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그리스도인’은 환경 교육으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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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그리스도인’은 환경 교육으로 만들어진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9.10.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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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 인식할 때 변화 시작
“효과적 운동위해 교회와 가정, 사회가 연대해야”

취재를 마치고 다음 취재까지 잠깐의 여유가 생길 때면 어김없이 카페를 찾는다. 그날도 땀을 식히려 시원한 음료 한 잔을 시키고는 노트북을 펼쳤다. 습관처럼 음료를 들이키려는데 무언가 텁텁한 것이 입술에 닿는 느낌이 낯설다. 알고 보니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플라스틱 빨대가, 보다 환경에 부담이 적은 종이 빨대로 바뀌어 있었다.

환경을 위한 조그만 변화가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편의점에서 당연한 것처럼 비닐에 담아가려 해도 이젠 봉투 값 20원을 받는데 괜찮으시냐는 질문이 따라온다. 올해 4월부터는 대형마트와 슈퍼에서 속비닐 포장을 하는 것도 금지됐다. 카페 안에서 종이컵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듯 사회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민감하게 움직이는데 의외로 교회의 발걸음은 더디다. 얼마 전 마무리된 주요 교단들의 정기총회 현장만 가도 간식을 나눠주기 위한 비닐 포장들이 쏟아져 나온다.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들은 그 규모만큼이나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하나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세계를 청지기처럼 가꿔야 할 교회가 편리함이란 명목 아래 환경을 등한시하는 안타까운 사례는 생각보다 쉽게 목격되곤 한다.

어떻게 하면 교회가 창조세계를 가꾸는 일에 적극 나설 수 있을까. 단기간의 캠페인도, 구호도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세 원래대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은 환경을 사랑하는 녹색 그리스도인으로의 변화는 실천적 교육과 생태학적 회심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교회 환경 교육을 통해 교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식이 변화될 때 진정한 의미의 녹색교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환경 교육은 인식 전환으로부터

교회에서 환경교육을 시작해야 한다는 대명제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은 거의 없다. 기독교교육학자 김도일 교수(장신대), 조은하 교수(목원대)가 살림과 함께 실시한 교회 환경교육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93%가 생태환경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교인들에게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는 교회를 찾으려면 손에 꼽을 정도다. 환경문제가 당장 피부에 와 닿지 않아 위기감을 느끼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될지 몰라 발을 떼지 못한 교회들도 생각보다 많다.

유미호 센터장은 인식의 전환에서부터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작은 자신의 삶이 얼마나 지구에 부담을 주고 있는지 살피는 것부터다. 생활수칙을 의무적으로 지키게 하는 것보다 자신이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에너지가 어떻게 기후변화와 연결되는지 인식하게 하는 것이 환경교육에 더 효과적이다.

그 다음 단계로 이 땅에 인류와 공존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에 대한 존중을 가르쳐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창조세계와 다른 생명들을 사랑하지 않고는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유미호 센터장은 기독교 환경교육은 단순히 수질오염이나 대기오염을 논하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숲 전체를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며 기독교 환경교육은 인간성과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한 깨달음과 나눔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실천이 가장 효과적인 교육

교회에서 환경교육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기로 작정했다면 생각보다 문턱은 높지 않다. 교육이라는 말에 언뜻 대학교 강의실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환경교육은 오히려 일상과 가장 맞닿아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된다.

먼저는 주일 예배와 공과공부에서 생태적 삶의 실천을 강조할 수 있다. 공간이 허락한다면 텃밭이나 식물을 가꾸며 성도들이 자연스레 자연과 함께 호흡하게 하는 것도 생태영성을 일깨우는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교회에서부터 실천적 운동을 펼치는 것이 최고의 교육방법 중 하나다. 차근차근 교회에서 나오는 일회용품과 쓰레기를 줄이고 에어컨 온도를 높이는 한편 교역자부터 대중교통 이용과 쿨맵시 등 작은 것에서부터 본을 보인다면 자연스레 성도들의 삶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환경교육도 중요하다. 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사회가 갖고 있는 환경문제들을 파악하고 함께 현안에 대응한다면 그때부터 성도들은 환경운동의 방관자가 아닌 주체가 된다. 생태환경에 대한 교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면 보다 구체적인 강의와 세미나를 통해 기독교 생태리더로 성장시킬 수 있다.

다만 아직 한국교회 안에 생태환경교육을 위한 교재나 프로그램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은 과제다. 교회 환경교육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이들이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생태환경교육 관련 자료 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도 생태환경교육을 진행할 역량있는 교사의 부재와 인식 부족이 어려움으로 꼽혔다.

김도일 교수는 교회 안에서 체계적인 환경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생태적인 열린 공간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면서 환경교육은 그냥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초록빛 삶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정과 교회, 교회와 마을이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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