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에게 어울리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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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에게 어울리는 것은?
  • 차성진 목사
  • 승인 2019.10.0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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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진 목사의 SNS 세대와 소통하는 글쓰기 ⑪

오늘 다룰 이야기도 글쓰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실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독성을 떨어트리고, 글쓴이의 역량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게 만들 수 있는 실수지요. 우선 그 예부터 보실까요?

‘멧돼지는 자신의 서식지를 빼앗긴 탓에 종종 민가로 내려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무언가가 어색한 문장이지요? 앞쪽에선 별 문제 없으나 마지막 부분에 ‘일으키는 것이다’ 부분을 읽을 때 어색함이 쿵! 하고 내려 앉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옳게 한 번 바꿔보겠습니다.

‘멧돼지는 자신의 서식지를 빼앗긴 탓에 종종 민가로 내려와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앞 문장에서 느껴진 어색함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문제의 원인은 주부에 어울리는 술부(술어부)를 붙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앞 문장에서 주부와 술부만 따서 문장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멧돼지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뭔가 어색하지요? 하지만 뒷 문장에 똑같은 작업을 해보면 ‘멧돼지는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어색함이 없습니다.

우리는 문장 초반에서 주부를 읽을 때, 이 주부에 어울리는 술어를 찾고자 하는 본능이 생깁니다. 그건 글 쓸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문장이 길어지면서 자기 스스로가 어떤 주어를 사용했는지 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문장이 길어진다면, 마지막 술부를 쓰기 전에 내가 어떤 주부를 사용했는지 반드시 체크해 보아야 합니다. 만약 어색하다면? 주부와 술부 둘 중 하나를 서로에 맞게 바꾸면 되겠지요? 짧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당신한테 바라는 건 음식을 예쁘게 담든, 좋은 재료를 쓰든 제발 음식을 내오기 전에 간을 한 번 정도는 봐야 돼.’

주부,술부만 추렸을 때 : ‘내가 당신한테 바라는 건 간을 한 번 정도는 봐야 돼’(x)

해결책 : 1. 주부를 ‘당신은’으로 바꾼다. - ‘당신은 간을 한 번 정도는 봐야 돼’ (o)

2. 술부를 ‘한번 정도는 보는 거야’로 바꾼다. ‘내가 당신한테 바라는 건 간을 한 번 정도는 보는 거야’ (o)

언제 기회가 되면, 여러분들께 아내가 만든 닭도리탕을 대접하고 싶네요. (자꾸 놀려서 미안해 여보.)

차성진 목사 /임마누엘 덕정교회 담임, 글쓰기 강사
차성진 목사 /임마누엘 덕정교회 담임,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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