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많아도 꿰어야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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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많아도 꿰어야 보배다
  • 김학중 목사
  • 승인 2019.10.29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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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꿈의교회

얼마 전 한 후배를 만나서 함께 식사를 했다. 오랜만에 목회 이야기를 떠나서 세상사는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실컷 할 수 있었다. 대화를 마친 뒤에 헤어지려고 하는데, 필자가 한 가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후배의 차가 바뀐 것이었다.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불과 1년 전에 수많은 옵션을 붙여서 차를 샀는데 말이다.

그래서 좋은 차를 산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왜 바꾸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후배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무슨 기능인지도 모르겠고 별로 쓸 일도 없는데, 비싼 세금 내면서 굴릴 필요가 있는가 싶었어요. 그래서 그냥 빨리 팔고 잘 나가고 잘 멈추는 차로 바꾸었습니다.”

후배와 헤어진 뒤에도, 이 말이 필자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옵션이 많아봐야, 적절하게 쓸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윤리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 아무리 나쁜 목적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좋은 의도로 사용되면 좋은 도구가 되지만, 반대로 아무리 좋은 목적을 위해 만들었더라도 나쁜 의도로 사용되면 나쁜 도구가 된다.

대표적인 물건이 드론이다. 드론은 원래 군사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는, 우리가 전혀 볼 수 없었던 곳의 멋진 장면을 촬영한다든지, 사람이 접근하지 못하는 지역에 가서 구조하는 역할을 감당하면서, 좋은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또 이런 것도 있다. 미국의 어떤 아버지는 8살 된 딸이 인적이 드문 길을 따라 혼자 등교해야 하는 것을 걱정했다. 그래서 소녀의 아버지는 딸 뒤에 소형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하늘에 띄웠다. 딸은 혼자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딸의 안전을 살피기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정반대로 때로는 드론이 밉상이 되기도 한다. 앞에서 말한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한국인 관광객 3명이 드론으로 대형 사고를 낼 뻔한 일이 있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두오모’라는 성당 근처에서 드론을 띄웠는데, 경찰이 출동하자 당황해서 그만 드론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자 방향을 잃은 드론은 성당의 첨탑 쪽에 있는 성모상을 지탱하는 케이블과 충돌했다. 자칫하면 성모상을 훼손하고 막대한 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사고를 낸 한국인 관광객 3명은 그 자리에서 체포됐고, 다른 나라의 뉴스에까지 사건이 보도되었다. 더 황당한 것은 사고 낸 사람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애초에 드론을 띄우는 것이 불법인줄 알았다고 한 것이었다. 여기서 사용된 드론은 자신들의 이기적인 목적을 위해서 사용된 ‘나쁜 드론’이다.

이처럼 같은 드론이라도 어떤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유용한 것이라도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효용의 결과는 달라진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회의 제도이다. 회의 제도는 원래, 토론과 합의를 통해 가장 최선의 생각을 도출하기 위한 좋은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가? 정치적 시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아무리 규칙을 만들고 강제성을 부여해도, 머지않아 소용이 없게 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을 쓰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문제이다. 그것을 원래 목적대로 최선의 생각을 도출하는 용도로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쓰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목적과 좋은 기능을 갖고 있더라도, 바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면, 혹은 어떻게 사용되어야 할지 모르는 채로 방치된다면, ‘쓰레기’가 된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지 꿰지 못하면 쓰레기가 된다. 우리 사회에도, 우리 마음에도, 우리 교회에도 이러한 쓰레기가 얼마나 많이 있을까? 바르게 쓰도록 목적과 기능을 다시 한 번 점검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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