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또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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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놀러오세요”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9.11.0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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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89

“아빠 닮은 사람 만날까봐 그래.” 가정을 가진 큰아이는 매사 조심이 각별하다. 행여 부모 마음이 다칠까 하여 표가 나도록 심기를 감춘다. 그러나 작은 아이는 거침이 없다. 결혼을 재촉하다가 또 다시 들은 말이다. 좀처럼 드러내고 표현하지 못하는 소심함이나, 그러다가 불현듯 들이대던 아버지 성품이 갈수록 내게서 나타난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싫은데 딸아이야 오죽하겠는가마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스승의 교훈처럼 몸가짐에 조심하게 된다. 그나마 이제 혼인날을 잡았으니 가슴시린 옛말이 될 듯싶다. 딸아이 손을 잡고 “그게 우리 집안 내력이야”하고 서로 속없이 웃어넘긴다.

2013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마치 손님을 대하는 듯한 어린 딸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설 때, 충격을 받아서 만든 영화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이다. 그가 직접 소설화하여 책으로도 냈다. 약간의 고의성이 포함되어 태어난 병원에서 아이들이 서로 바뀐다. 그렇게 자기 자식들처럼 키우다가 6년여 만에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며칠씩 서로 바꿔서 정성스레 키워보며 한 가족으로서 익숙해지기를 시도해본다. 그러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나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 모두가 낯설긴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가족이,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아직 갈 길이 멀다”를 영어로 직역하면 ‘I still have a long way to go’이다.  원어민들은 “We still have miles. We still have a ways to go”라고 한다. 부정관사 ‘a’를 사용해도 ‘ways’라고 복수형을 쓴다는 것에 유의하면 된다. 이는 무엇이 이루어지는 데에 시간이 한없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 있기에 “It’s taking forever”라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평화와 통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실존의 지향성이지 목적이 아니다. 거리로 나서면 다 될 것 같아도 절대 그럴 일 없다. 너무 한심하고 무책임한 것 같아도 기독교인은 복음과 기도로 세상을 리드해야 한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땅에 이뤄지는 하나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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