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의 경계 허물고 아름다운 숲 이야기 그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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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경계 허물고 아름다운 숲 이야기 그려갑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10.15 0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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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한 희망 ‘숲스토리’

 재활용품 매장 ‘숲스토리’, 장애인과 비장애인 21명 고용
 주일에는 ‘숲교회’…“교회는 장애인 후원하는 신앙공동체”
“10년 내 100개 매장, 1000명 발달장애인 고용이 꿈이죠”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 내려 다시 버스로 30분쯤 가면 의정부시 용민로에 위치한 재활용품 판매매장 ‘숲스토리’(The Soop Story)에 다다를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매장에는 기증받은 다양한 종류의 재활용품들이 가득하다. 모두 판매하는 깨끗한 물건이다. 이곳이 바로 발달장애인들의 고용과 자립의 꿈을 키워가도록 희망을심는나무 사회적협동합에서 운영하는 ‘숲스토리’이다. 

또 하나 숨겨진 비밀이 있다면, 매장 2층은 주일이 되면 ‘숲교회’ 예배공간으로 변신 한다는 사실이다. ‘숲스토리’ 대표이자 ‘숲교회’를 담임하며, 경영자이자 목회자로서 활약하고 있는 김경호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숲스토리대 대표 김경호 목사, 그는 10년 내 10개 매장, 1000명 발달장애인 고용의 비전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다.
숲스토리대 대표 김경호 목사, 그는 10년 내 10개 매장, 1000명 발달장애인 고용의 비전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고 있다.

“정직원으로 계속 일하고 싶어요”
‘숲스토리’ 매장에 들어서면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청년들이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 청년들이 바로 숲스토리가 존재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행복한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직장이고, 그 곁을 김경호 목사가 동행하고 있다.  

“숲스토리는 기업과 단체, 개인이 기증한 물품을 판매하면서, 그 수익금으로 고용창출 기회를 만들어 발달장애인들을 돕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잘 정리된 깨끗한 물품을 아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찾고 있습니다.”

이 착한 가게에서는 2만원에 겨울 점퍼까지 구매할 수 있다. 육아용품부터 생활제품, 도서까지 각양각색의 물건을 안내하는 직원들은 여느 상가매장처럼 유창하게 물품을 소개하지 않지만 순수한 얼굴로 성심껏 손님들을 안내한다. 

지적장애를 가진 20대 청년 한주현 씨는 숲스토리에서 일하다 정직원이 됐다. 목에 걸린 사원증은 큰 자랑이다. 일이 행복해 오래 근무하고 싶다는 것이 꿈이다. 김상훈 씨는 월급이 10만원이나 올라 저금할 생각에 벌써 부푼 가슴이다. 지금 이곳에서는 21명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일단 기증물품이 들어오면 종류별로 구분하고 가격을 책정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겁게 일하는 풍경은 일상이다. 장애인 직원들은 꼼꼼해서 상품의 하자도 곧잘 발견한다. 김경호 목사는 장애인 직원들과 트럭을 타고 서울 경기권 곳곳을 누비며 기증물품을 직접 수거하는 일까지 도맡고 있다. 

김경호 목사가 교회 부교역자 사역을 마무리하고 ‘숲스토리’ 문을 연 때가 2017년 2월이면 장족의 발전이다. 특히 사회적 경제를 실천하는 신앙공동체들이 경영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례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해 운영되는 '숲스토리' 의정부점 직원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소통하며 매일 즐겁게 일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자립을 위해 운영되는 '숲스토리' 의정부점 직원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소통하며 매일 즐겁게 일하고 있다.

하나님의 부르심, 안주할 수 없었던 비전
숲스토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김경호 목사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결과 때문이다. 

“청소년 시절 발달장애인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고, 특수 교육으로 유명한 대구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장애인 선교단체 간사로도 일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교회 안에서 장애인 사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문을 두드렸습니다. 많은 교회에 직접 메일을 보내기도 했어요. 일반 부교역자로 부르는 곳은 여럿 있었지만 교회 대부분은 장애인 사역에 관심이 거의 없었죠.”

그러다 연결된 교회가 서울시민교회(담임:권오헌 목사)였다. 재임하는 동안 정말 교회에서 마음껏 장애인 사역을 펼쳤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에는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늘 들었다. 궁극적으로 발달장애인과 가족이 교회 공동체에 진입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비전을 따라 부르심에 응답하기로 결심했다. 

“2014년 권오헌 담임목사님에게 찾아가 부교역자로 마지막일 것 같은데 목회를 배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목사님은 청년부와 장애인부서, 교구사역, 주간보호시설, 마을기업 등 온갖 사역을 해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정말 바빴지만 너무 즐거웠습니다.”

아마 교단 내 부교역자 연봉으로 제일 높을 것 같았던 때, 그는 교회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이미 교회에서는 김경호 목사의 개척을 위해 규정까지 신설해 2억원 예산을 배정해 두었다.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김 목사의 뜻과 다른 결과였다. 

김 목사는 ‘숲스토리’의 사업 계획을 수립해 정식으로 교회에 보고했고, 2년 동안 월세 550만원과 매장 인테리어비용 등 총 2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감사한 마음에 퇴직금은 서울시민교회 주간보호시설에 헌금해 통장잔고는 5만 8천원뿐이었지만 자신감만은 넘쳐났다. 그동안 장애인 사역을 하며 축적해온 경험들이 큰 자산이 되어 개척예배와 매장 오픈예배까지 일사천리 진행됐다. 

“파송예배를 드린 후 교인 분들이 주머니에 꾸역꾸역 넣어주셨던 돈 4천만원까지 쏟아붓고 나서 매장준비를 마쳤습니다. 다행히 일년 동안 실적이 좋아 예배 사회적기업 절차도 패스하고 정식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돼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됐습니다. 2년 만에 자립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공모사업에 응모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된 것입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으로부터 3년 동안 연간 1억씩 지원받는 기회도 열렸다. 얼마 전에는 SK그룹 복지사업 공모에도 당선됐다. 가족 4명과 청년 2명이 시작했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인데, 그야말로 비약적 성장이다. 그 사이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도 꾸준히 늘어 지금은 30여명이 함께하고 있다. 

김경호 목사는 교회에서 사례비를 받지 않는다. 숲교회는 신앙공동체로서 숲스토리를 후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생이다. 그것이 김 목사가 처음 품었던 꿈이고 이 사역에 동참하고 싶은 교회를 위한 모델이다. 그가 연고도 없는 의정부에서 이 사역을 시작하게 된 것도, 경기북부 지역에 발달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증물품 전화 주시면 달려갑니다”
“직업재활센터 내에서 발달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곳이 637개소입니다. 발달장애인 20만명 중 성인은 17만명인데 일하는 인원은 1만 8천명뿐입니다. 최저임금 적용 제외대상이기 때문에 평균 임금이 낮은데도 말입니다. 이 시장을 넓혀야 합니다. 이것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구성원, 교회 구성원을 자립할 수 있는 모형을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김경호 목사는 숲스토리 매장 100곳, 1천명의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비전을 10년 안에 이루고 싶다. 가시적인 결실도 있다. 오픈 후 첫해 결산이 3억 5천만원, 다음해는 4억 7천만원이었다. 원가가 거의 없는 숲스토리로서는 엄청난 열매이다. 서울시민교회가 무상으로 추가 차용해준 1억 2천만원 중 7천만원을 상환하고도 영업이익을 남겼다. 

그리고 그 수익을 다시 이 세상에 내어놓았다. 얼마 전 경기도 포천점을 오픈해 또 다른 발달장애인 고용창출을 위해 투자한 것. 물류장도 넓혔다. 일반 기업으로 말하면 투자를 확대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브랜드 재활용 가방을 만들어 ‘리제’(REZE) 브랜드도 런칭해 기대가 크다.  

숲스토리가 성장하고 있지만, 김경호 목사가 느끼는 무게감은 더 커졌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강의도 다니고 영업도 하면서 기증물품도 수거한다. 기증 기업을 받기 위해 800곳에 연락하면 한 곳이 연락오면 다행이다. 찾아가면 잡상인 취급이다. 그래도 교회 10곳이 꾸준히 물품을 기증해와 도움을 준다. 그러나 다른 교회의 관심은 아직 아쉬울 따름이다. 

“처음에는 교회 네트워크에 기대했는데 담임목사님들과 접촉 포인트가 없으면 힘들더라구요. 교회 문전박대도 많았습니다. 기증함을 설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증품 확보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장애인들이 그것을 통해 고용되고 성장하는 키워드가 됩니다.”

김경호 목사는 장애인 복지사역은 교회가 그냥 해야 하는 의무라고 했다. 섬기고 사랑하는 데 조건이 없다는 뜻이다. 혹시 교회에서, 가정에서 후원하고 기증하고 싶은 물품이 있다면 숲스토리와 함께보는 것은 어떨까. 031-823-4246으로 언제든 전화하면 김경호 목사와 발달장애인 청년들이 트럭을 타고 기꺼이 달려가 반갑게 인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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