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기독교인들, 아비규환 시위에 ‘평화적 해결’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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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기독교인들, 아비규환 시위에 ‘평화적 해결’ 촉구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9.0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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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해결 주도…시위대 ‘복음성가’ 합창할 정도로 영향

지난 6월 9일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이른바 송환법 개정을 두고 도심 곳곳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13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기독교인들이 민주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주도하는 등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국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31일(이하, 현지시간) 홍콩 센트럴지역에서는 당국의 불허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대대적 시위를 벌였다. 

특히 이 가운데 홍콩 기독교인들은 가톨릭계와 손잡고 사전 신고가 필요 없는 ‘종교집회’를 개최해 십자가를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송환법 폐기 및 직선제 실시’ 등 민주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치의 회복과 평화를 위해 기도회를 열고, 물대포와 최루탄까지 동원한 경찰의 무력 진압을 비판하며 안전을 위협받는 시위대에는 음식과 쉼터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홍콩성공회 주교들은 지난 20일 성명서를 통해서도 “도시에 파고든 긴장이 불안과 고통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경찰과 시민들 사이의 충돌은 갈수록 더 예민해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기독교인들은 현재 상황과 관련해 미움이나 증오로 반응하지 말고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홍콩 기독교협의회 역시 8월 초 21개 종단 지도자들과 함께 발표한 ‘평화를 위한 기도문’에서 “시위가 점차 과격해지고 있다. 사람들이 생명을 소중히 여겨 자신과 타인을 해하지 않도록 기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가 오로지 법 개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시민들을 상대로 한 경찰의 무력 진압과 충돌 사건에 관해서도 독립적인 조사를 시작해 달라”며 송환법의 조속한 철회와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에 홍콩 시위대들이 복음성가인 ‘싱 할렐루야 투 더 로드’(Sing Hallelujah to the Lord)를 공식 합창곡으로 지정할 정도로, 기독교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이번 시위의 직접적인 계기는 올해 2월 대만에서 한 홍콩인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피한 사건이었다.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았던 홍콩은 자국인이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를 대만으로 넘길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자국에서 일어난 범죄만 처벌하는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홍콩은 해당 남성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도 없었다.

이후 여론이 고조되자 홍콩 당국은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마련했다.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는 송환법이 제정될 경우, 중국이 반중 인사를 송환하는 등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결국 시민들은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치로 지난 6월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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