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독은 한 끗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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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과 독은 한 끗 차이다
  • 송태호 원장
  • 승인 2019.10.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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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사 송태호의 건강한 삶 행복한 신앙⑭

70대 후반의 여자환자가 소화불량과 복통, 설사로 내원했다. 환자는 심장판막증을 앓고 있어 고갯길은 물론이고 평지라도 조금만 걸으면 숨이 차는 심부전증과 관상동맥질환, 고지혈증 등 만성 성인병 질환을 가지고 있었다. 노인성 수술 3종 세트라고 할 수 있는 무릎 관절 치환술, 노인성 백내장, 치아 임플란트 중 무릎 관절 치환술, 노인성 백내장 수술을 받았으며 매일 같이 복용하는 약물은 8가지로 우리 병원을 한 달에 두 번 방문하며 조절 받고 있었다. 

항상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으신 환자는 한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단골 환자다. 내시경에서 위염이 있어 제산제와 위장관 운동 개선제 등을 처방 했다. 환자의 증상은 쉽게 호전 되지 않았고 미식거리는 증상까지 생겨 주사제도 처방 했다. 며칠 후 환자는 양쪽 다리에 힘이 없어 일어나질 못하겠다며 다시 병원에 오셨다. 속으로 ‘어이쿠 올게 온 모양이다. 뇌졸중이 오셨나?’ 생각하며 진찰해 보았는데 의외로 신경학적으로 뇌졸중을 의심할 만한 진찰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기운이 없어 그렇다고 생각해 영양수액을 주사해 드렸다. 다음날 환자는 말소리가 이상해 졌다며 뇌졸중이 아닌지 걱정했다. 다시 진찰해 보아도 뇌졸중은 아니었다. 의사가 제일 힘들 때는 아마도 자기 환자가 호전을 보이지 않고 악화 되는데 원인을 모를 때일 것이다.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혹시 최근에 투여한 위장관 운동 개선제 등의 약물에 의한 부작용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해 약을 중단하도록 했다. 환자가 위장약을 끊은 뒤 2~3주가 지난 지금은 아직 다리에 힘이 없기는 하지만 스스로 걸어 다닐 정도로 회복되었다.

약과 독은 한 끗 차이다. 물론 세심한 임상실험을 거쳐 안전하다고 판명되어야 약으로서 시판될 수 있긴 하지만 그런 약들도 어떤 환자에 있어서는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진통제로 통칭되는 여러 가지 약들이 위장을 상하게 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소화제라고 해서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병원에 오시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오는 어르신이 혈압당뇨가 없고 매일 드시는 약이 없다고 이야기 하면 이상할 정도다. 그런데 무슨 약을 드시는지는 대개 모른다. 그 약들을 한 곳에서 처방 받는 경우는 그나마 낫다. 혈압약은 이 병원, 당뇨약은 저 병원, 관절약은 또 다른 병원의 식이다. 절대로 같이 드시면 안 되는 조합의 약물들도 있다. 처음 오신 어르신 환자 분이 자기 처방전이라며 휴대폰에 있는 사진을 들이 밀면 환자를 다시 보게 된다.(훌륭하다는 의미다) 

의사는 약을 처방 하다가 부작용을 경험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그 약을 쓰는 빈도를 줄이게 된다. 겁이 나기 때문이다. 몸살증상을 완화 시키기는 주사제를 쓰다가 환자가 ‘쇼크’를 한 경험이 있는 내 경우에도 이제 그 주사제는 쓰지 않는다. 병을 고치려고 약을 썼는데 병은 낫지 않고 부작용이 생긴다면 어떤 환자라도 화가 날 것이다. 문제는 의사도 도대체 어떤 환자에게서 부작용이 일어날 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늘 복용하던 약에서도 느닷없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자기가 진료한 환자에게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의사는 한 명도 없다. 감기에 걸려 온 환자가 자기는 약을 많이 먹어 약이 잘 듣지 않으니 약을 세게 지어달라고 할 때 가슴이 덜컥한다.

최근 들어 이단들이 여러 종류의 인터넷 영상을 통하여 말씀에 목말라 있는 성도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한다. ‘어~~ 어~~’ 하다가 이단에 빠지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이 열정적이기 때문일까? 이단에 빠지기도 쉬운 모양이다. 약을 아무나 함부로 쓰다가 독이 되듯이 , 기독교 영상이라고 해서 아무거나 보다가 이단에 빠질 수 있다. 검증되고 안전한 곳에서 만든 영상만을 시청함으로써 믿음을 지켜나가자.

/ 송내과 원장·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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