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정치의 기수로 나선 전광훈 목사에 대해 개신교인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조사 결과 대다수가 전 목사의 최근 언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김영주 목사)이 지난 31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 통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크리스챤아카데미 이상철 교수(한신대학교)는 “한국개신교가 혐오와 배제의 매카니즘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극우정치의 배후라는 소문이 우리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며 “우리는 먼저 한국개신교는 진정 극우적인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런 물음과 문제의식에서 본 연구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개신교인 답변을 토대로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의견 △기독교인의 정치참여와 태극기 집회에 대한 의견을 분석했다. 현장에서는 전광훈 목사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입장이 눈길을 끌었다.
‘2019년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조사’에서 전광훈 목사에 대한 것은 ‘문대통령 하야’ 발언에 대한 의견과 전광훈 목사의 최근 언행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 두 가지였다. 문대통령 하야 발언에 대해 71.9% 개신교인이 ‘동의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보통이다/잘 모르겠다’는 19.3%, ‘동의한다’고 답한 비율은 8.8%였다. 50대(12.5%)와 60대(16.2%)에서 ‘동의한다’의 비율이 높았고, 20대 개신교인의 ‘동의하지 않는다’의 비율이 60대(65.9%)보다도 낮은 65.3%로 모든 세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교수는 이 점을 주목하면서 “20대의 ‘보통이다’의 비율은 28.6%로 단연 1위였다”며 “20대 개신교인들이 문재인 정권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전광훈 목사의 최근 언행에 대한 의견은 개신교인 3명 중 2명(64.4%)이 ‘전광훈 목사는 한국교회를 대표하지도 않고 기독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우려가 된다’는 22.2%, ‘다소 지나치나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10.1%, ‘적극 지지한다’는 3.3%였다. 이 교수는 “결론적으로 13.4%의 개신교인들은 전광훈 목사의 언행에 동의를 한다는 이야기이고, 22.2%는 형식과 표현에는 반감이 있으나 심정적으로는 부동층으로 돌아설 수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의 정치참여와 태극기 집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79.5%가 ‘교회 목회자와 교인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창당하여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찬성 5.2%) ‘태극기부대 집회에 기독교인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74.4%가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 교수는 “전광훈 목사에 대해 동의를 보내는 13.4%의 교인들, 기독정당에 5.2% 지지를 보내는 개신교인들의 기세가 어떤 형국을 띄게 될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성질이지만, 태극기와 촛불로 첨예하게 갈린 광장의 양극화 속에서 그들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기세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또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촛불혁명의 동력이 자칫 부정적인 에너지로 전환하여 역풍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며 “지난 10월 3일 개천절 광화문 보수집회는 그것을 보여주는 증상이었다. 그것의 효력이 언제까지이고,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그러한 조짐이 일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게 감지됐다”고 말했다. 발표에 앞서 인사말에 나선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윤길수 이사장은 “오늘 발표되는 내용 가운데 놀랄만한 일들이 있다”며 “개신교인들 수준이 이정도인가 생각할 수도 있고 여러 방면에서 이번 연구조사가 우리의 의식을 전환하는데 있어서나 교회 지도자로서 어떻게 교인들을 이끌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김영주 목사는 “급변하는 이슈 가운데 개신교계에서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고 있는 주제를 선별하여 그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 현황을 조사하여 연구했다”며 “갈등의 실체를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기사연은 앞으로도 이런 조사연구 통해서 우리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 간의 화해 및 상생을 위한 기독교적 가치를 제시하고 변화된 사회적 상황 가운데 개신교와 개신교인이 기여할 방법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는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의뢰로 지난 (주)지앤컴리서치가 지난 7월 8~19일 전국의 20세~69세 개신교인 및 비개신교인 각각 1000명을 대상으로 패널을 활용한 온라인조사 방법으로 실시했다. 표본은 지역과 성, 연령별 인구 기준 비례할당으로 추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