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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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는
  • 김인영 장로
  • 승인 2019.08.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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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장로/노원창일교회·전 KBS 보도본부장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는 문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처음 언급했다. 물론 긍정적 의미로 쓴 말이다. 개혁과 나라 미래에 대한 열정과 각오를 담은 말이다. 이 말이 거꾸로 의미를 담아 부메랑이 된지 오래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가 사고 공화국이라는 비아냥부터, 최저임금 인상 여파와 경제불황을 풍자하는 등 여러가지 변형이 나온다. 무엇이든지 잘못되고 부정적인 것엔 다 갖다 붙인다. 주로 반대진영에서 던지는 말들이다. 때론 거칠고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말이다. 청와대도 점잖은 대응으로 일관하진 않는다. 때론 더욱 격하게 더 공격적으로 반응을 한다. 그러는 사이 말의 품격은 찾아보기 어렵다.

온 나라가 말로 나뉜다. 언론이 나뉘고 단톡방이 나뉘고 댓글이 나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언어가 다르고 보는 눈이 다르고 인식이 다르다. 확증편향이 갈수록 심해진다. 초연결의 시대에 다들 외눈박이가 되어가는 듯하다. 정치인들만 그런 게 아니고 보통사람들까지 나뉜다. 8.15 광복절 거리는 태극기 부대와 촛불로 나뉘었다.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하나님의 자녀들도 예외가 아니다. 교계도 나뉘고 목회자도 나뉘고 성도들도 나뉜다. 때론 신앙보다 이념이 우선하는 듯한 모습도 종종 보게 된다. 내편 아닌 자들에 대한 미움과 분노, 혈기가 솟는다. 용서와 관용, 화합이나 통합은 인사말 단어가 된 느낌이다. 뜻있는 이들의 걱정과 한숨이 도처에서 터져 나온다. 그래도 대통령과 집권층은 내 길만 간다는 자세인 듯 하다. 좋은 나라 건설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봐야 하겠지만 한편에선 그들만의 나라가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쏟아진다.

이 시점에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의 모습을 다시 묻고 싶다. 과연 그 나라는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인가? 더 이상 기득권층은 없고 일제의 잔재도 없고 적폐도 없는 나라인가? 너무나도 정의로워 반대자가 하나도 없는 나라인가? 남과 북이 대등하게 하나가 되어 더 이상 전쟁 걱정 없게 된 나라인가?

진보와 보수를 거쳐 여러 정권이 지나 갔다. 정권의 특성은 한결같다. 힘이 있을 땐 모든 것을 다할 수 있을 것처럼 한다. 현실이 어려우면 언론 탓을 한다. 비판에 귀 기울이기보단 그냥 밀어 붙인다. 반대파는 낙인을 찍어 멀리한다. 모든 게 여의치 않으면 선거에 초점을 맞춰 무리수를 둔다.

하나님께 여쭤본다. 지금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이 나라의 미래 모습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자녀와 교회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내 자신에게 묻는다. 내 눈 속에 대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티만 보지 않았는가? 남보다 나를 낫게 여기지 않았는가? 편 가르고 당 짓는데 앞장서지 않았는가?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으로 살았는가? 감사의 조건을 다 잊고 원망과 불평을 일삼지 않는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를 잃어버린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가? 

편 가르고 원수 맺기 쉬운 시절에 “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는 말씀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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