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재번역 무엇이 문제인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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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재번역 무엇이 문제인가(끝
  • 승인 2004.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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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흐름에 부응할 ‘성경번역’ 아쉬워

영원한 하나님의 뜻을 간직한 진리의 보고요 계시의 유일한 방편으로서의 성경은 인간의 인식이나 이론의 대상이 아니며 오직 그 자체로서 최고의 권위와 절대적인 해석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성경의 계시는 말과 글이라는 제한된 수단을 통해 인간에게 전달되었으므로 그 역사적 형성과정에서 비롯된 성경언어의 본래 개념을 올바르게 터득하고 그 의미를 정확히 번역한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갈라놓은 시공의 장벽을 제거하여 인류 구속의 역사가 신앙 인격 속에 생생히 되살아 나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1. 합동총회 대책위원회가 제시한 수정안의 허와 실 이미 알려진대로 대책위원회가 수정을 요구한 89곳은 이미 성서공회로부터 77곳은 수정, 나머지 12곳은 재론하여 받기로 쌍방간에 합의된 바가 있다(총보 457~462).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성경을 번역하기로 한 중요한 이유는 성서공회의 개역개정판 성경이 “보수개혁신학에 위배되는 진보적 번역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상 이번 개역 개정판은 개역성경을 99% 그대로 옮긴 것이고 1%도 안되는 부분을 수정했을 뿐이다. 예를 들면 고어와 한자어를 쉬운 말로 고친다든지(약대를 낙타로, 훤화를 소란으로), 국어 맞춤법이 달라진 곳을 수정한다든지 (일찌기를 일찍이, 추숫군을 추수꾼으로), 장애인 기피 용어를 바꾸는 것 등이었다(문둥병을 나병으로, 앉은뱅이는 못 걷는 사람으로). 필자가 대조해 본 바로는 개역성경의 내용 중 특히 신학사상을 좌우할 만큼의 결정적인 수정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만일 개역개정판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개역판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 될 것이다. 개역성경은 단지 번역성경이지 신학서적이 아니며, 아직까지 개역성경이 진보적 번역성경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개역개정판이 진보적으로 번역되었다면 그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사례들을 제시해야 할 것이고 그에 따른 학적인 토론과 검증 절차를 거쳐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총회의 정식 결의와 여론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고 개역개정판에 대한 대책을 위해 조직된 위원회에서 성경을 독자적으로 번역하기로 결의했다는 것은 월권을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성경은 누구든지 번역할 수 있지만 특정 교단 신학교의 몇몇 학자들이 독자적으로 번역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웬지 아쉽고도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해준다.

2. 대한성서공회의 향후 대책 앞서 5회에 걸쳐 지적하였거니와 이번 합동총회대책위원회가 제시한 87곳 중에서 올바르게 지적한 곳은 14곳에 불과하며 대부분(64곳)은 별로 중요치 않거나 굳이 고칠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잘못 지적한 곳만도 11곳이나 되었다. 물론 필자의 판단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원어실력만 있어도 그 적절한 평가는 가능할 것이다.

이번 성서공회에서 새롭게 개정한 번역판(개역개정판)은 그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한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다. 예를 들면 “내일 일은 내일 염려 할 것이요”는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요”(마 6:34)로 올바르게 고쳤고, “동방에서”는 “대적하며”(창 16:12)로 수정하였다. 또한 어려운 한자어들을 쉬운 우리말로 고쳤는데, “개동시”(창 44:3)는 “아침이 밝을 때”, “반일경 지단”(삼상 14:14)은 “반나절 갈이 땅”등이 그것이다. 그밖에도 틀린 능동형, 수동형, 사역형을 비롯하여 틀린 금지와 부정을 바로 잡기도 했고 옛 고어체를 한글 맞춤법 및 표준어 규정에 따라 수정된 곳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신학 사상이나 교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만한 수정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10여 년 전 교단에서 파송했다는 원로 학자를 마치 교단을 대표하는 것으로 계속 고집하는 것이나 침묵하고 있는 다수의 군소교단이나 신학교 학자들을 전적으로 외면하고 무시해 버리는 듯한 소아병적인 태도는 대한성서공회가 하루 속히 시정해야 할 또 하나의 고질병이다. 더욱이 매년마다 성경 판매로 인한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경 번역에 과감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도 성경을 새롭게 번역해야 하겠다는 생각들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3. 맺음말 필자는 개역성경이나 개역개정판이 한국교회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번역 성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 한국교회는 선교 1백여 년 만에 이룩한 기적적인 부흥의 저력들을 한데 모아 새 시대의 흐름에 부응할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 성경 번역에 착수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한국 교회가 모두 공감하고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표준 번역성경을 출간하기 위해서는 성경원어와 신학에 정통하고 신실한 신앙적 인격을 소유한 번역자들을 선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번역사업에 소요되는 모든 재원과 경비들을 아낌없이 후원하고 철저한 번역원칙과 기획을 세우고 알차게 진행시켜야만 한다. 그리고 이 일을 위해서 한국교회가 특별히 합심하여 기도하고 모든 이해관계들을 초월해야만 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 한국 교회에 주어진 최대의 사명이며 최선의 과제이다. 그 일은 곧 바로 이제(hic et nunc) 서둘러 시행되어져야만 할 것이다!

천안대 대학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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