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빙글리의 종교개혁 정신을 계승하는 ‘개혁주의생명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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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빙글리의 종교개혁 정신을 계승하는 ‘개혁주의생명신학’
  • 박찬호 교수
  • 승인 2019.10.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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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칭의 넘어 삶의 변화·사회변혁 주장한 개혁가
무비판적 수용은 시대착오…개혁주의 정신 계승해야

10월 마지막 주는 한국교회가 함께 종교개혁 기념주간으로 지키고 있다. 그런데 올해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개혁주의 신학의 기반을 조성한 츠빙글리의 종교개혁 500주년이기 때문이다. 츠빙글리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며 감추어진 종교개혁자 츠빙글리를 조명하면서, 그의 종교개혁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전문 신학자의 시선에서 조명해본다.<편집자 주>

츠빙글리가 종교개혁을 시작한 그로스뮌스터교회 전경. 사진=주도홍 교수
츠빙글리가 종교개혁을 시작한 그로스뮌스터교회 전경. 사진=주도홍 교수

복음의 자유 강조하며 사회개혁  관심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은 스위스 취리히를 배경으로 이루어졌다. 츠빙글리는 루터와는 달리 칭의론을 그 중심으로 하지 않았으며 복음의 자유를 강조하는 일련의 설교를 통해 취리히 종교개혁을 시작하였다. 츠빙글리의 개혁은 루터와 칼빈에 비해 비교적 짧은 12년 남짓한 시간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츠빙글리의 개혁은 취리히에서의 츠빙글리의 후계자인 하인리히 불링거와 스위스 서쪽 끝 제네바에서의 존 칼빈 등에 의해 계승되어 오늘의 개혁주의신학의 첫 진원지 역할을 하였다.

츠빙글리의 관심은 루터의 관심과 조금 달랐다고 알려져 있다. 루터에게 있어서는 하나님 앞에선 개인의 구원의 문제 즉 칭의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면 츠빙글리에게 있어서는 개인의 문제보다는 복음의 자유를 강조하여 잘못된 사회 문제의 개혁에 대한 관심이 우선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츠빙글리의 강조는 이후의 개혁신학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되었다. 칼빈이 제네바의 종교개혁자가 되기 전 저술한 책의 제목은 ‘세네카의 관용론’이었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용납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젊은 칼빈에게 있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개혁신학은 루터신학에 비해 보다 발전된 사회윤리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츠빙글리의 성찬에 대한 견해는 상징설로 알려져 있다. 이런 츠빙글리의 견해는 나중에 칼빈과 불링거에 의해 영적임재설로 발전하게 되어 개혁신학의 성찬론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상징설로 알려진 츠빙글리의 성찬론은 당시 인문주의자들의 견해를 대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가톨릭교회가 주장하던 화체설에 대한 반대에서 “이것은 내 몸이라”는 말씀을 ‘이것은 내 몸을 상징한다’(signify)라고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츠빙글리는 자신의 성찬에 대한 견해를 조금씩 발전시켜 나갔으며 후대의 영적임재설의 단초가 될 만한 주장들을 후기 저술들 가운데 남기고 있다.

 

츠빙글리와 개혁주의생명신학 7대 실천운동

츠빙글리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며 한국교회는 츠빙글리에게서 무엇을 배워야할까?

첫째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었던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이 오늘 우리 한국교회에도 절실히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이 부분은 개혁주의생명신학의 7대 실천운동 가운데 첫 번째 운동인 신앙운동과 연관이 있다. “성경만이 우리의 신앙과 삶의 유일한 표준”이다. 인간의 말을 하나님의 말씀과 섞으려고 하는 여하한 시도에 대해서도 우리는 반대해야 한다.

물론 이 부분은 건전한 전통에 대한 배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도신경을 비롯한 교회의 신경과 신앙고백을 우리는 존중하여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신경이나 신앙고백도 성경 위에 두어서는 안 된다. 성경은 인간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확신과 함께 끊임없이 성경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자세를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을 통해 배워야할 첫 번째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한국교회가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을 통해 배워야할 것이 있다면 루터의 개인구원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는 좀 더 포괄적인 복음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복음의 가장 중요한 핵심에는 하나님과의 화목이라고 하는 칭의론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복음은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개혁주의생명신학 7대 실천 운동 가운데 ‘하나님나라운동’은 이 부분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우리는 나 혼자 구원받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우리의 신앙과 삶의 모든 영역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주되심을 실현”해야 하는 사명이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생명의 복음을 개인적인 것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 신앙은 필연적으로 공공성을 띠는 것이지 나 혼자 예수 믿고 나 혼자 구원 받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최근 들어 공동체성에 대한 관심이 교회 일각에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데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은 이 부분과 관련하여 당시의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분명한 언급을 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을 오해하면 잘못된 정치참여를 주장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적 무관심이 우리의 신앙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은 교회 안에 있는 성도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마지막 세 번째로 우리가 츠빙글리의 종교개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개혁주의생명신학의 ‘영적생명운동’과 관련이 있다. 루터는 인문주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당시 “근원으로”(ad fontes)라는 인문주의자들의 구호는 종교개혁자들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인문주의의 영향이 독일의 변방이었던 비텐베르크의 루터에게는 미미하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츠빙글리는 당시 동부 스위스의 인문주의자들과 교류하며 상당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인문주의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인간의 이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메마른 신학으로 흐를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츠빙글리는 이들 인문주의자들의 한계를 뛰어 넘어 단지 머리만의 지식이 아니라 영적인 생명이 우선적으로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칼빈도 성령의 신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안타까운 것은 후대의 개혁신학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성령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개혁주의신학의 원류, 스위스 종교개혁

우리가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500년 전의 종교개혁을 기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500년 전의 개혁자들이 했던 것을 그대로 반복하고 따라 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역사를 강조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런 잘못을 범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청교도들을 존경하여 그들이 했던 대로 지금도 우리가 하자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되기 십상이다. 예컨대 츠빙글리에 대해서도 교회 음악에 부정적이었던 츠빙글리가 했던 전례를 따라 교회 음악을 전면적으로 없애고 말씀에만 집중하자고 주장한다면 이는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조롱을 받을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은 당시 가톨릭교회에 의해 이단으로 혐의를 받았다. 개혁자들의 주장이 교회 역사에 유래가 없는 새로운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자들은 초대교회 교부들 특별히 어거스틴의 권위에 호소하며 자신들의 주장이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교회 역사에서도 지지를 받는 주장임을 입증하려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다.

오늘 백석학원과 백석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개혁주의생명신학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개혁주의생명신학은 개혁주의신학을 이어받고자 하는 신학운동이며 거슬러 올라가면 조나단 에드워즈와 청교도들 그리고 칼빈과 루터를 거쳐 초대교회 교부들에게까지 그 신학적 주장이 닿아 있는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개혁교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며 개혁주의신학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취리히에서 시작하였던 츠빙글리를 기쁜 마음으로 만나게 된다.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지금도 말하느니라”(히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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