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너와 나, 혐오사회 만든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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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너와 나, 혐오사회 만든 ‘공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11.05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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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자장면을 왜 먹냐? 그 돈이면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든든~하게 먹고 말지!” 요즘 유튜브에서 ‘국밥충’이란 제목의 영상이 업로드 된 지 한 달 만에 조회수 473만회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몰이 중이다. SNS는 물론이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강타한 신조어 국밥충은 평소 음식의 가성비를 중요시 여겨 남에게 무조건 ‘국밥’을 먹으라고 강요·훈수하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이젠 ‘혐오’도 ‘유머’로 포장되는 시대다. 솔직히 말하면 기자도 이 영상을 참 재밌게 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벌레 ‘충’(蟲)자로 표현된 특정인들에 대한 희화화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아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개그를 다큐로 받으면 어떡하느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야 없지만 맘충·개독충·급식충 등 충이란 접미사를 붙인 혐오표현들이 갈수록 사회 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은 분명한 터라 단순히 웃고 넘길 가벼운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 같은 이슈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독일에서는 2017년 ‘네트워크 집행법’을 통과시켜 온라인 플랫폼에 혐오표현 등 위법한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삭제하게 하고, 이를 위반한 기업의 경우 최대 60억의 벌금을 지우도록 했다.

이 밖에도 영국·프랑스 등 적잖은 국가들이 혐오표현의 규제를 법률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도 관련 법안들을 꾸려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

무엇보다 이 같은 혐오전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인식변화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아무리 혐오를 미끼로 한 콘텐츠들이 범람할지라도 수요자가 없으면 양지로 떠오르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에서 혐오 관련 영상이 코미디와 돈벌이의 소재로 전락해 넘쳐나는 현상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일상에서 즐겨 사용하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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