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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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죽어”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9.10.0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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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매주 목요일 오전이면 중보기도 팀과 마더 와이즈 성경공부 팀이 따로 모입니다. 마더 와이즈는 젊은 엄마들의 모임이구요. 중보기도 팀은 안나 구역으로 이루어진 할머님들 중심으로 50~60여명 정도 모여서 기도하는데, 아프신 분들이나 대학입학시험을 앞둔 학생들, 개별적으로 교회에 기도요청을 한 분들의 기도제목을 가지고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2시까지 기도 드린 후에 식사 시간을 갖고, 모임이 폐하게 됩니다.


제가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면 진명자 전도사님이 담당하는 이 중보기도 팀 모임 전에 내려가서, 그 분들의 사정도 듣고 만나 농담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때론 괴롭히기도 하는데요.


“요거이 보통 재미진 게 아닙니다~!”


평균 연령이 팔십 쯤 되신 할머님들의 거동이 힘겹게 보이구요. 의자에 털퍽 앉아 “아파서 겨우겨우 왔어요~”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교회 이런 모임이 있으니 이분들이 잔재미가 있겠구나 싶기도 하구요. 모여 나누시는 대화도 대부분 아픈 얘기, 가족자랑, 누구 죽은 얘기 등등입니다.


모이시는 분들 중 구십 가까운 남병규 권사님은 팔십 즈음부터 남편에게 먼저 죽으라고 말씀 하셨다는데, 그 남편이 몇 해 전 진짜 먼저 돌아가셨습니다. 그 권사님이 마침 제 앞에 계셨습니다.


“아 그래도 남편한테 먼저 죽으라고 하면 어떡해요?”
“아니~ 그래도 남편이 내 앞에 죽어야 자기가 편하지, 나 죽고 나면 어떡해요”
“그래도 우린 그런 소리 들으면 섭섭하죠”
“그렇긴 해요~ 먼저 죽으라고 했더니 입을 ‘앙’ 다물고 서운해 했어요~”해서 옆에 있는 우리 모두가 깔깔거리고 한바탕 웃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다리가 제일 중요해요. 다리가 아프면 자식들이 요양원에 갖다 버리거든, 나 요양원 가기 싫은데~~” 누군가가 이 말씀을 하시자, 
“요양원에서도 불나서 죽은 노인들도 있다잖아~ 무서워.”,“그래도 다리 아파 누우면 자식들이 어떻게 돌봐요. 어떻게 똥오줌 받아내고 누가 곁을 지키겠어요? 그냥 요양원으로 가야지~.” “그렇긴 헌데~ 그래도 요양원 가긴 싫어~~” 또 누군가 말씀하십니다. 
 “일본 사태 해결되면 일본 온천 함 다녀오실래요?”하는 제 제안에,
“그래요. 목사님 가고 싶어요~”하시는 분들도, “돈이 많이 들어 힘들지 않겠어요~”하시는 분들도,“전에 목사님과 교회가 우리 일본 온천여행 보내주셨는데, 뭘 또 보내주셔요~~”하시는 분들도,“일본이 미우니까 한국으로 여행을 가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흰머리에, 모진 세월이 얼굴을 지나며 주름이 한 가득하게 만들어진 모습을 가진 분들이지만, 이 분들도 누군가의 아내였고, 어머니였고, 험한 세월을 신앙으로 사시며 오신 분들입니다. 하루 종일 누군가를 기다리며 TV 앞에서만 앉아 있는 분들이 아닌, 기도의 어머니로 찬송 소리도 힘차게 밖으로 들리고, 기도 소리도 하늘을 향해 올라갑니다. 이 어머니들의 기도 덕분에 우리 교회가 조금 더 힘이 생기는 것만 같기도 하구요.

주께서 우리 어머님들 건강 지켜 주시길 소망해 보는 날 입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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