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입구 같은 곳에도 복음의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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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입구 같은 곳에도 복음의 빛을!
  • 노경실 작가
  • 승인 2019.08.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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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86

마가복음4:22-23> 이는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라 일렀으되 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과 요단 강 저편 해변 길과 이방의 갈릴리여 흑암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치었도다 하였느니라

요즈음 나는 종로 3가에 종종 가고 있다. 돈의동 쪽방쉼터가 있어서다. 그곳에서 지인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기에 나는 올 7월부터 예배나 그 외 작지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미로같은 골목 안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쪽방들 칸칸이 사람들이 살고 있다. 한낮에는 일을 하러 나가거나 각자의 볼 일로 쪽방 골목은 대체로 조용하다. 그러나 남아 있는 사람들은 길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진한 술자리를 즐기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쪽방촌 골목 안에서 유일하게 깨끗하고 번듯한 건물인 쪽방쉼터로 하루에 한 두 번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다. 생수나 과일, 뜨거운 햇볕을 가릴 수 있는 여름 냉방옷, 선풍기 등등 기업이나 사회 구호단체 등등에서 지원하는 물품 등을 받으려고 줄 지어 서있는 모습도 종종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곳은 ‘혹서기’나 ‘혹한기’에 가장 바쁘다. 지병이나 자살 등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꽤 된다.   
 
밤이 되면 그곳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내가 알기로 그곳은 서울에서 가장 게이바(술집), 게이 클럽 등이 많다. 청소년으로 보이는 연령대부터 심지어는 일흔이 넘어 보이는 게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내가 게이라고 말하는 것은 남성동성애자들이 거의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 동성애자들의 모습도 만만찮다. 

돈의동 한 가운데에 쪽방 밀집촌이 있어서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병들고, 쫓기고, 혹은 아무도 없어서 혼자 살아야 하는 자들이 살고 있다. 온갖 사연을 안고 오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해서 ‘동방마을’이라는 별칭도 있다. 그런데 쪽방촌 주위를 빙 둘러 수많은 게이바들이 성벽처럼 둘러 서 있고, 종로3가 역 쪽으로 나오면 금은보석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진풍경이 아닌가! 

더 기막힌 풍경이자 서글픈 것은 쪽방촌 옆 있는 오래된(?) 교회이다. 초동교회. 1945년에 설립된 이 교회. 74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 그러나 교회는 마치 호흡이 겨우 살아남은 듯한 모습니다. 정말 ‘오래된 교회’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듯한 모습.

또 한 그림이 있다. 10미터 정도 되는 횡단보도를 건너면 요즘 뜨고 있는 익선동이 있어서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그곳은 세상의 온갖 예쁜 물건들, 맛난 것들로 젊은이들의 웃음소리, 카드 긁는 소리로 요란하다. 그곳은 전쟁도, 미움도, 배고픔도, 병들고 죽는 것도 멈춘 듯한 세상처럼 보인다. 눈에 보이는 대로만 말하자면 돈의동은 지옥 입구 같고, 익선동은 판타지 세계로 들어가는 문 앞 같다.  

돈의동이든, 익선동 쪽이든 지하철 종로3가역, 3번 출구에서 나와 긴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수록 역겨운 냄새가 훅하는 더운 공기와 함께 가슴을 짓누른다. 지린내다. 쪽방촌과 게이바들이 즐비한 골목골목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부로 소변을 보고, 침을 뱉고, 담배연기를 내뿜고, 술로 인한 토악질을 했는지… 계단을 오를수록 숨을 쉬기 힘들어진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 지옥을 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시 뒤돌아 가고 싶을 정도로 악취는 여름날의 열기와 뒤섞여 숨통을 막는다.

성경 말씀처럼 ‘흑암에 앉은 사람들, 사망의 땅에 앉아 있는 사람들, 그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죽음의 땅으로 가는 느낌이다. 특이한 것은 모두 ‘앉아 있는’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쪽방촌 사람들, 밤마다 몰려오는 동성애자들, 갖가지 연유로 쫓기는 자들…, 그들이 이곳으로 오는 것은 결코 무덤으로 삼아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 살려고, 살아내려고, 살고 싶어서 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삶은 여전히 흑암에 주저앉아 버리게 되고, 사망과 어두운 그늘 속에 드러눕듯 무기력해진다. 

세상은 그래도 이곳을 기억하고 포기하지 않으려 날마다 구호와 지원을 쏟아 붓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쪽방 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쾌락의 혼란 속에서 빙빙 돈다. 옷과 먹을 것과 마실 것으로는 이들의 하루만 겨우 연명할 뿐이다. 말씀대로 빛이 비추어야 하고, 그들이 빛을 보아야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곳에서 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작은 촛불이지만 광화문광장의 촛불과는 전혀 다른 생명의 촛불을 켜려고 한다. 이 빛이 없는 이상 사람들은 여전히 지옥의 입구 같은 곳에 주저앉아 있게 된다. 그들을 빛 가운데 서있게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복음뿐임을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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