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여러분 ‘화병’에 걸리지 않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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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 ‘화병’에 걸리지 않으셨나요?
  • 송태호 원장
  • 승인 2019.10.16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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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사 송태호의 건강한 삶 ⑮행복한 신앙

40대 초반 여자환자가 며칠째 잠을 못 잔다고 병원을 방문하였다. 혈압도 정상이고 진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해 수면제를 처방했다. 며칠 후 다시 온 그 환자는 불면증은 물론이고 소화불량과 속쓰림까지 생겼다며 우울해했다. 진료실에 나와 마주 앉은 환자는 얼굴에 병색이 가득했고 뭔가 정신이 나가 보였다. 진찰 하면서 넌지시 요즘 별 일 없었냐고 물었더니 당장 두 눈에 눈물이 고인다. 친한 친구에게 돈을 빌려 주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더니 급기야 연락이 끊어진 지 1주일 정도 되었다며 땅이 꺼져라 하고 한숨을 쉬며 눈물을 흘렸다. 마침 대기환자도 없었기에 환자의 말을 차근차근 들어주었다. 

돈을 빌려간 그 친구가 얼마나 친한 친구였는지, 남편은 모르는 그 돈을 저축하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젠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잠도 못자고 음식도 안 들어간다고 했다. 의사선생한테 별 이야기를 다한다고 계면쩍어 하는 환자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했다. 그러나 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싫다며 나에게 처방을 해달라고 했다.

화병( 火病 , Hwa Byung )은 우리나라 의학계에서 처음으로 이름 붙인 병이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화병’이라고 한다. 고부 갈등에 시달리는 중년 여성들이 흔히 호소하는 병이기도 하다. 서양에서는 이 병을 문화 관련 증후군으로 취급한다. 상하가 뚜렷한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갑질’ 에 의해 생기기 때문이다. 가족관계뿐 아니라 사회관계에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이를 적절히 해소 하지 못하고 묵혀 두게 되면 화병이 생긴다. 사회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으로 낙인 찍힌 유명인들의 자살은 화병의 극단적인 결과라 하겠다.

스트레스에 의해 생긴 화병은 소화불량, 불면증, 우울증, 피로, 공황장애 같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뒤척이다 겨우 든 잠에서 깨 벌떡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찬물을 들이키게 되는 것이다. 하루 종일 일을 한다고 하는데 뭘 했는지도 모르겠고, 멍한 상태로 지내다가 분했던 일이 생각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화병이다.

이런 화병을 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자기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속내를 마음껏 털어 놓아도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자기편이 있다면 화병이 생길 가능성은 조금 줄어들게 된다. 임금의 귀가 당나귀 귀처럼 긴 것을 알게 된 복두쟁이(모자를 만드는 사람)가 평생을 비밀로 하다가 죽을 때가 돼서 대나무 밭에서 크게 소리 질렀다는 설화는 화병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 지에 대해 단서를 준다. 어떤 사람들은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고 한다. 이건 더 나쁘다. 정신 건강상의 이상이 신체적 이상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지금 사회 지도층 일부에게 일어난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한 일로 온 나라가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을 보며 가슴이 답답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여러 가지 정황이 기회, 과정, 결과가 잘못되었다고 외치고 있는데 ‘눈 가리고 아웅’ 격으로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단지 자기편이라고 감싸야 하는 쪽에서도 알게 모르게 화병이 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제일 문제는 화병이 나는 것이 당연할 사람들이 화병도 나지 않을 정도로 뻔뻔하다는 사실일 지도 모른다.

우리 성도들은 이렇게 답답한 상황이 왔을 때 확실한 자기편이 있다. 바로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우리를 위하여 예수님을 내어줄 정도로 우리를 사랑하신다. 그러니  하나님께 무릎 꿇고 자기의 답답함을 기도로 호소하는 것이 제일 좋은 해결책이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고민했던 것들과 받은 스트레스는 해소된다.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올바른 해답을 내어 주실 것이다.

송내과 원장·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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