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만만한 게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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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만만한 게 기독교?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9.02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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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콘텐츠들 가운데는 ‘기독교’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 사이비종교를 소재로 다룬 스릴러 드라마 ‘구해줘’의 경우, 2017년 방영돼 큰 호응을 얻어 올해 시즌2까지 제작됐다. 목사와 장로가 성도들을 대상으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상식선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광신도들의 무지한 헌신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크리스천들이야 단번에 ‘이단’임을 알아채겠지만, 논크리스천들이 보면 정통개신교를 오해할만한 소지가 다분하다. 이 같은 이유로 한 기독교단체는 제작사를 상대로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끝내 기각됐다.

어디 이뿐인가. 얼마 전 시작한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서도 등장인물 중 한 명은 “내가 교회 집사인데 거짓말 하겠느냐”고 말하지만 결국 살인까지 저지른다. 이 밖에도 ‘믿음·소망·사랑’이란 글귀가 적힌 현판이 클로즈업되는 등 곳곳에는 기독교 폄하 요소가 숨어있다. 이러한 두 드라마를 모두 본 시청자로서 기자는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마저 느꼈다. 온라인상 ‘역시 기독교는 사기집단’ ‘교회는 하나님 팔아 장사하는 곳’이란 댓글들에는 ‘만만한 게 교회인가?’란 생각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마냥 남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디어가 묘사한 악덕 기독교의 모습을 전부 이단들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개독교’로 불리는 크리스천들의 그간 행실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극도로 혐오하는 직장 상사가 기독교인인 걸 알고 나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교회는 거른다던 모 청년의 사례가 방증하듯이 작금의 미디어 속 ‘안티 교회’의 실상은 신앙과 삶이 분리된 교인들, 소위 개독들이 자초한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크리스천들이 믿음과 행동이 좀 더 일치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오늘날 교회가 이토록 만만한 집단이 됐을까.

지난 주일예배 때 들은 예화가 참 흥미로웠다. 내용인 즉, 하나님의 자녀들이 마트 시식코너에 진열된 ‘샘플’이 되자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맛본 작은 군만두 조각 하나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것처럼 성도들도 가정과 회사, 학교에서 작은 예수로 살아가며 전도하자는 말이다. 개독교는 분명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개독교란 이미지에 갇혀버린 크리스천들은 스스로 이를 깨고 나와야 한다. 세상은 기독교를 향해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각자가 처소에서 그리스도의 샘플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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