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대표’ 되고 싶은 3개 보수연합기관…교회 안팎의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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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대표’ 되고 싶은 3개 보수연합기관…교회 안팎의 평가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11.19 0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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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총회 앞둔 한국교회 연합기관들 지난 1년 돌아보니…
노이즈 마케팅 ‘한기총’, 색깔 불분명 ‘한교총’, 생존 위기 ‘한교연’
사진은 지난 7월 한국교회 주요 12개 교단장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모습. 이 만남 역시 한교총이 성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대통령을 만난 교단장들은 아직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대부분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됐다.
사진은 지난 7월 한국교회 주요 12개 교단장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모습. 이 만남 역시 한교총이 성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대통령을 만난 교단장들은 아직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대부분 새로운 인물들로 교체됐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이승희·박종철·김성복 목사)이 법인을 설립하면서 구축된 한국교회 ‘4개 연합기관 체제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에큐메니칼 성격을 분명히 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제외하고 한기총-한교연-한교총 모두 보수 기독교단체를 표방하고 있다. 한기총이라는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연합기관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보수연합기관들의 지난 1년 간 활동을 돌아보면서 각자가 가진 한계와 과제를 분석해봤다.
 

불편하지만 몸값 치솟는 한기총

먼저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전광훈)가 올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전 씨는 한기총 대표회장이라는 자리를 100% 활용해 광화문의 태극기집회를 주도하며 대정부 비판의 선봉에 섰다. 개신교 내부의 보수세력들은 전 씨의 주장에 동조하며 지지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구심점이 없던 보수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기총이 해내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지금도 청와대 앞에는 철야농성에 참여하기 위한 성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밖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한기총 내부는 여전히 혼란하다. 이단 문제와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 주도권 싸움을 둘러싼 각종 고소고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기총이 타 연합기관과 비교해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 회원권도 현재의 전광훈 씨 체제 하에서는 사실상 행사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기총 직전 대표회장을 지낸 엄기호 목사는 정치를 떠나 이단문제 해결이 급선무다. 인적 청산이 없이 한기총 정상화는 어렵다전 목사의 행보로 볼 때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활동도 어렵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현재 차기 대표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가운데 한국교회총연합에 소속된 국내 대형교단 소속 목회자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전 목사의 행보는 부담스럽지만, 몸값 높아진 한기총 이름을 차지하고 싶은 욕망은 여전해 보인다.


캐스팅 보트 되고 싶은 한교연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권태진 목사)보수를 표방하지만 한기총과는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특히 전국 기도원에서 2차에 걸쳐 나라를 위한 특별기도회를 열고 투쟁보다는 기도로 하나님의 뜻을 구했다. 과거 한기총에서 분리될 당시를 생각하면 규모면에서 많은 부침을 겪었지만 현재는 개신교 단체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면서 생존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현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가 1년 더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내년에는 타 연합기관과의 통합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교연 대표회장을 지낸 한 목회자는 한교연 만큼 이단문제에서 깨끗하고 자유로운 곳이 없다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보수적인 건강한 연합기관을 원한다. 그런 면에서 한교연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전광훈 씨가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직후 한교연과 통합을 추진하며 양측 대표가 만나 통합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결국 이단문제로 다시 틀어지고 말았다. 내년에 한기총의 인적 청산이 이뤄진다면 양 기관 통합의 물꼬가 다시 트일 가능성도 크다.
 

색깔·인지도 약한 한교총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한국교회총연합은 한국교회가 대정부 소통 창구를 구축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지난 712개 교단장의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방문, 지난 88개 교단장의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 오찬 등의 배경에는 한교총이 있었다. 한교총은 태생적으로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사역에 있어서도 필요에 따라 양쪽의 정체성을 유연하게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특성은 한국교회 내에서 한교총의 색깔을 모호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친목단체였던 교단장협 성격이 남아 있는 만큼 한교총이 주도하는 사업이나 대정부 및 대사회 메시지가 기존 단체들에 비해 색깔이 뚜렷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최근 교회 내 일부 보수인사들로부터 한교총은 보수개신교계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한교총 회원 교단 가운데 NCCK와 이중 회원권을 가진 곳들이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간지대에 속해 있는 것이다.

또한 스스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자기 색깔을 찾아가기보다 정부와 유연한 관계 속에서 기독교 대표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최근 발언에 대한 비난도 쏟아진다. 종교 대표성은 스스로 갖는 권위지, 정부가 부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교총 내부에서는 이런 지적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자신들은 기존의 교회 연합기관과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세워졌음을 강조했다. 특히 기존의 개신교 연합기관들은 교단과 단체들을 모아 하나의 목소리를 정부 및 사회에 내는 데 목적이 있었다면, 한교총은 회원 교단들이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교단차원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을 감당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3.1NCCK와 연합해 100주년 기념예배를 드리며 모처럼 한국교회가 하나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나, 시민사회와 더불어 행사를 개최한 점 등은 한교총이 출범함으로써 가능했던 일로 평가하고 있다. 이밖에 현재 북미관계의 어려움으로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대북 지원 사업의 경우 언제든지 가동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마쳐, 상황만 허락된다면 과거 한기총이 정상 가동 되던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는 게 한교총 내부 판단이다.

그럼에도 공동지도체제의 태생적 한계나 타 연합기관과의 통합 노력 부족, 한기총에 비해 부족한 인지도 등은 한교총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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