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은 평화의 도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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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은 평화의 도구가 돼야 한다
  • 정성진 목사
  • 승인 2019.10.1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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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나라가 두 동강이 난 것 같다. 광화문에서, 서초동에서 사람들이 정말 구름처럼 모였다. 양 쪽의 주장을 들어보면 광화문에 300만 명이고, 서초동에 200만 명이다. 물론 얼마가 모였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적어도 전 국민의 10%가 매주 이 두 광장에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면 목사는 괴롭다. 관련하여 설교 중에 발언을 하기도 그렇고, 안 할 수도 없다. 안 해도 뭐라 하고, 하면 더 뭐라 한다. 거기에 어느 입장을 들어서 이야기하면 설교 시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모든 사람을 돌보는 목사 입장에서는 정말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다.

그런데 목사로서 바라는 것은 이 땅의 평화이다. 하늘에는 영광이요, 땅에는 평화로 오신 주 예수를 본받아 이 땅에 평화를 심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세상에 휩쓸려서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불의인지를 따질 것이 아니라 정말 이 땅에 평화가 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서라도 정치 문제로 분쟁이 없으면 좋겠다. 교인들끼리 얼굴 붉히며, 막말이 오고가는 상황이 없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 어려운 때에 정치는 정치인들이 책임져 주고, 우리 같은 서민들은 눈앞에 닥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으면 한다. 누가 왕인줄도 몰랐던 요순시대를 기대할 것은 못 되지만 적어도 우리 생계를 내려놓고 정치하겠다고 광장을 오갈 일은 없었으면 한다.

더 바란다면 적어도 교회를 통해서, 목사의 입을 통해서 저주와 폭력의 말들이 그쳤으면 한다. 사랑의 종교라고 하는 기독교에서 소통되는 말들을 보면 때론 섬뜩할 때가 일다. 얼마전 저녁 뉴스를 보다가는 깜짝 놀랐다. 정치 집회를 인도하는 목사께서 욕설을 섞어 쓰며 현 대통령을 향해 저주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나도 그를 보면서 이렇게 폭력이 느껴지는데 교인이나, 또 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그 뉴스를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는지 모르겠다. 아니 적어도 그런 장면을 보고 그 누구도 사랑과 평화의 기독교적 가치를 경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 바란다면 예수의 몸된 교회를 통해서 이 땅에 평화가 선포되고, 교회가 평화의 도구로 쓰였으면 한다. 교회를 통해서 사람들이 두려움과 폭력이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화와 사랑이 느껴졌으면 한다. 이런 날은 성 프란체스코의 평화의 기도가 간절히 생각난다. 청빈의 수도사였던 프란체스코는 평화의 사도로서 심지어 동물들과도 교감을 나누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탈리아 한 산골에서 수도사의 삶을 살았던 그는 오히려 권력을 가졌던 교황들보다 더 큰 영향을 이 세상에 끼쳤다. 그의 고백과 생각을 담은 시는 노래로도 만들어져 젊었을 때 많이 불렀던 기억도 있다.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며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관제로 드림으로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기를 오늘은 기도한다. 교회가 이 세상에 지배자가 아니라 섬기는 자이며, 얻는 자가 아니라 내어 주는 자임을 고백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정말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가져 올 수 있는 평화가 사도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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