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해명’(4) (Fidei ratio,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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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해명’(4) (Fidei ratio,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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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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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홍 교수의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69

성례는 은혜의 수단이 아니다
츠빙글리는 성례는 은혜를 가져다주는 수단이 아니라고 확실히(fest gegruendet) 믿는다. 은혜는 성령으로부터만 오는 것이기에, 은혜를 주는 성령에게 그 어떤 매체도, 지도자도 필요하지 않다. 성례가 은혜를 준다고 성경은 그 어디서도 말하지 않는다. 성례 전에 이미 성령의 은혜가 임하였고 현존한다. 성례전은 이미 받은 은혜에 대한 공개적 표시이다. 세례를 받기 전에 이미 신앙을 고백한 자가 세례를 받는 것처럼, 이미 은혜로 교회에 받아들여진 아이가 공개적으로 세례식에 임한다. 은혜가 먼저이고, 성례는 그 뒤를 따를 뿐이다. 

보이는 예식이 보이지 않은 하나님의 은혜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성례는 이미 은혜로 교회의 일원이 된 자를 보이는 교회로 연결한다. 그런 맥락에서 교회는 세례식을 경건하게 여긴다. 그러나 세례식이 사람을 깨끗하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제사를 통해 깨끗하게 된다고 믿는 유대교로 돌아가는 잘못이다. 재세례파가 유아세례를 거부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이다. 인간의 공로나 그 어떤 예식이 사람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하나님의 자유로운 택함에 의해 이미 주어지는 은혜가 성례에서 강조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츠빙글리는 재세례파를 이단으로 정죄하며, “그런 선동적 이단과 나는 멀리 있어, 그 어디서든지 받아들이거나, 가르치거나, 변호한 적도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유카리스티아 성찬
츠빙글리는 성찬을 ‘유카리스티아’ 감사의 잔치로 강조한다. ‘신앙 해명“은 성찬을 많은 분량으로 다룬다. 이는 츠빙글리에게 얼마나 성례가 중요한지, 그 시대 가장 논쟁적인 주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믿음의 눈으로 볼 때는 ‘감사를 표함’을 뜻하는 성찬(유카리스티아)에 그리스도의 진정한 몸이 현존함을 믿는다. 그렇다고 이 말은 가톨릭의 화체설이나 루터의 공재설을 인정한다는 말은 아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인간의 죄를 짊어지시고 십자가에서 고통을 당했으며 죽었고,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셨음을 믿고 깨닫고 감사하게 된다는 말이다. 츠빙글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실재 자연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는 말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적하는 하나의 오류이다.” 
 

3가지 반박
츠빙글리는 명쾌하게(sonnenklar) 오류를 반박한다. 첫째, 성경적 근거를 제시하고, 둘째, 잘못된 주장을 반박하며, 셋째, 자신과 같은 입장을 견지했던 고대 학자들을 소개한다. 그런데 갑자기 츠빙글리는 창조의 영이신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린다. 당시 성찬의 논쟁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던지를 잘 보여준다. 

“창조의 영, 하나님이여! 함께 하셔서 당신의 종들에게 성찬의 의미를 밝히 깨닫게 하소서. 당신의 은혜와 빛(진리)으로 당신이 지으신 마음을 가득 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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