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독성을 낮추는 명사 - 자취방에 놀러온 친구가 정장을 입고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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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을 낮추는 명사 - 자취방에 놀러온 친구가 정장을 입고 오다
  • 차성진 목사
  • 승인 2019.09.24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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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진 목사의 SNS 세대와 소통하는 글쓰기 ⑩

, 뭐 하냐?”

그냥 집에서 티비 보지. ?”

놀러간다.”

그래.”

놀러온다는 말에 명석이는 트렁크 팬티만 입던 차림 그대로 티비를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시간 후 집에 도착한 평강이는 맞춤 정장에 구두까지 신고 나타났습니다. 명석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습니다.

, 무슨 일이야?!”

? 놀러왔는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명석이의 황당함이 이해가 가지요. 글에서는 명사가 바로 이 정장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글을 경직되고 뻑뻑하게 만들지요. 끊기는 느낌 때문에 가독성도 떨어지고요. 다음 예문을 보겠습니다.

1. 효민이는 혜진이와 예쁘게 사귀었다.

2. 효민이는 혜진이와 좋은 교제를 나누었다.

사귀다’, ‘교제를 나누다둘 다 비슷한 의미지만 1번에서는 술어(동사), 2번에서는 명사와 술어를 썼습니다. 확실히 1번이 좀 더 읽기 쉽고 이해도 빠릅니다. 그런데 간혹 책을 많이 보시거나 특히 학술적인 자료를 많이 보신 분들은 습관적으로 2번의 형태를 사용하시곤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불필요한 명사에서 부담감을 느끼기에 최대한 명사 형태의 단어들을 빼는 것이 좋습니다. 명사의 불필요한 사용에 해당되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함께 보시겠습니다.

1. 한자어에 을()을 붙인다음 별도의 술어를 붙이는 경우. 그냥 -하다를 붙이는 것이 낫습니다.

- 반응을 나타내다 -> 반응하다

2. 술어를 굳이 명사형을 바꾼 경우. 이 경우는 정말 불필요하지요.

- 불편함이 있다 -> 불편하다

3. 술어일지라도 명사+하다의 형태보다는 대체 가능한 우리말 술어가 있다면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 지양하다 -> 따르지 않다, 피하다, 하지 않는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명사의 사용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글 초반에 정장을 예로 든 것처럼 장점 또한 정장과 비슷합니다. 글을 진지하고, 학술적이며, 지적으로 보이게 만들지요. 글쓴이의 목적이나 의도하는 분위기에 따라 오히려 명사를 더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필자는 필자의 용돈을 금하는 아내의 조치에 대하여 애석함의 표현을 금할 수 없음. 재고하여 배우자의 입신양명에 기여하기 바람

그러나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내 생각을 전달하는데 글을 쓴 목적이 있다면 (심지어 논문과 같은 학술적인 글일지라도), 이러한 표현들은 접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차성진 목사 / 임마누엘 덕정교회 담임,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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