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은 감기가 아니다
상태바
독감은 감기가 아니다
  • 송태호 원장
  • 승인 2019.09.19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네의사 송태호의 건강한 삶 ⑬행복한 신앙

독감을 독한 감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독감은 감기와는 다르다.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도 다르고 증상도 감기보다 훨씬 심할 뿐 아니라 감기보다 전염력도 굉장히 세며, 무엇보다도 독감에 의한 합병증이 많다. 특히 연로하신 어르신이나 아직 자라고 있는 영유아들의 경우에는 심각한 합병증으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는 병이다. 감기는 예방접종이 없지만 다행히 독감에는 예방접종이 있다.

매년 9월부터 11월은 독감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시기다. 예방접종은 자동차 보험과 같다. 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시간과 비용을 버리게 되지만, 만약 병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예방접종으로 획득한 면역의 덕을 톡톡히 볼 수 있다. 독감예방접종도 예전에는 한가지 였던 것이 요즘은 몇 가지로 늘어났다. 따라서 나도 접종을 위하여 병원에 온 환자들에게 설명할 거리가 늘었다. 독감은 다른 예방접종 같지 않게 매년 맞아야 하는가를 물어보는 환자부터 기존의 독감백신과 다른 4가 백신에 대해 설명하고 어떤 백신을 맞을 것인가를 일일이 의논하다 보면 진이 빠진다. 그나마 나라에서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무료로 접종 해 드리는 백신(3가 백신)이 한가지인 것이 다행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겉 표면에 두 가지 항원을 가지고 있다. H(헤마글루티닌)와 N(뉴라미다제)이다. 이 2가지 항원은 각각 아형을 가지는데 H가 15가지 N이 9가지이다. 따라서 산술적으로는 모두 135가지의 독감 바이러스가 있다고 하겠다. 이 모두가 사람에게 독감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역사적으로 수십만의 사람을 죽인 스페인 독감은 H1N1이고 유명한 홍콩독감은 H3N2 바이러스가 일으켰다. 이처럼 전 세계적인 대규모의 감염을 일으키는 독감을 A형 독감이라고 한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도 유행했던 신종플루는 스페인독감을 일으킨 H1N1이 변이된 것이다. 이에 반해 B형 독감은 한 지역에서만 유행하며 증상도 약하다.

매년 유행하는 독감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에 3~5월이 되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그 해에 유행할 바이러스 아형을 A형 2종, B형 1종 정해 발표하게 되고 이 정보를 토대로 백신을 만든 것이 현재의 3가 독감 백신이다. 하지만 이 3가 백신이 소규모의 유행을 막는데 자꾸 실패해 WHO에서는 2012년도부터 유행할 B형 독감바이러스의 개수를 하나 더 지정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4가지 아형의 독감을 예방하는 백신이 4가 백신이다. 게다가 올해는 WHO에서 바이러스 아형을 늦게 발표했다. WHO만 바라보고 있던 제약회사들이 서둘러 백신을 만들었지만 예년에 비해 늦어져 국가무료독감사업도 10월 중순으로 밀려 시행한다. 

그런데 왜 독감예방접종은 매년 해야만 효과가 있다고 할까? 독감바이러스의 특징 때문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사탄과 같다. 사탄은 여러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 나의 약한 마음을 공격하여 시험에 들게 한다. 혹 범죄자 몽타주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항상 그 옆에는 범죄자가 수염을 길렀을 때, 머리를 길렀을 때처럼 변장한 사진이 같이 붙는다. 사람은 그대로이지만 모양을 약간 바꾼 범죄자처럼 독감바이러스도 아형은 그대로 이지만 약간의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매번 새로 만든다. 대표적인 것이 신종플루다. H1N1의 아형을 가진 스페인 독감바이러스와 같지만 약간의 변이를 통해 백신을 속였던 것이다.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당시 부랴부랴 다시 백신을 만들어 전 국민 대상으로 무료 접종했던 기억이 난다.

모든 백신이 그렇듯 접종한다고 바로 효과가 나타나진 않는다. 항체가 생기는 데 짧게는 2주 길게는 4주가 걸린다. 반복적으로 접종한 아형이 아니라면 효과는 대개 6개월에서 1년이다. 따라서 매년 접종을 해야 한다.
우리의 기도생활이 사탄의 시험을 막는 것 처럼 예방접종은 독감을 막아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 송내과 원장·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