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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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극한직업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10.2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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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은 코미디 장르에서는 드물게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영화 속 주인공은 잠복근무를 위해 범인들의 집 앞의 치킨 집을 인수한다. 의도치 않게 이들이 파는 치킨은 대박이 난다. 돈이 모이자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가난하지만 경찰로 남을 것이냐 대박집 사장으로 가족들에게 안락함을 줄 것이냐를 두고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진다. 그냥 웃긴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름 정체성에 대해 깊은 고찰을 담고 있어서 관람 후에도 종종 영화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취재를 하다보면 선교사들을 만나거나 직접 현장을 경험할 기회가 많다. 모처럼 한국을 찾은 한 선교사님은 최근 들어 자비량 선교가 대세라고 했다. 그는 이 점이 안타깝다고 했다. '자비량 선교' 하면 보통 바울이 했던 텐트 메이킹을 떠올리는데 여기서 말하는 자비량 선교는 바울의 사역과는 조금 달라보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단기선교 혹은 격려차 방문하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때마다 선교사들은 일종의 가이드역할을 하게 되는데 경우에 따라 선교보다는 관광의 성격을 띠곤 한다는 것. 그런데 일부 선교사들이 여기서 나오는 선교비 혹은 수고비를 마치 돈벌이처럼 생각한다는 얘기였다. 선교는 온데간데없고 한국에서 오는 손님만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고.

처음부터 이러려고 선교지에 오는 사역자는 없다. 그런데 자비량 선교를 명목으로 돈을 쫒다보니 사역은 뒷전이고 돈에 얽매이게 된다는 얘기였다. 웬일인지 낯설지가 않다. 선교사님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선교사들이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본국에서 오는 선교비가 줄어든다고 해도 먹이시는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스스로를 돌아본다. 혹시 본연의 사역에서 멀어져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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