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 왕’ 캡틴 불가리아가 전하는 21세기 선교의 땅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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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 왕’ 캡틴 불가리아가 전하는 21세기 선교의 땅끝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10.14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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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아 박계흥 선교사, 파송 18년 만에 첫 안식년으로 한국행
작은 시골 마을 ‘랩스키’에서 작지만 건강한 베데스다교회 목회
동양인 목사로서 현지인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철저히 섬겨
불가리아 박계흥 선교사가 사역 18년 만에 처음으로 안식년을 맞았다. 최근 한국을 찾은 박 선교사를 만나 그의 신앙과 사역에 대해 들어봤다.
불가리아 박계흥 선교사가 사역 18년 만에 처음으로 안식년을 맞았다. 최근 한국을 찾은 박 선교사를 만나 그의 신앙과 사역에 대해 들어봤다.

동유럽에 위치한 불가리아. 남한보다 조금 큰 면적에 서울 인구보다 적은 약 700만명이 살고 있는 과거 소비에트 연방에 속했던 나라다. 생활수준은 대략 한국의 3분의 1수준이다. 교사 월급이 우리 돈으로 80만 원가량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여전히 이 넘친다. 박계흥 선교사는 이 곳 불가리아에서 18년째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박 선교사가 최근 18년 만에 아내와 12살 셋째 딸과 함께 첫 안식년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고양시에 위치한 아름다운교회(담임:조용순 목사) 파송 선교사인 그는 내년이면 쉰을 바라보지만 모습으로만 볼 때는 영락없는 청년이다. 대학생 아들이 둘이나 있다고는 믿기 어려웠다. 박 선교사를 처음 만난 건 지난 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세계선교사대회에서였다. 각국에서 모인 다양한 개성의 선교사들 사이에서도 발군의 존재감을 보였다. 식당 뒷정리를 할 때도, 행사장 의자를 옮길 때도 섬김이 필요한 자리에는 늘 그가 있었다. 하루는 선교사들이 타고 가는 차량의 타이어에 구멍이 났다. 모두 발을 동동 구르는 현장에서 그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단시간 내에 타이어 수리를 마친 그에게는 캡틴 불가리아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때부터 그가 궁금했다. 마침 한국을 찾은 그를 가만 둘 수 없어 만남을 청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지만 건강한 현지인 교회

그가 불가리아로 떠난 건 2001년부터다. 선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결혼 전 사모와 연애하던 시절부터였다. 아내와 함께 단기선교 여행 겸 신혼여행 겸 찾은 불가리아는 그를 사로잡았다. 여행 마지막 날 밤 부부는 선교사로 이곳을 다시 찾기로 다짐을 했다.

박 선교사 부부가 사역하는 랩스키라는 지역은 수도인 소피아에서 200km 가량 떨어져 있는 작은 시골마을이다. 랩스키에서 동양인은 박 선교사 가족이 유일하다. 정교회가 강한 나라에서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개신교 교회는 대부분 해외 지원으로 겨우 생존을 이어나가는 정도다. 그러나 박 선교사가 시무하는 베데스다교회는 100% 자체 운영중이다. 현지인 사역자와 팀사역을 하다가 박 선교사가 위임을 받은 지 12년이 지난 지금 건강한교회를 지향하며 순항중이다. 40명의 십일조 교인들과 함께 교회를 꾸려가고 있다. 교인들 대부분이 무학력자에 생활보호대상자이지만 십일조 훈련이 잘 돼있다. 박 선교사와 더불어 2명의 현지인 부목사가 동역하고 있고 벌써 6개의 교회를 시골지역에 개척했다. 이 가운데 2곳은 한국인 선교사들에게 위임했다.

집시와 터키인, 불가리아인의 3개 종족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데 교인들의 남편 가운데는 보이스피싱이나 해외 원정 절도를 하는 범죄자들도 있다. 그럼에도 박 선교사는 이들의 가정에 진정한 복음의 영향력이 전해지기를 기도하며 전력을 다해 목양하고 있다.

 

특새 기간이면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

이 교회의 특징은 현지인들과 함께 12년째 쉬지 않고 새벽기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부활절과 성탄절 무렵에는 특별새벽기도회를 진행한다. 그런데 특새 기간이 되면 꼭 사고가 터진다고. 한번은 부활절 40일 특별새벽기도를 하는데 이틀째 되는 날 인근 교도소에서 강간범이 탈옥하는 사건이 터졌다. 소식이 전해지자 새벽기도 출석 인원이 갑자기 절반으로 줄었다. 그 와중에도 새벽기도에 나온 한 교인은 성경 중간에 칼을 꼽고 다녔고, 어떤 교인은 아예 손도끼를 들고 다니기도 했다. 두려움을 무릅쓰면서까지 새벽기도를 나오는 모습에 박 선교사는 놀라기도 하고 감동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또 한 번은 특별새벽 기도회 기간에 사택에 불이 났다. 새벽기도와 세미나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는데 아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불이 났으니 세미나가 끝나면 바로 와달라는 내용이었다. 교인들이 박 선교사의 표정을 보고는 무슨 일인지 물었고, ‘집에 불이 났다고 하자 그 곳에 있던 남자 교인들이 당장 불을 끄겠다고 달려 나가려는 자세를 취했다. 박 선교사는 그들을 막아서고는 성경을 배우는 중이니 여기에 집중하자고 달랬다.

집은 불에 타도 성경은 묵상하고 가자고 했지요. 세미니가 끝나고 집에 가보니 이미 소방차가 진화를 마쳤더군요. 어린 딸이 제게 와서는 아빠 나 이제 울어도 돼하며 안겨서 우는데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불이 난 이유는 나무난로 때문이었다. 겨울이면 랩스터 지역에는 화재가 종종 발생한다. 눈이 1미터씩 오는 탓에 화목난로 과열로 천장이 타면서 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박 선교사는 이 일로 성도들의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랩스키에 살면서 지역 사람들과 동일한 수준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 수도 소피아에 살았다면 보다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는 몰라도 교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인 목사로서 복음을 전하고 이들의 삶을 바꾸려면 철저하게 낮아지고 섬겨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베데스다교회 교인들과 함께.
베데스다교회 교인들과 함께.

선교의 요충지 불가리아

박 선교사는 불가리아 사역의 견고한 진’ 3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유럽의 맘모니즘이다. 유로 공동체로부터 오는 경제적 도전이 거세다. 둘째는 공산권의 잔재다. 특히 사람들의 의식 속에 깊게 박힌 공산주의 세계관은 사역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는 이슬람이다. 불가리아는 터키와 육로로 연결돼 있어 이슬람의 장벽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베데스다교회의 교인 60%가 이슬람에서 개종한 사람들이다.

박 선교사는 불가리아의 무슬림은 세속적 이슬람에 속하지만 언제든지 급진화 될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속적 이슬람은 유럽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슬람화의 토대이기도 하다. 이슬람 종교지도자인 이맘이 되겠다고 하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월급이 나온다. 박 선교사는 이 월급을 올려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이슬람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했다.

박 선교사의 말대로라면 불가리아는 영적인 전쟁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는 땅이다. 발칸산맥에 둘러싸인 6개 나라 가운데 하나로 루마니아와 그리스, 터키와 인접해 육로 이동이 가능하다. 박 선교사는 물질문명의 영향력이 아직 여타 유럽국가에 비해 적어 이 있는 나라라며 “200만 명 이상의 불가리아인이 유럽 전역에서 대부분 저임금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불가리아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교회를 세우고 그곳을 중심으로 모이는 특징이 있다. 베데스다교회의 청년들도 매년 바닷가에 나가 옥수수를 팔아서 번 돈으로 단기선교를 떠나고 있다. 내년에는 알바니아에서 여러교회들과 연합하여 청소년 수련회를 준비하고 있다. 박 선교사는 이들을 선교적으로 잘 양육한다면 선교의 확산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데스다교회 교인들과 함께.
 베드스다교회는 교인 대부분이 생활보호대상자이지만 철저한 십일조 생활을 하고 있다. 

 

유럽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박 선교사는 유럽 개신교의 성 문제와 돈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박 선교사는 “21세기 선교의 땅 끝은 유럽이라며 한국교회가 유럽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목회자들이 성경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럽에서 불고 있는 세속화와 맘모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의 물결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슬람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선교적교회로 변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한국교회에서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동성애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내비쳤다. 동성애가 죄라는 것과 별개로 배척의 대상이 되고 있는 동성애자들에 대해 교회가 이들로 하여금 교회에 나올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희 교회에도 동성애 문제로 힘들어하는 교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기다려주는 것이 목사로서 교회로서의 사명인 것 같습니다. 대부분 이들을 기다려주지 못하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떻게든 그들도 교회로 나와 회개의 자리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죠. 교회와 멀어질수록 약해지고 힘들어질 것이 뻔 하거든요. 선교적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잣대로만 세상을 본다면 그들이 갈 곳은 세상이지 교회가 아닙니다. 정죄로 다가가면 그들이 갈 곳은 세상뿐입니다.”

유럽을 찾는 한국의 목회자들에게도 집회만 참석하기 보다는 선교현장을 경험하고 돌아가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박계흥 선교사는 “2명의 현지인 목회자들이 자신의 목회를 잘 하도록 돕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며 “20년 가까운 사역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선교를 해야 하는데, 뭘 하느냐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그것을 알아가는 중이라고 답했다. 또한 한국교회의 후원이 줄어들면서 대세는 자비량이라고 말하는 선교사들이 많다. 하지만 페이스 미션의 본질을 잃어선 안 된다. 주님이 가라 하시는 곳으로 가고 돌아오라면 오는 인생의 후반부를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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