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굶어죽어도 모를 시스템…교회가 보완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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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굶어죽어도 모를 시스템…교회가 보완할 수 없을까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8.21 14: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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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탈북 모자’ 사연에서 발견된 ‘복지 사각지대’

고립된 탈북민 신앙 공동체 연결 통해 상호 정보 교류
남북 분위기 따라 탈북민 사역 ‘휘청’…“흔들림 없어야”

▲ 서울 봉천동 탈북 모자 아사 사건으로 국내 거주 탈북민들의 고립·빈곤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탈북민들과 관련 사역자들은 교회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조언했다.

10년 전 한국에 들어온 탈북여성이 최근 여섯 살짜리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조사 결과 두 사람은 ‘아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사람이 굶어죽었다는 소식은 뉴스를 접한 이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인이 주민센터를 찾아 아동수당 및 가정양육수당을 신청했을 당시 소득이 전무한 상황이었지만 기초생활급여 등 다른 복지급여가 연계되지 못한 것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과 함께 복지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없는지 긴급하게 실태조사를 지시했지만 복지 시스템에만 의존해서는 이같은 문제를 완전히 해소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고인은 외부 출입이 많지 않았고 사람들과도 격리된 채 고독하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자의 주검이 발견된 텅 빈 집 안에 성경책이 발견됐다고 한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었을까 탈북민들과 관련 사역자들에게 물어봤다.
 

탈북민 절반 “나는 하층민”

아사한 탈북민 여성 한 씨는 2009년 12월 남한에 정착했다. 초기엔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받았지만 이듬해 한 대학의 생활협동조합에 취직하면서 지원받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됐다. 이후 출산과 결혼을 했고 남편을 따라 중국에 갔다가 이혼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9월 아들과 함께 봉천동으로 이사 온 한 씨는 주민센터에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을 신청해 매월 20만원을 받았지만 아들이 만 7세가 된 올해 3월부터는 아동수당이 끊겨 이마저도 10만원으로 줄었다.

수입이 없었지만 한 씨는 장애가 있는 아들을 돌봐야 하는 까닭에 홀로 밖에 나가 일을 할 수 없었다. 가스와 전기, 수도요금이 18개월이나 밀렸고 임대료도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전입신고조차 주민센터 직원 도움 없이는 하기 힘들었다는 증언을 토대로 유추해볼 때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이 있었음에도 이를 신청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사건은 매우 극단적인 사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많은 탈북민들은 경우에 따라 한 씨 모자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탈북민들이 한 씨만큼은 아닐지라도 남한에서 자신이 사회경제적 지위상 ‘하층민’으로 전락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통일부가 실시한 ‘2018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5.9%는 남한에서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층’에 속한다고 답했다. ‘중간층’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은 52%를 차지한 반면 ‘상층’은 2.1%에 불과했다. 북한에서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묻는 질문에서는 ‘상층’이 7.2%, ‘중간층’이 56.9%, ‘하층’이 36.3%였던 것과 비교하면 많은 이들이 탈북 이후 스스로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아졌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열 명 중 한 명은 이번에 사망한 탈북 모자와 마찬가지로 “공과금을 내야하는 날짜까지 내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9.1%는 “병원비가 부담되어 진료를 받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지난 2018년 5월 1일을 기준으로 1997년~2017년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중 15세 이상인 표본 3,000명을 대상으로 대인면접조사 방법으로 실시됐다. 


소극적인 이들에게 더욱 혹독한 환경

북한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을 지낸 마요한 목사(새희망나루교회)는 “탈북민들은 고난의 행군은 물론 국경을 넘어 중국에서의 열악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생존 본능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그런 사람들도 남한에서 한두 해 살다보면 ‘열심히만 해서는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했다. 

남북하나재단이나 지역 하나센터들이 있지만 남한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탈북민에 대한 지원은 활발한 반면 조금 시간이 지난 사람들에게는 혜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각자가 알아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탈북민 한 씨의 경우처럼 자녀가 장애를 가진 경우에는 취업도 쉽지 않아 복지혜택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행정절차에 미숙하고 정보를 주는 주변의 지인이 없는 경우라면 더욱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마 목사는 얼마든지 한 씨 같은 사례가 재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 목사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적극적으로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몰라서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한 씨가 인간관계도 없이 소외된 상태였다고 들었다. 교회에라도 소속되어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민들끼리의 자체적인 모임이 교회를 통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교회의 경우 자체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신앙뿐 아니라 생활의 영역에서도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 통일부 조사에서도 탈북민들이 구직 등의 정보를 얻는 최고의 창구는 행정기관이나 민간단체가 아니었다. 많은 탈북민들이 같은 ‘북한이탈주민인 친척과 친구, 동료’(29.1%)를 통해 구직 정보를 구하고 있었다. 마 목사는 “많은 탈북민들이 신앙의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서 어려운 상황이 극적으로 좋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기도하고 정보를 주고받으면 분명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정성 있는 관심만이 해결책

북한 장교 출신의 탈북민 심주일 목사는 아무리 교회가 관심을 갖는다고 해도 사회시스템 상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번 탈북모자 사건이 비단 탈북민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해마다 독거노인들의 고독사 관련 기사가 나오고 있고 이번의 경우 탈북민이라서 좀 더 부각됐을 뿐 이라는 것이다. 

심 목사는 당 일꾼들이 한 달에 열다섯 명 내지 스무 명과 개별로 담화를 하고 자기에게 속한 모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는 북한의 상황과 남한의 현실을 비교하면서 일부 탈북자들이 남한 목사들에 대해 “북한 당 일꾼보다 못하다”며 우스갯소리를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교회에 출석해도 교회의 담임목사나 부목사를 만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너무 많이 만나면 감시 받는다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지만 관심과 감시는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심 목사는 “탈북민 문제에 대해서는 탈북 목회자들이 나서서 껴안고 가고 싶지만 이를 감당할 힘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교회는 세웠지만 정작 탈북민들조차 작은 탈북민교회보다는 이름 있는 대형교회를 선호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는  책임 있는 교회들이 탈북민을 포함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사역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영안교회(담임:양병희 목사)는 지난 2000년부터 적극적인 탈북민 사역을 전개하고 있다. 교회의 전체 선교비 가운데 10분의 1 가량이 탈북민 지원사업에 쓰인다. 교회는 탈북민들을 위한 법률 상담과 의료 지원은 물론이고 합동결혼식과 초기 정착금 지원, 생활비 지원, 금융 지원 사업 등을 폭넓게 전개하고 있다. 특히 탈북민 사회의 게토화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을 남한 가정과 결연을 맺어주고 있다. 가정 초청 행사는 매월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탈북민들은 남한 사회를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신앙 정착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양병희 목사는 “탈북민들끼리의 자체적인 모임도 의미가 있지만 그들끼리만 모이면 발전이 더디고 폐쇄성이 짙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안의 3만 4천여 명의 탈북민들을 품지 못하면서 통일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런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교회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탈북민들에게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북민들에게는 엄청난 저력이 있다. 조금만 도와주면 교회뿐 아니라 미래 통일한국에도 귀중하게 쓰일 일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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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9-08-24 21:45:39
탈북모자 아사사건 당사자인 탈북여성 한성옥씨와 그 아들을 극우세력의 선동물로 이용하지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