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인쇄 '큰 손' 보진재, 사업 철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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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인쇄 '큰 손' 보진재, 사업 철수한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9.1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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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년된 국내 최장수 인쇄 기업… '경영악화' 이유 '씁쓸'
▲ 보진재 홈페이지 갈무리.

해마다 300만권 이상의 성경을 인쇄하고 있는 국내 최장수 인쇄 기업 ‘보진재’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인쇄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보진재는 지난 3일 전자공시시스템 ‘다트’를 통해 오는 11월부로 인쇄업 분야 영업을 정지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계속적인 적자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인쇄업 철수”라는 영업정지 사유가 전해지면서 인쇄 산업의 위기를 실감하게 하고 있다.

보진재 관계자는 “10년째 적자가 이어졌다. 중단 사업부분 자산매각을 통해 회사의 수익성 및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면서도 “사업구조 재편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전해진 바가 없다”고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보진재는 지난 1912년 창업주 김진환 1대 사장이 설립한 이래 107년째 국내 인쇄 산업의 ‘큰손’으로 활약해 왔다. 현재는 창업주의 3대손인 김준기 사장이 보진재를 이끌고 있다. 1933년에는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을 인쇄했고 1955년부터 10년간 초등학교 국정 교과서를 찍기도 했다. 

특히 성경 인쇄에 있어서는 상당한 기여를 했다. 보진재는 1920년대부터 성경과 찬송가 인쇄를 시작했다. 한 때는 전 세계 성경의 30%가 이곳에서 인쇄되기도 했다. 얇은 종이에 글씨를 새기는 '박엽지 인쇄 기술'이 여타 인쇄소에 비해 탁월했던 것이 주효했다. 대한성서공회(사장:권의현)도 지난 1956년부터 보진재를 통해 성경을 인쇄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63년째다.

대한성서공회의 한 관계자는 “인쇄로 가업을 이어온 보진재가 인쇄업계에서 지니는 위상은 상당하다. 성경과 관련해서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 성경도 오랫동안 이곳을 통해 나왔다. 해외 성경의 경우 1973년부터 이곳에서 인쇄가 시작됐으니 벌써 46년째”라며 보진재의 인쇄사업 철수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성서공회는 현재까지도 적지 않은 양의 인쇄 업무를 보진재에 맡기고 있다. 한 해 성서공회가 찍는 성경은 해외용 600만 부, 국내용 50만 부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조금 못 미치는 분량이 보진재에서 인쇄되고 있다. 보진재에서도 성경이 차지하는 수익 비중이 전체의 10%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진재는 최근 성서공회에 사업 철수 소식을 전했고 공회에서는 대응을 고심 중이다.

보진재는 추후 학습지 전문 회사에 매각될 전망이다. 해당 업체는 학습지 사업에만 전념할 예정이기 때문에 성경 인쇄는 인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종 업계에서는 보진재의 철수 이후 기존 물량의 재편을 민감하게 분석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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