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잠깐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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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깐만요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9.09.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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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77)

14년 동안 월요일에 한 번도 쉬어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노회 정충원 목사님의 부교역자 시절 이야기입니다. 정 목사님이 부교역자로 시무했던 교회는 성도가 200여명쯤 모이는 교회였는데, 당시 담임목사님이 워낙 유별난 분이셔서 365일 중 366일을 교회에 출근해야 할 정도였답니다. 퇴근도 밤 11시나 돼야 하시기 때문에 부교역자들도 그렇게 함께 생활해야 했다 하구요. 담임목사님은 외부집회나 심지어 헌신예배 한번을 나간 적 없구요. 


정 목사님은 “직영으로 교회를 건축하며 거의 매일 작업을 해봐서, 지금 웬만한 공사는 눈으로 ‘턱’ 봐도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고, 견적이 얼마쯤인지 알 수 있다”며 웃으며 말했습니다.

1991년, 부교역자 한 달 사례비 36만원을 받고 생활하는데, 어느 날 정충원 목사님의 사모님이 건축헌금 1,500만원을 작정하자고 했답니다. 그때 1,500만원짜리 집에 세 들어 살고 융자도 1,000만원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어려우니 건축헌금을 하자고 말한 겁니다. ‘그래요 합시다’ 하면 감당할 힘이 없고, ‘못한다’고 하면 믿음 없는 남편, 사역자가 되어 버릴 것 같고…. 고민 끝에 정 목사님은 사모님에게 “아~ 잠깐만요~ 기도 좀 해보구요”라 말했지만, 어쩔 수 없이 작정했다구요.


어떻게 이 돈을 마련하나 싶은 그때, 여수에서 숭실대학교에 진학한 큰 조카가 정 목사님 네로 들어와 같이 생활하게 되었구요. 큰 형님이 한 달 50만원씩을 주셨는데 양해를 구하고 그 50만원을 1000만원짜리 적금에 몇 달 부어 융자를 받아 1000만원 헌금을 했고, 3년 후 여차저차해서 생긴 500만원까지 교회에 헌금할 수 있었다네요.


차에서 함께 있던 우리 노회 목사님들은 깔깔거리며 웃다가, 기가 막혀 웃다가, “아~ 그런 교회 그만두지 그랬어요?” 하며 정충원 목사님의 이야기이자, 간증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세월이 좋아져 한 달 사례비가 얼마냐 먼저 묻기도 하지만, 20여년 전 부교역자 생활을 경험한 목사님들은 대부분 동감할 내용들이 그래도 제법 있었습니다.

하나님 당신이 계신 곳에 초대받아 함께 저녁식사를 할 자 누구입니까? 친구에게 해를 끼치지 말고 이웃을 탓하지 말며 비열한 자들을 경멸하여라. 손해가 나더라도 약속을 지키고 정직하게 살며…(시편 15편) 정충원 목사님은 부교역자로 시무하던 교회를 이야기해도 당신은 그렇게 목회하지 않지만, 이런 마음이 있었기에 ‘주님이 정 목사님을 도와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경쟁해야 하고, 무언가 이루어야 하고, 바쁘다는 게 성공했다는 걸로 인식되고 있는 세상. 자기 자신에게는 이기적이고, 타인에게는 사기적(?)이고, 하나님께는 배타적인 모습을 많이 갖고 사는 이 땅에서, 조금은 손해 볼 줄 아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본질적인 것에서는 진리 수호를 지엽적인 것에서는 관용을 베푸는 그리스도인 말입니다.

정충원 목사님의 어수룩할 정도의 맹탕 같은 간증은 계산 많은 이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아~~ 잠깐만요~~”,“지금 제대로 가고 있어요?”하는 듯 했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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