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포트 이래 첫 오케스트라, 캄보디아에 복음을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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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포트 이래 첫 오케스트라, 캄보디아에 복음을 심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11.05 0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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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캄보디아 프놈펜 예수사랑가족교회 송신근 선교사

2008년후 12년째 자선음악회 개최…현지인 반응 뜨거워
신앙과 관계된 고전 클래식 연주, “와서 함께 공연해요”

“12년 동안 포스터만으로 음악회를 홍보했는데, 올해도 만석이었습니다. 금년에는 베토벤 교향곡을 일 년 동안 연습했는데 반응이 뜨거웠어요. 음악학교에 다니는 현지 아이들이 한인 교회 아이들과 함께 연주회에 참여하면서 의미는 더 컸습니다.”

송신근 선교사는 캄보디아에서 첫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매년 자선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송신근 선교사는 캄보디아에서 첫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매년 자선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독재자 폴 포트에 의해 자행된 킬링필드의 아픈 역사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안경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 지식인으로 몰려 학살당했던 역사, 그 가운데 클래식 음악인들도 총탄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래서 베토벤, 하이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어볼 기회가 거의 없다. 송 선교사는 폴 포트 정권 이후 캄보디아 첫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현지에 복음을 심고 있다.

2005년부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인교회 사역을 하고 있는 송신근 선교사(예수사랑가족교회)는 2007년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2008년 이래 해마다 자선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선교지로 파송되기 전까지 국내에서는 지역 목회를 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 목회를 하는 와중에 음대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그러한 준비가 지금 선교지에서 은사로 사용되고 있다. 1980년대 초 용어조차 생소할 때 음악목사가 되겠다는 다짐이 선교지에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처음 프놈펜에 왔을 때 보니 우리 교회 아이들이 악기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는 겁니다. 교회에 아이들을 모으고 악기들을 가르쳤습니다. 하나 둘 악기도 후원받고요. 그렇게 시작해서 일년 동안 작품 2개를 연습해 첫 창단연주회를 열었는데, 좌석을 가득 메웠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실력은 둘째 치고라도 악기부터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국립교향악단은 두고라도 국내에서는 지역마다 있는 시립교향악단조차 없는 캄보디아에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현지 반응은 굉장했다. 포스터만 보고 사람들은 찾아왔다.  

공연을 거듭 하면서 한국에서 찾아와 봉사해주는 성악가도 생겼다. ‘솔리스트’로 참여해 협연하면서 다양한 음악과 연주의 풍성함을 더했다. 첫 창단연주회 때부터 공연수익금은 모두 캄보디아 아동병원과 헤브론병원에 기부하고 있다. 

내년 초 있을 공연을 위해 지금 송 선교사가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공연장소를 대여하고 부족한 악기를 마련하기 위해 재정은 늘 부담이다. 가을 즈음 한국에 나와서 설교를 하고 받은 사례비도 전부 연주회 장소를 마련하고 준비하는 데 쏟는다. 

대다수 선교사들이 그렇지만 송 선교사 역시 개인적으로 넉넉한 형편이 아니다. 세 자녀를 국제학교가 아닌 현지인 학교에 보내야 했고, 통장이 비어본 적도 여러 번이다. 그렇지만 송 선교사는 음악회를 포기한 적은 없다. 

“연주 실력으로만 보면 부족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아이들에게 연주회를 하는 것만으로 성취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의 신앙을 위해,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의미에서 신앙과 관계된 엄선된 클래식 곡만 매번 연주하고 있습니다.”

자선음악회는 포스터만으로 홍보하지만 매년 성황을 이룬다. 사진은 올해 2월 제12회 자선음악회 당시 모습
자선음악회는 포스터만으로 홍보하지만 매년 성황을 이룬다. 사진은 올해 2월 제12회 자선음악회 당시 모습

스트레스 때문이었을까. 2011년 송 선교사는 면역글로불린 결핍증(GYG4)라는 희귀질환을 진단받기도 했다. 중환자실에 입원했지만 병명도 찾지 못해 모두가 곧 죽는다고 할 때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기적처럼 그를 다시 일으키셨다. 절대 과로해서는 안 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음악회를 위해 조심스럽게 활동하고 있다.  

“매번 공연이 끝나면 자리를 뜨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앞으로 나와서 두 손을 꼭잡아주면서 이런 곡을 연주해주어서 고맙다고 하는 현지인 분들도 있습니다. 교향곡을 들어본 적도 없는 분들이 말입니다.”

혹시 필요한 부분이 없냐고 질문했을 때 그는 사람이라고 했다. 여전히 악기는 부족하다. 중고 악기라도 누군가 보내주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 

“팀파니와 콘트라베이스, 첼로는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좋은 악기는 아니지만 사람만 오셔서 함께 해주면 좋겠습니다. 신앙을 가진 분들이 오셔서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쳐 주시고, 연주회도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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