성진 사모와 유미진 사모도 끊임없이 대화하며 서로를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태규 목사와 이삭 목사는 12월 1일 통합감사예배를 앞두고 있다. 이제 다른 길을 가야되는 서로를 위해 두 목회자는 기꺼이 축복해 주었다.

“저도 젊을 때 목회를 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쉽지 않은 5년이었을 텐데, 그간 담임목회 경험이 향후 청소년 사역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직 젊기 때문에 비전을 갖고 나아가면 새 사역을 잘 이루어 가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목사님께서 우리 성도들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주시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품어주셨습니다. 좋은 목회자에게 우리 성도님들을 맡길 수 있어 안심이 됩니다. 무엇보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편, 수정교회는 통합 이후 자산의 안정적인 운영과 유지를 위해서 총회 유지재단에 교회 자산을 편입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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