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외로울 때에 주님이 주시는 사랑은 더 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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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외로울 때에 주님이 주시는 사랑은 더 깊습니다”
  • 이인창 손동준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11.05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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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향을 떠난 사람들의 ‘추수감사절’

4백여년 전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 동부 매사추세츠에 도착한다. 11월의 매서운 추위 속에 100여명의 일행 가운데 절반가량이 숨을 거둔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한 해를 버텨낸 이들은 가을 추수를 마친 뒤 감사의 예배를 드린다. 이것이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지키는 추수감사절의 기원이다. 
타향에서는 ‘본토 친척 아비집’에 머물 때보다 감사가 더욱 뼈저리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추수감사절을 맞아 타향살이 중인 이들의 감사를 모아봤다.
<편집자주>



“통일을 위한 하나님의 시간표, 뒤처지지 말아야죠”

17년 전 정착해 이제는 복음통일 운동가로 우뚝서다
통일코리아협동조합 박예영 이사장

4년째 통일코리아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는 박예영 이사장은 17년 전 남한에 정착한 북향민이다. 복음적 평화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박 이사장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동분서주하며 활약했다. 특별히 2019년은 북향민 사업가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기업을 홍보하고 상품을 유통하는 데 힘을 쏟았다. 

지난 10월 31일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곳은 국회였다. 연초부터 기획해 기도로 준비했던 북향민 기업을 위한 특별전시회를 마침내 성사시킨 것이다. 추수감사 절기를 보내는 박 이사장은 기도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연초에 올 한해를 인생의 마지막인 것처럼 살겠다는 생각을 기도로 고백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거룩한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아요. 통일을 위한 하나님의 시간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멈추지 말라는 뜻이었습니다.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였습니다.”

이사장 임기 중 가장 열심히 했던 해지만, 돌이켜보면 낙망했던 시기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희망찼던 한반도 상황이 올해는 급하게 바뀌었다. 사역을 하면서 낙심하는 순간들이 번번이 찾아왔다. “많이 힘들었죠. 하지만 믿음의 선진들은 어려운 순간에도 그냥 복음을 위해 살았잖아요.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귀한 가치를 깨달았습니다.”

특별히 올해 박 이사장은 북향민 오십 가정을 위해 250여명 조합원들의 정성을 모아 생활물품을 후원했던 보람이 컸다. 사실 물품지원 자체보다 각 가정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한부모 가정에서 겪어야 하는 난관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을 깊게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북향민 가정을 위한 저녁 돌봄센터가 만들었으면 하는 아이디어도 얻었다.  

박 이사장은 ‘2019 북한이탈주민 생산품 특별전시회’가 우여곡절을 넘어 해를 넘기지 않고 성사된 것에 감사했다. 개최장소, 예산 등으로 어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여야 4당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이 후원할 정도로 성황리에 개최됐다. 

“북향민 사업가들을 만나면 우리 사회에서 수혜자가 아니라 이제는 받은 것을 환원하겠다는 의지가 굉장히 강합니다. 이런 사업가들을 부각시키고, 또 그들의 노하우를 알려줄 수 있는 계기를 이번 특별전시회에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향민을 향한 부정적 시선을 바꾸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박 이사장은 통일은 하나님의 시간표대로 간다는 확신이 있다. 그래서 내가 뒤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 열심히 살게 된다고 했다. 지금도 밤에 잠자리에 들면 하나님께서 온갖 아이디어를 주신다. 

“추수의 때, 어려움의 끝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이 인도하고 조명하고 계시는 것을 다시 깨닫고 새 힘을 얻습니다. 세상의 돈과 시스템이 주는 기쁨이 아니라 하나님 안에서 길을 찾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평화의 메신저로 통일을 위해, 북향민을 위해 살아가려고 합니다.”


“고난도 삶의 ‘전환점’으로 바꿔주신 주님께 감사”

힘든 형편에도 주님만 바라보며 기독청년들에게 삶과 신앙의 ‘동기 부여’
한국살이 7년차 외국인 유학생 미카 차발라 

“올 한 해도 낯선 타지에서의 발걸음을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해요. 날마다 고군분투하는 제 삶과 신앙을 통해 더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고 싶습니다. 그게 주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니까요.” 

2013년 스무 살 나이에 머나먼 땅 탄자니아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국비장학생 미카 차발라(Mika Chavala·여의도순복음교회). 훗날 자국에서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그가 견문과 식견을 넓히고자 대한민국에 정착한지도 어느덧 7년째다. 

특히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생애 첫 직장을 얻은 2019년은 그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했다. 올해 초 방영된 TV프로그램 ‘이웃집 찰스’를 통해 소개된 미카의 열정과 성실함을 보고 국내 모 기업이 먼저 러브콜을 보낸 덕분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수개월에 걸친 회사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외국인 근로자로서 힘없는 미카는 상사의 부당지시를 포함한 갑질과 인격모독, 심지어는 비자를 뺏겠다는 말도 안 되는 협박마저 참고 견뎌야 했다. 

무엇보다 “하나님보다 자신을 따르라”던 크리스천 대표의 강압적 행동에 미카는 결국 사직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체류하는 상당수 외국인들이 그러하듯, 하루아침에 취업비자가 소멸되고 생계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막막한 상황이었지만 그에게는 한 치의 망설임이나 두려움도 없었다. 

“아무리 형편이 급해도 돈과 사람을 좇아 일할 수는 없잖아요. 오직 주만 바라볼 때 제 영이 살아나고, 모든 필요가 채워지리라 굳게 믿고 결단했습니다.”

이런 미카의 믿음에 하나님은 신실하게 응답하셨다.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나 각종 찬양집회, 토크콘서트 등에 강사로 초청돼 그때 그때 ‘만나’처럼 재정이 채워진 것.

이에 그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오랜 꿈을 준비하고자 외교적 역량을 쌓는 발판으로, 또 찬양의 은사를 십분 발휘하는 계기로 최근 유튜브 채널 ‘Mika Chavala’와 ‘Young motivators official’을 오픈했다. 전 세계인들에게 자신의 간증과 함께 한국문화와 유학생활을 알리고, 거리 찬양전도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영상들이 주된 콘텐츠다.  

“주님은 제 인생의 ‘고난’을 도리어 ‘터닝 포인트’로 바꿔주셨어요. 그게 제일 큰 감사죠. 직장에서 시련이 없었다면 지금의 새로운 도전도 없었을 테니까요. 물론 세상의 눈으로 보면 저는 신분도 소득도 불안한 상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만 붙들고 살아갈 때 체험하는 기적들을 나눔으로써 국경을 막론하고 오늘날 기독청년들이 꿈과 신앙의 ‘동기’를 얻길 소망해요. 앞으로도 ‘너희가 무엇을 먹든지 마시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는 성경 말씀대로 살고 싶습니다.” 

“당연한 햇빛도 음식도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짧은 한국행…‘사랑 받은 자로서의 정체성’ 느껴
스코틀랜드 유학생 서동준 목사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대학에서 세계 기독교를 공부하고 있는 서동준 목사. 그는 최근 유학생활 1년여 만에 한국을 찾았다. 목사 안수를 받기 위해서다. 모처럼의 한국 생활은 그에게 감사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올해 빼놓을 수 없는 감사거리는 역시 목사 안수식이다. 안수식은 지난 10월 열렸다. 그는 “부족한 종을 신실히 인도하셔서 목사 임직을 받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다”며 그러나 동시에 “감사와 그 은혜에 부응해야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가득했던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한국 방문의 또 하나의 소득은 현재 연구중인 한국 복음주의 연합 운동에 관한 귀한 자료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현대의 자료들은 많은 경우 디지털화가 되어있지 않아 자료를 구하는 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나, 많은 기관들의 도움과 협조 덕에 소기의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서 목사는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개인적으로 하나님과 여러 사람들 앞에서 큰 은혜와 사랑을 입은 시간이었다”며 “이 경험을 통해 다시금 ‘사랑받은 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묵상하며 또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던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가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에딘버러는 일 년 중 대부분이 흐린 날씨다. 최근에는 기온까지 부쩍 낮아졌다. 밤이 길고 낮이 짧아지면서 대략 오후 3시~4시면 해가 떨어진다. 서 목사는 “이런 날씨 탓에 많은 유학생들이 우울감을 느끼곤 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맑은 하늘이 고개를 내밀면 서 목사는 무조건 산책을 나간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산책을 즐기는 편이었어요. 여기에서는 해가 빨리 지고 날씨도 좋지 않다보니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또 한 가지 감사는 ‘음식’이다. 직접 음식을 해먹는 일이 많다는 그는 그때마다 당연하게 식사를 챙겨주시던 어머니의 사랑을 깊이 느낀다. 그리고 한식의 소중함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한국행에서 좋아하는 족발을 원 없이 먹고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지난 26일 다시 스코틀랜드로 날아간 그는 “짧은 기간 동안 받은 사랑이 다시 영국으로 돌아온 마음속에 그득하다”며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우리가 언제나 너의 뒤에 있어’라는 메시지를 마음 깊숙이 새기게 해주었던 가족들과, 어수룩한 한 사역자가 걸어 나가는 사역의 여정을 깊이 공감하며 가슴 뜨겁게 격려해준 고향 교회, 그리고 지니고 있던 크고 작은 필요들에 각기 다른 모습들로 반응해준 수많은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받은 사랑은 타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제가 품어야 할 정체성을 되새겨주었습니다. 바로 ‘사랑받은 자’로의 정체성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서 분명히 보여주셨던 ‘하나님의 사랑’과 ‘그 사랑을 받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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