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과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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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과 신앙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9.09.24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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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78)

예전 우리가 사용하던 화장실은 대부분 재래식 화장실이었습니다. 겨울이면 똥이 날카로운 고드름 창이 되어 몸에 닿을 듯 해 난감 하던 때도, 한여름 물바다가 돼서 조그만 돌이라도 떨어지면 똥물들을 피해야 하는 어려움도, 차츰 나이가 들며 재래식 화장실에서 퍼 담은 똥통을 어깨에 메고 밭에 거름으로 날랐던 경험도 있습니다. 

화장실이 수세식으로 바뀌어 화장실에서 물이 내려가는 걸 처음 본 건 아마 중학교 때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담임선생님이 그 수세식 화장실에 우리를 데려가서 일렬로 세우고 친절하게 화장실 물을 이렇게 내리는 거라 가르쳐 주셨습니다. 지금의 화장실은 그 때에 비하면 아주 호화로운 별장입니다. 때론 그 화장실에서 밥을 먹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청결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고급진 향수를 뿌리기도, 은은한 조명이 화장실에 더 머물러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과거 재래식 화장실은 불편했습니다. 지금의 화장실은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불편한 화장실을 사용했던 과거보다 이렇게 화려한 화장실을 사용하는 지금 사람들은 더 행복을 느끼고, 충만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까요?

요즘 미국과 유럽 부흥회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섰다고 하지만, 확실히 선진국들과는 조금의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도 있구요. ‘아! 이래서 선진국이구나’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봄철 미세먼지나 황사를 겪어 본 사람들은 ‘그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산 사람들은 도저히 다시 한국에 들어와 살 엄두를 못내겠구나’ 하는 마음도 들 겁니다. 과거 재래식에서 수세식으로 환경이 바뀌듯, 가난한 나라에서 잘사는 나라가 되었듯, 이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으로 가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생활이 윤택해 지기도 했고, 편리해 지기도 했고, 공기도 맑은 곳에 살지만 ‘삶으로 충만한 사람’들의 모습은 그리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유럽에 있는 교회들이 서로 아파하며 몸살을 앓기도 하구요, 조금이라도 마음에 불편함이 있으면 그걸 이기고 견뎌내기 보다는 이 교회 저 교회로 옮겨 버리는 모습입니다. 교회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 싶으면 주님께 나아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서로 나뉘어 싸우는 게 먼저인 듯 한 모습이기도 하구요.

인간은 영적인 존재라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로 충만하지 않으면 세상 그보다 더 좋은 환경, 좋은 혜택을 받고 살아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걸 새삼 절실히 느끼는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첫 번째 모습들은 ‘계산하는 신앙’이고, 두 번째 모습은 ‘감사를 잃어버린 신앙’이랍니다.

인간을 편리하게 하는 수많은 도구들과 환경 속에서도, 편리함만 쫓는 신앙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 없이 살 수 없는 인생임을 알고, 그 은혜를 잃지 않으려고 작은 몸부림이라도 치는 신앙 이것이 정말 이 세대에 필요한 모습 아닐까요.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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