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섬기겠다면 사전조사 철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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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섬기겠다면 사전조사 철저해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9.08.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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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한국선교신학회 정기학술대회 개최

‘선교적 교회’는 더 이상 낯선 단어 아니다. 선교사를 파송하기만 하는 교회를 넘어 스스로가 선교적 교회가 돼야 한다는 논의는 이제 한국교회 곳곳에 익숙하게 퍼져 있다. 그렇다면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선교적 교회가 되고자 노력하는 곳은 얼마나 될까.

한국선교신학회는 지난 23일 ‘한국사회에서 선교적 교회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제4차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대회에서는 선교적 교회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다양한 목회 현장의 사례가 공유됐다.

‘커피와 교회’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형태의 카페교회를 개척한 안민호 목사가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섰다. 많은 사람들이 카페교회를 말하면 ‘돈’에 대한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카페 수익은 어떻게 되는지, 목사의 사례비는 어떻게 되는지 묻는다. 하지만 그에게 생존의 일터나 수익 사업 현장이 아니라 주민들을 만나 복음을 전하기 위한 통로다.

안 목사는 “만약 어떤 사람이 부부싸움을 하고 홧김에 집을 나왔다고 생각해보라. 어디서든 위로를 받고 쉼을 얻고 싶은데 눈앞에 두 개의 건물이 있다. 하나는 교회고 하나는 카페다. 냉정히 말하자면 대다수의 사람들, 심지어 믿는 사람들조차 교회보단 카페를 찾는다”면서 “교회가 교회 안 성도들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겠다면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2012년 문을 연 커피와 교회는 현재 갈월동으로 공간을 확장하고 의정부에도 2번째 교회를 개척했다. 크진 않지만 소박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공간은 마을 주민들의 쉼터이자 복음의 통로로, 지역교회 목회자들의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누군가는 우리 교회를 보며 목회자의 이중직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선교적 일터’의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며 “주민들과 만나고 접촉하고 교제를 나눠야 복음을 전할 수 있다. 그 방법에 대해 한국교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로 잘 알려진 성암교회 담임 조주희 목사가 발제를 이어갔다. 그는 복지제도가 점점 확대되고 많은 교회들이 지역 주민들을 섬기는 프로그램에 대해 활발하게 고민하는 지금일수록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프로그램과 중복되지 않고 지역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목사는 “우리 교회에서 노인대학을 연 적이 있다. 그런데 노인대학이 끝나면 어르신들이 급하게 어디론가 가시는 것이 아닌가. 다른 노인대학에 가서 선물을 받으려 걸음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알아보니 지역에 수많은 노인대학들이 이미 포화상태였다”면서 “지역주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 입장에선 좋은 의도로 하는 일이지만 지역에 수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락해 아무도 찾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조언했다.

성암교회는 바오밥나무카페와 어린이를 위한 다섯콩작은도서관, 독거노인들을 위한 안부사역, 방과 후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친다. 이 중 카페와 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름을 공모하고 상금을 거는 등 시작부터 주민들과 소통하려 노력했다. 카페의 경우 교회사정으로 문을 닫거나 교회 행사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교회 홍보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가 그동안 지역사회에 대해 아예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교인 수 증가라는 전제를 가지고 시행돼 지역사회와 분리현상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젠 목회 현장을 교회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교회가 속한 지역으로까지 확장시켜야 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교회의 마을과 마을의 교회’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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