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비·엔지니어와의 관계 등 현실적인 조언 담아
예배 사역에 빠지지 않는 필수 요소로 꼽히지만 정작 ‘은혜’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있다. 바로 반주자들이다. 지역교회의 예배사역을 응원하는 단체 ‘올포워십’(대표:채윤성 목사)이 교회 반주자들을 격려하고 예배음악사역을 이해하고자 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책을 내놨다.
이 책에는 교회 반주자로 섬기는 438명을 대상으로 아쉬움이 있는 △환경 △관계 △음악 △신앙의 카테고리로 설문을 한 뒤 5인의 저자와 함께 좌담회 형식으로 나눈 이야기가 담겼다.
안선(교회 음악 작/편곡가, 피아노 솔로 앨범 Truly yours 발매)와 허림(서울장신대 교수, 보이싱 바이블 저자), 김선희(유튜브 ‘헤븐피아노’ 운영), 오화평(피아니스트, 오화평 피아노 발매), 김은경(백석문예술대학원 출강) 등 반주자로 사역해왔거나 현재 반주자로 사역중인 유명 아티스트들이 저자로 참여했다.
사례비에 대한 현실적 조언
1장부터 민감한 소재가 등장한다. 바로 ‘사례비’와 관련된 내용이다. 책은 사례비와 관련해 솔직하고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이런 부분은 교회와 미리 상의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가이드라인을 주면 좋겠어요. 사례비를 받아야 하는 것도 몰랐다는 분도 많습니다. 무엇이든지 사전에 논의를 하고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결말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고 그냥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끝나고 나서 서로 기대치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관계가 틀어지기 쉽습니다.”
책의 저자들은 사례비에 대해 ‘얼마를 주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주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는 사람의 그 모습과 태도나 말 한마디가 그로 인해서 좀 더 열심히 참여하게 됩니다. 결국 사역도 사람 대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요.”
악기 관리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이 책에서는 반주자의 사역 환경과 교회 내 다른 사역자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다룬다. 특히 저자들은 교회마다 건반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안선 사모는 “조율도 조율이지만 반주하러 여기저기 다니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건반이 너무 지저분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희 씨도 “교회에서 처음 반주할 때 깜짝 놀라서 직접 닦았다”며 “오히려 쓰지 않는 건반은 덮개로 덮어 보관하고, 자주 이용하는 피아노 건반은 덮개를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그것은 대형교회 사역할 때도 마찬가지 였다”고 소개했다.
안 사모는 반주자들을 향해서도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래서 저는 ‘건반을 닦는 사역’을 하러 왔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어떤 때는 건반이 너무 끈적끈적 하기도 하고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기도 하며, 피아노는 뚜껑 열린 채 방치되어 있기도 해서 그 모습에 마음이 약간 안 좋았습니다. 교회 반주자분들도 본인이 연주하는 악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관리했으면 좋겠어요.”
저자들은 음향 엔지니어, 혹은 방송실 봉사자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다뤘다. 오화평 피아니스트는 “기본적으로 연주자와 엔지니어는 불편한 관계”라며 “소통이 잘 안되는 게 큰 문제다. 밥도 편하게 먹고 이야기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관계를 맺기보다 맨날 소리를 올려달라는 요구만 하게 된다”고 말했다.
허림 교수는 “목사님께 설교 좋았다는 말은 해도 오늘 음향 감사했다는 이야기는 잘 안 한다. 엔지니어라는 포지션을 잘해도 본전인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사운드가 언제나 잘 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한다”며 “게다가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위치다. 엔지니어들을 잘 챙기고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특히 “제일 중요한 게 밥이다. 예배 팀이 식사할 때 음향 엔지니어와 함께하는 것은 소속감을 위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것 신앙
사실 반주자들에게서 ‘신앙’은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다. 교회에서도 반주자들을 바라볼 때 반주라는 ‘기능’에 중점을 두기 쉽다. 반주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사례비를 받는 경우라면 더 더욱 ‘은혜’ 보다는 ‘기능’에 충실하게 될 위험성이 상존한다.
채윤성 대표는 “설문에 따르면 교회에서 모든 예배를 반주해야 하는데, 반주가 자신들의 삶에서 풀타임 포지션도 아니고,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직장도 다녀야 한다. 청년부에 들어가야 할 나이인데도 반주로 인해 교회에서 교제를 전혀 할 수 없고, 찬양팀에서도 관계를 맺기 힘들다면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교회의 현실에는 이런 경우가 꽤 많다”고 소개했다.
허림 교수는 “‘남들 기도하고 찬양할 때 나는 무엇을 하는 건가’라는 고민이 들 때 ‘위축될 필요 없다. 그것이 우리 역할이다’라는 부분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선 사모는 “어쩌면 우리는 잘못된 질문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며 “어떤 예배 모임이나 집회 가서 손을 들고 뛰면서 찬양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해서 기도하면 예배를 잘 드린다고 착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 병원에서 수액을 맞듯이 교회에서 영적인 충전을 받으러 간다면 반주할 때 다소 억울하다는 마인드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책에는 허림 교수가 쓴 ‘예배 팀 건반 주자 10계명’과 덴버한인북부장로교회 정유성 목사가 쓴 ‘찬양팀 연주자들을 위한 10계명’이 함께 실렸다. 책 마지막 장에는 ‘반주자 계약서’ 예시가 소개됐다. 반주자 계약서에는 △반주해야 하는 예배 △책정된 사례비 △준비 및 연습 모임 시간 △빠져야 하는 경우 △계약일자와 계약 종료일자 등의 항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