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 묻은 추억의 성경책, 새 옷 입혀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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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때 묻은 추억의 성경책, 새 옷 입혀드려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9.11.12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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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낡은 성경책을 새 것처럼 리폼하는 ‘품공방 카페’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해어졌으나 어머니의 무릎 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그때 일을 지금도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어렴풋이 떠올리는 기억 속 어머니의 성경책은 언제나 해진 모습이었다. 성경을 너무 많이 읽어 종이가 너무 너덜너덜해질 즈음이면 어머니는 가죽표지를 뜯어버리고 성경 권별로 종이만 파일에 끼워 가볍게 들고 다니시곤 했다. 아마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이들이라면 다들 부모님의 따스한 미소와 함께 낡은 성경책 한 권이 기억 한 켠에 자리하고 있을 듯하다.

이제 더 이상 어머니의 성경책이 해어졌다고 마음아파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저기 벗겨진 낡은 성경책도 자신만의 독특한 새 성경책으로 탈바꿈한다. 성경책에 담겨 있는 손때 묻은 추억과 애정은 그대로 간직한 채 새 옷을 입는다. 염규성 집사와 김의정 집사 부부가 운영하는 ‘품공방 카페’에서다.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염규성 김의정 집사 부부.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염규성 김의정 집사 부부.

카페가 있을 것이라곤 좀체 예상되지 않는 대구시 상동의 조용한 주택가를 지나다보면 목재에 아로새겨진 품공방 간판이 눈길을 끈다. 빈티지한 느낌의 담장을 따라 정문에 들어서면 염규성 집사가 손수 제작한 목재 테이블이 아기자기하게 마당을 꾸미고 있다. ‘하나님의 따뜻한 품’이라는 뜻을 담은 이름처럼 카페는 포근하게 찾는 이들을 반긴다. (네이버 블로그  https://m.blog.naver.com/ygs5804?suggestAddBuddy=true)

목재 가구로 꾸며진 카페를 찬찬히 둘러보다보면 고급스러운 가죽에 제각각의 개성을 뽐내는 성경책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죽으로 낡은 성경책을 리폼해 새 것으로 재탄생시키는 김의정 집사의 작품들이다. 수명이 다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던 성경책도 김 집사의 손을 거치면 몰라보게 달라져 있다.

리폼을 요청받은 성경책을 수령하면 먼저 상태를 확인하고 기존의 가죽표지를 모두 떼어 낸다. 주로 성경책 제일 앞에 자리하고 있는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부분도 원한다면 새 것으로 교체할 수 있다. 성경 본문이 쓰인 속지 종이도 해어진 정도가 심하다면 보강 작업에 들어간다.

그 다음 단계는 책등이라 불리는 속지의 연결부다. 기존 표지를 떼어내고 나면 오래된 접착제가 덕지덕지 엉겨붙어있다. 성경 표지만 바뀌어도 겉으론 새 것처럼 보일 테지만 김 집사는 속지의 오래된 접착제까지 하나하나 제거하고 새롭게 본드를 칠한다. 책 속에 숨겨져 있어 티도 잘 나지 않고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지만 김 집사는 절대 이 과정을 빼놓지 않는다. 성도들이 아끼는 성경책을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튼튼하게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새롭게 접착제칠을 하고 건조까지 마치면 그 다음이 대망의 표지작업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요청할 때도 있지만 자유롭게 맡기는 경우엔 색깔 선정과 디자인 시안까지 김 집사의 몫이다. 이 모든 작업을 마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주일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이 손수 이뤄지는 터라 웬만한 정성이 아니고는 해내기 힘든 작업이다.

한 사람의 손을 거치지만 같은 결과물은 하나도 없다. 매번 디자인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들이 원하는 이니셜이나 성경 구절, 문구를 새겨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성경책이 탄생한다.

“더 이상 쓸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성경책이 새 단장을 한 것을 보시면 너무들 기뻐하시더라고요. 한 번 이용하신 분들이 주변에 추천을 해주셔서 교회의 한 구역에 소속된 성도들이 모두 찾아오신 일도 있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작업의 가장 큰 기쁨이죠.”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던 오래된 성경책도 김의정 집사의 손을 거치면 새 것으로 재탄생한다.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던 오래된 성경책도 김의정 집사의 손을 거치면 새 것으로 재탄생한다.

사실 염규성 집사 내외가 처음부터 공방과 카페를 운영했던 것은 아니다. 건축회사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염규성 집사에게 카페란 전혀 계획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이어지는 회의와 원치 않는 술자리, 업무의 스트레스는 급격히 염 집사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말았다.

김의정 집사가 가죽 공예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남편이 직장을 다니기 힘들게 되자 뭐라도 배워야겠다 싶어 시작한 것이 바로 가죽공예였다. 일도 잘 맞고 재미도 붙었지만 문제는 종목. 지갑과 가죽을 만들며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일은 영 내키지 않았다. 그때 불현듯 집에 있는 낡은 성경책 한 권이 머릿속을 스쳤다.

“마침 그때쯤 주택으로 이사를 가게 됐어요. 안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집을 오픈하고 싶었는데 이왕이면 카페와 공방을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품공방 카페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하나님의 따뜻한 품’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에 오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품고 싶다는 염규성 김의정 집사. 주민들을 위한 열린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두 사람의 바람이 담긴 품공방 카페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교회와 선교단체의 성경공부 공간으로 활용된다. 성경 리폼도 두 사람에게는 선교다. 성경을 매일같이 사용해 그만큼 빨리 해어질 수밖에 없는 목회자들이 첫 번째 성경 리폼을 맡길 땐 35% 할인된 가격만 받는다.

“사실 요즘은 새 성경책을 사도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살 수 있잖아요. 그런데도 기존에 쓰던 성경책을 리폼하시겠다는 것은 그만큼 그 성경책을 아끼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리폼을 하고 나면 성경을 한 번이라도 더 펴보게 되고 더 열심히 읽게 되죠. 목사님들은 더 힘을 내서 사역과 선교에 임하실 수 있고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 모든 피로가 다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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