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참 부자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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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참 부자시네요!
  • 노경실 작가
  • 승인 2019.10.0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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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89

야고보서 5:1~3> 들으라 부한 자들아 너희에게 임할 고생으로 말미암아 울고 통곡하라 너희 재물은 썩었고 너희 옷은 좀먹었으며 너희 금과 은은 녹이 슬었으니 이 녹이 너희에게 증거가 되며 불 같이 너희 살을 먹으리라 너희가 말세에 재물을 쌓았도다

이 말씀이 물질이 많은 부자에게만 해당되는 경고일까? 

강연으로 전국을 이리저리 다니는 내 눈에는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부자로 보인다. 물론 나도!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가난한 70~80년대를 통과해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가난으로 막내 여동생이 병원도 가보지 못한 채 그깟(?) 급성폐렴으로 8살도 못되어 하늘나라로 가는 것을 목격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당한 이 충격으로 -나 역시 동생과 함께 폐렴을 앓았는데, 동생은 하필 집에 나 혼자 있을 때에 내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나의 인생의 길이 완전히 달라졌다. 평생토록 나의 모든 결정과 선택에 영향을 미치며, 마침내 하나님과의 관계까지 재정비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내가 통과한 가난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소중한(precious, valuable 등등)’이라는 형용사를 좋아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악하고 추한 행위나 생각이 아닌 이상 나는 모든 사람과 관계, 사물과 동식물, 크고 작은 일등 다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려는 제2의 품성을 갖게 된 것이다. 사도바울의 자족(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에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빌립보서4:11)을 동생의 죽음으로 터득한 셈이다. 이것은 사람이든, 돈이든, 그 무엇이든 눈에 귀히 보여서 모으고, 쌓아두고, 늘려가고 하는 개념이 아니다. 

‘이 소중한 (사람이든 물질이든 관계이든 어떤 기회이든) 모든 것’의 여탈권(與奪權)의 주인은 오직 하나님이심을 확실히 알기에, 나의 두 손으로 잡으려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아내가 너무 예뻐서 늘 전전긍긍했고, 소유가 넘칠 때에는 기쁨은 잠시뿐, 조카 롯과 헤어져야 했다. 부인이 넷이나 되는 야곱은 그 자식들로 인해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재산 많은 나발은 배부름으로 오만함 끝에 급사했다. 욥은 너무 많아 잃는 과정도 길고 처절했다.

부자 청년은 자신의 평생 온갖 율법을 지키느라 피곤했지만 돈이 많아 예수님을 눈앞에 두고도 결국은 돌아섰다. 또 어떤 부자는 날마다 찾아오는 사람이 그치지 않고, 늘 즐거운 일만 생기다 보니 바로 자기 집 앞에 개들에 둘러싸인 거지 나사로를 미처 보지 못했다. 그가 악해서 나사로를 무시한 게 아니라 넘치는 재물이 그의 두 눈을 가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풍부함과 흘러넘침, 가득함과 흥청망청, 넉넉함과 늘어남은 현대인들의 1순위 소망이다. 그래서인지 교인들은 이런 말이나 기도를 자주 한다. ‘여유(이것은 특히 물질을 가리킨다.)’가 생기면 나도 십일조 한다, 나도 폼나게 헌신할 수 있다. 나도 누구처럼 베풀며 살 수 있다, 나도 장로가 될텐데, 나도 목회자님들을 섬길 수 있는데, 나도 누구처럼 한번에 확 후원할 수 있는데….

하지만 성경은 말한다. ‘너희 재물은 썩었고, 옷은 좀먹었으며, 금과 은은 녹이 슬었다!’ 재물이 썩었다는(rotted) 것은 부식이나 부패를 가리킨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균이 침투해서 서서히 썩어가는 것을 말한다. 옷은 좀먹었으며(moths have eaten)는 말 그대로 눈에 전혀 보이지 않게 샥샥샥…좀벌레 갉아먹는 모습이며, 금과 은은 녹이 슬었다(corroded) 역시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금과 은이 녹슬 정도이면 그것들을 꺼내서 한번이라도 만져 볼 수 없을 정도로 쌓여 있다는 것이 아닌가. 

정리하자면 온갖 종류의 재물이 서서히 썩어가고, 화려한 명품 옷들이 좀 먹어가며, 금은보석들이 쓰레기처럼 가득 쌓여서 맨 밑바닥에 있는 것들은 녹이 슬 정도인데도 부자는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물적인 부자의 재산만 이러할까?

모든 부식과 부패, 썩어짐과 갉아 먹힘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빛남과 귀에 들리는 즐거운 소리만 더 크고 밝게 보이는 것이다. 

OO이 없어서(그것이 작건 크건, 싼 것이든 값비싼 것이든, 당장 필요한 최소한의 것이든 로또 1등이든) 슬퍼하고 불평하며 원망하는 것은 가난한 게 아니라 엄청나게, 어마어마하게 부자라는 증거이다. 그 OO을 하나님보다 더 갈망하기에 그는 이미 부자이다. 어느새 영혼아 녹슬고, 세상과 악마에게 샥샥샥… 갉아 먹히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보다 세상을 물질을 심지어 사람을 더 갈망하는 마음, 그것은 100% 완벽하게 녹슬고, 좀 먹고, 썩는다. 이런 의미에서 지금 부자가 넘쳐 난다. 의인은 하나도 없다는 데 부자는 셀 수 없다. 당신, 참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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