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공공성을 생각한다면 ‘오픈소스’가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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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의 공공성을 생각한다면 ‘오픈소스’가 당연하죠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10.28 2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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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티 코치’ 성서유니온 차세대사역코디네이터 박동진 목사
우연히 만든 자료 9천 건 공유…“상업적 목적이었으면 불가능”
내년 미주 파견…장소 상관없이 디지털 자료 제작은 계속된다
박동진 목사가 청소년들에게 큐티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박동진 목사가 청소년들에게 큐티 코칭을 진행하고 있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성경을 읽고 싶지만 마음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만든 자료들을 나누는 목사가 있다. ‘큐티 코치를 자청하며 전국의 청소년들을 만났던 그가 이제는 말씀 운동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현 시대의 권서인으로서 귀하게 쓰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성서유니온의 차세대사역코디네이터 박동진 목사(40)를 만나 그의 사역과 삶에 대해 들어봤다.

 

성경을 쉽게 한 눈에

박 목사의 사역 가운데 가장 눈에 뛰는 것을 꼽으라면 그림 묵상주간 묵상 가이드가 있다. 교회 현장에서 성경 교육에 쓸 만한 이미지들이 별로 없다는 점을 체감한 그는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기로 작정했다. 사역자가 쉽게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설명이 가능한 자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사역의 시초였다. 그가 만든 자료들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각권을 묵상의 관점으로 개관하고 핵심 메시지와 주요 목상 포인트들을 다룬다.

성서유니온에서 6년간 매주 성경 PPT를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사역자들이 원하는 자료가 뭔지 알겠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 성경 마인드맵을 만들었지요. 이 자료는 아는 작가와 의기투합해서 만들고 오픈소스로 공개했는데 지금까지 9천 건이 넘게 공유가 됐어요. 그걸 보면서 사역자들에게 한 장의 그림조차 갈급하다는 것을 더욱 확실하게 느꼈습니다.”

이 작업을 기점으로 성경을 권마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묵상카드를 만들었고, 현재는 성경 66권을 60일 안에 완성할 수 있는 작업이 완료됐다. 이 모두가 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지금도 박 목사의 SNS에는 새로운 성경 묵상 자료를 얻기 위한 방문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그는 자신을 아날로그와 디즈털의 중간세대라며 “SNS의 발달이 자신의 사역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교회에서 예배는 드리지만 말씀에 대해서는 방치된 아이들이 많다”며 “가르쳐보니 아이들도 깊은 말씀 묵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교회에서 예배는 드리지만 말씀에 대해서는 방치된 아이들이 많다”며 “가르쳐보니 아이들도 깊은 말씀 묵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서인이 롤모델

개화기 문서선교의 과정에서 특별히 성경이 민중에게 보급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권서인이 있었다. 188210월 서상륜이 존 로스에 의해 영국성서공회의 권서가 되어 의주와 서울에서 성서를 보급했고 후에 전임 권서제도가 도입되면서 기독교문서 보급에 활용됐다. 박동진 목사는 자신의 롤모델로 이 권서인과 위클리프를 꼽았다.

권서인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선경을 들려주어 각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교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몇 년간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스스로 권서인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직접 찾아가 큐티하는 법을 알려주는 일을 했죠. 또 다른 롤 모델은 종교개혁의 기초를 놓은 선구자 위클리프입니다. 그는 라틴어 성경을 영어로 번역했고 이를 통해 하나님과 인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의 다리를 놓았습니다. 이제는 말씀운동가로서 더 많은 이들에게 성경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그가 말씀 사역에 뛰어들게 되기까지는 목사였던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으로 인해 그는 어릴 적부터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손에 자랐다. 판자촌이 있는 언덕에 할아버지가 시무하시던 교회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는 시시때때로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심방에 따라 나서야 했다.

어떤 집은 연로한 어르신 혼자 누워계시기도 했고, 어떤 집은 원양어선 타던 아버지가 돌아와서 집기를 다 부셔 놓은 흔적이 그대로 있었지요. 그런 집들을 순회하시며 할아버지는 사람들 손을 주물러드리기도 하고 성미를 쌀독에 부어드리기도 했습니다. 엉망진창이 된 집은 직접 정리를 해주셨지요. 그렇게 찾아갔던 집의 주민들을 하루 한 자리에서 만날 날이 있었는데, 바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었어요. 할아버지가 소천하실 때 모인 사람들이 내 진정 사모하는찬양을 함께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런 인생이 가치 있는 인생이구나하고 생각했어요. 그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목사가 됐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찾아가는 할아버지 목사님의 기억이 저를 오늘날의 사역으로 이끌었습니다.”

그는 5년 전부터 일주일에 2회 이상은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큐티 코칭을 했다. 큐티 코칭은 말 그대로 어떻게 성경 묵상을 할 수 있는지 가르치는 일이다. 잠실의 한 교회 학생들로부터 큐티를 어떻게 하는지 알려 달라는 메일을 받고 시작한 것이 릴레이처럼 계속됐다. 그때부터 길거리에서도 교회에서도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면 찾아가 코칭을 했다.

그의 사역을 본 한 선배 목사는 “명의가 되려면 사람들 진맥을 수천 번 만져봐야 한다”며 격려를 보냈고 그렇게 되고자 지금도 말씀으로 사람들의 진맥을 부지런히 잡고 있다.

박 목사가 만든 성경 마인드맵. SNS 상에서 많은 사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박 목사가 만든 성경 마인드맵. SNS 상에서 많은 사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오픈소스엔 리스펙이 필요

박동진 목사 사역의 특징은 오픈소스의 형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 혹은 하드웨어에 대해 제작자의 권리를 지키면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박 목사의 초창기 자료는 프로 작가와 함께 만들었지만 생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언제까지 무료 봉사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필요한 자료는 사진을 찍고 그대로 따라 그려가며 직접 만들었다. 초창기에는 어설플 수밖에 없었다. 당시 작업한 여호수아 1의 경우 뼈다귀 캐릭터, 흔히 졸라맨이라고 부르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이후 차츰차츰 그림 실력이 좋아지고 아이디어도 풍성해졌다. ‘빌립보서를 작업할 즈음엔 좀 더 디테일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제가 이걸로 뭔가 수익을 얻으려고 했다면 더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을 거고 작업이 지체됐을 겁니다. 오픈소스라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하나님께서 선하게 인도하시며 지혜를 주셨지요.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가 움켜쥔 것을 팔아먹고 돈을 벌려고 하니까 정체되는 것 같아요. 폐쇄적이 돼버리죠. 현재 한국교회 내에 많은 세미나들이 그런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풀 패키지를 만들고 강사과정을 만들죠. 그것도 나름의 필요는 있겠지만 제 생각은 하나의 틀 안에서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사람을 만들기보다 이것을 넘어서서 자기의 것을 더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소스만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오픈소스는 쉽게 생각하면 공짜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만드는 사람도 잘 만들어야겠지만 받아쓰는 사람도 성숙함이 필요하다는 게 박 목사의 생각이다. 만든 사람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앞으로도 자신이 만든 자료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은 없다. ‘복음의 공공재로서 선하게 쓰이길 바랄뿐이다.

박 목사가 말씀 묵상 자료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보통 태블릿 피씨를 통해 자료를 만든다.
박 목사가 말씀 묵상 자료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보통 태블릿 피씨를 통해 자료를 만든다.

한편 그는 내년부터 미주 지역에서 성서유니온 사역을 새롭게 시작한다. 그곳에서 미주 한인교회들을 대상으로 한국에서와 같은 사역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온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픈소스를 활용한 말씀 자료 제작은 변함없이 계속된다. 디지털 자료의 특성상 위치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공유가 가능하기 때문에 해외에 있다고 해서 현재의 사역을 멈출 이유가 없다는 게 박 목사의 생각이다.

조금은 다른 길을 가는 그이기에 진로를 두고 고민하는 후배 신학생들에게 들려줄 조언이 있을 것 같았다. 그는 건물이 교회가 아니라 모든 성도가 교회라는 개념을 갖고 그들을 돕기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신학생들은 자신이 이미 많이 알고 있음에도 더 알려고만 하는 것 같다막연하게 세미나에 쫓아다니는 것보다는 이미 배운 것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가르칠까를 연구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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