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법은 왜 있나 싶었다. 지난달 제104회 통합 정기총회를 보고 든 생각이다. 한 대형교회를 살리기 위한 꼼수는 결국 총대들이 제정한 교단 헌법을 휴지조각으로 전락시켰다. 헌법과 재판국 모두가 전임목사의 아들을 청빙해선 안 된다고 분명한 기준을 제시했지만 수습안은 그 모든 것을 우습게 만들었다.
그런데 헌법을 한 번 뛰어넘고 나니 자신감이라도 붙은 걸까. 이 대형교회의 행보가 남다르다. 이제는 총대들의 결의인 수습안 마저 가소롭다는 듯 가볍게 무시하는 모습이다.
한 달 뒤에 보내야 할 임시당회장을 미리 파송하고 2021년까지 자리를 비우기로 합의한 목사를 설교목사로 세웠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헌법과 총대결의를 짓밟고 지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럴 거면 결의는 또 왜 했나 싶었다.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했을까. 무엇이 그들을 법과 총대 결의마저 나 몰라라 하게 만들었을까. 이렇다 저렇다 항간에 말은 많이 떠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교만에서 나온 실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들 목사가 세워지지 않으면 교회가 혼란스러워 질 거라는 말, 교회 안정을 위해서는 설립자의 리더십을 이어받은 아들 목사가 필요하다는 말, 그 안에 하나님이 역사하실 자리는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길바닥의 돌들로도 능히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시는 분이다. 교회를 세우시고 열매 맺게 하실 분 역시 하나님이시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고 모든 일은 하나님이 하셨다고 고백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크리스천의 신앙이 아니었던가.
‘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하지만 이 구호를 교회에선 뒤집고 싶다. 이곳에서 만큼은 하나님이 먼저, 사람은 나중이다. 한국교회가 하나님만을 온전히 높여드리는 교회로 회복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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