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도 교회도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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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도 교회도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 하태욱 교수
  • 승인 2019.11.1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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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욱 교수/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교육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교회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매우 조심스럽다. 다만, 근대적 교육제도로서 ‘학교’가 가지는 현대적 한계를 비판적으로 접근해 온 입장에서 ‘배움과 성장’이라는 본질을 잃고 신화적으로만 남은 학교의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교회의 새로운 전망을 찾으려는 한국 기독교계에 어떤 시사점이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선 성장주의 근대화를 추구해온 한국사회에서 학교와 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학교교육은 물질적 성장을 사회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보장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해왔다. 즉 베버적 관점에서 개인의 물질적 풍요가 사회적 발전을 가져온다는 관점을 견지하면서 그 교육적 역할에 충실해온 것이 사실이다. 교육의 공공성이나 시민사회적 성숙은 물질적 풍요 속에서 레토릭으로만 남았다. 교회 역시 성장주의 속에서 물신주의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구체화시키거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되었는지 되짚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이 성찰 속에서 학교 중심의 교육과 교회 중심의 신앙에 대한 ‘전환’이 고민될 필요가 있다. 세속적 성공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사회를 향한 생태적 전환을 만들어 낼 교육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사회적 회복탄력성을 만들어낼 교육은 무엇으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신앙적 지향이 어떤 방향으로 향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셋째로 관계 중심의 사고가 요청된다. 근대가 만들어낸 개인주의, 승자독식의 문화를 끊고 소통과 관계를 통한 사회적 그물망을 만들어 냄으로써 새로운 대안이 가능하도록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전근대적 관계를 끊어냄으로써 개인 중심의 근대사회를 지향해왔다. 그러나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에 기반한 것이었기에 필연적으로 양극화와 소외를 동반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들어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마을’이 소환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여기서 호출되는 마을은 단순히 복고적 회귀를 의미하지 않는다. 다만 관계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동체 구현을 위해 교육과 교회가 어떤 전망을 내어놓을 수 있는지 다양한 모색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전환을 만들어내기 위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전통적인학교, 지식 중심의 교육을 넘어 관계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배움과 성장의 공동체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당위적 필요성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학교 없는 사회를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학교의 문제들을 수정하고 향상시키기보다는 ‘사회적 기업가’ 정신으로 새로운 상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교회 역시 전통적인 의미의 예배처를 넘어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기독교적 역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영국에서 최초의 사회적 기업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앤드류 모슨 감리교 목사는 교회 운영에 매달리기 보다는 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욕구를 확인하고 교회의 빈 강당을 플랫폼으로 그 욕구들이 어떻게 풀릴 수 있을 것인지 의논하고 실행에 옮겼다. 이전의 수혜방식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욕구를 실현해낼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를 우리는 사회와 교회의 맥락에 비추어 통합적으로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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