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을 들썩이게 한 600여 성만가족 “행복이 넘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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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을 들썩이게 한 600여 성만가족 “행복이 넘쳐요”
  • 속초=이인창 기자
  • 승인 2019.08.2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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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부천성만교회 ‘우리들의 여름이야기’

2014년 시작…매년 ‘신앙공동체성’ 쑥쑥 자라나
이찬용 목사, “공동체 안에서 누리는 영성 중요”

▲ 부천성만교회는 올해 '우리들의 여름 이야기'를 위해 600여명 교인들과 강원도 속초를 찾았다. 조별 일정을 마친 성만패밀리가 낙산해수욕장에 모여 행복한 시간을 누렸다.

한 여름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14일 아침 9시, 경기도 부천시 성만교회(담임:이찬용 목사) 앞 도로에는 600여명이나 되는 성도들이 열기를 더하는 햇볕에 아랑곳 않고 모여들었다. 도로가에는 대형 관광버스들이 이미 도열 하듯 주차되어 있다. 

현장에서 만난 형형색색의 티셔츠를 맞춰 입은 성도들은 한껏 들떠 있다. 장로님부터 유치부 아이들까지 얼굴 한가득 웃음이 넘친다. 여행이 주는 설렘을 아는지 엄마 품에 안긴 아이들까지 신기하다는 듯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이날은 부천성만교회가 진행하고 있는 ‘우리들의 여름이야기’ 1박 2일 여행 미션이 시작되는 날이다. 예년 같으면 조별로 떠났던 여행을 올해는 강원도 속초 일대로 전 성도들이 떠난다. 이찬용 담임목사는 또 다른 방식의 성만패밀리, 신앙공동체를 경험해보도록 연초 전 교인이 함께하는 여행을 구상했고, 이윽고 실천으로 옮길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버스에 오르기 전, 교인들은 기념영상을 촬영했다. 나지막하게 떠오른 드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이 그토록 재미날까? 성도들의 모습에서 순수가 읽힌다. 성만교회 ‘우리들의 여름 이야기’를 직접 동행했다.

▲ 속초 일대에서 각 조별로 일정을 소화하며 한 여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여·기’는 믿음의 상승효과 만들죠”
잔치처럼 진행되는 ‘우·여·기’는 2014년 시작됐다. 성만교회에 등록된 교인이라면 10개조에 반드시 편성될 수밖에 없다. 교회 직능부서는 조별 편성을 위한 기준일 뿐, 하나의 조로 엮이게 되면 연령과 부서, 성별 등 제각각이다. 중고등부만 되도 부모와 다른 조가 된다.

해마다 조원들이 바뀌기 때문에 막 출발한 버스 안에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만들어진다. 금방 마음을 열고 대화는 끝없이 이어진다. 신앙공동체의 힘이 이런 것이 아닐까. 

‘우·여·기’는 조장과 남녀 총무의 섬김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전체 준비를 위해 앞에 서는 리더는 개인시간과 필요에 따라 재정도 들여야 한다. 여행 중 만난 그들은 그 부담이 은혜고 감사라고 했다. 그렇다고 부담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올해 처음 총무로 섬기게 된 전주영 집사는 “혹시 조원들이 불편해 하지는 않을까 준비해가는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잠도 오지 않을 정도로 긴장했다”면서 남편 장석만 집사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으며 조원들을 챙기느라 동분서주 했다. 

버스 2대가 움직일 정도의 조별 인원이니 필요를 맞추는 데는 어려움도 있을 법했다. 하지만  9조 조장을 이끌고 있는 최장문 장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 장로는 첫해부터 지금까지 조장을 맡고 있다고 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우리들의 여름 이야기도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 같아요. 조별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교인들이 죄다 양보해주고 협력해주는 분위기가 더 자리 잡히는 것 같습니다. 찬조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이 그 증거예요. 문화가 되면서 상승효과가 일어난다고 할까요?” 

늦은 점심 즈음 속초시내에서 좀 떨어진 한적한 리조트에 도착했을 때, 조장과 총무들은 언제 준비했는지 과일과 과자, 음료 등 갖가지 내용물을 꼼꼼하게 싼 간식 주머니와 아침 식사거리를 나누어주었다. 

재미있는 점은 10개조가 동시에 출발했는데 그 시간 숙소에 도착한 것은 같이 버스에 탄 조 뿐이라는 사실이다. 다들 조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속초와 강릉 일대를 이곳저곳 누비고 있었다. 성수기라고 하지만 관광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속초 일대를 600명이 다니며 활력을 불어넣은 셈이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리조트 수영장에서 어른부터 아이까지 물놀이를 했다. 다른 조는 급류를 탔고, 또 다른 조는 속초중앙시장에서, 해변에서 곧 다시 오지 않을 여름인 것처럼 지금을 누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리들의 여름 이야기’를 위해 전 교인이 떠났기 때문에, 보통의 경우라면 저녁시간은 영성집회나 기도회를 예상할 법했다. 그러나 성만교회 ‘우·여·기’에서는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갔다.

▲ 조별 일정을 마친 성만교회 성도들은 낙산해수욕장에 모여 하나의 공동체임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낙산해수욕장 우리가 접수한다”

흩어져 있던 10개 조는 저녁식사를 마치자마자 버스를 타고, 동해바다 낙산해수욕장으로 집결했다. 이미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바다 입수는 중단됐고, 해수욕객들이 떠난 자리를 성만패밀리가 접수했다. 

모래사장에 커다란 직사각형 성만교회 플래카드를 내어놓고 성도들은 조별로 모였다. 줄다리기를 하고, 릴레이 달리기를 하며 경쟁했다. 승부는 중요했지만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졌다고 이겼다고 하지만 웃음은 그대로다. 

결국 이날 다른 영성집회는 없었다. 여름수련회면 으레 있던 예배가 왜 성만교회 ‘우·여·기’에는 없을까? 이찬용 목사에게 직접 물었다. 

“한꺼번에 무엇을 하려고 욕심을 부리면 안 됩니다. 우리 교회는 여름에는 공동체, 겨울에는 영성입니다. 겨울 캠프에서 우리 교회학교 학생들은 2시간씩 기도훈련을 합니다. 이 여름에 뻔한 것만 한다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우리 공동체 안에서 영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참 많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실제 여행 일정 중 소소한 시간 속에서 장로님과 권사님은 교회학교 학생, 젊은 교인, 청년들과 격이 없이 이야기한다. 이름을 알게 된다. 어른들이 자신을 불러주고 섬기는 모습을 보면서 다음세대는 신앙과 공동체 정신을 배운다. 어른들의 믿음이 아이들에게 스며든다. 

교회만큼 다양한 세대가 모여 있는 공동체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될까. 그러나 정작 교회 안에서 공동체가 얼마나 잘 구현되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성만교회 ‘우·여·기’는 바로 그런 공동체를 이뤄가는 현장이다. 

일정 중 우연히 대화를 하게 된 한 청년은 10년 전 교회를 떠났다가 올 1월부터 성만교회를 나오기 시작했다. 이 청년에게 ‘우·여·기’는 성만패밀리와 더 깊게 하나되는 기회가 되고 있었다.

김오례 권사는 “세상 가운데서 만나는 것과 다른 만남을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 같이 나이가 든 사람들이 언제 이렇게 어린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겠냐”고 감사하다고 했다.      

한바탕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숙소에 도착해 씻고 난 후 거실에서는 어른들이 일상과 신앙을 오가는 대화를 이어간다. 안방에서는 아이들이 모여 무슨 놀이를 하는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꼬맹이들도 엄마를 찾지 않는다. 

“교회가 가야할 길 보여주는 ‘우·여·기’”

이찬용 목사는 다른 교회들도 형편에 맞게 ‘우·여·기’와 같은 시간을 갖길 적극 권하고 있다. 혹시나 사고가 날까봐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려는 교회들을 향해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을 이겨내고 나가는 것이 다음세대에게 신앙공동체를 가르쳐주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우연치 않게 시작했고,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우·여·기’는 교회가 가야할 공동체성을 잘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교회들이 부서를 만들어서 교인들을 이산가족으로 만들어 공동체라고 외칩니다. 아이들이 장로님을 모르고 담임목사와는 막연합니다. 공동체를 경험하기 위한 가장 좋은 기회가 ‘우·여·기’입니다.”

푹 자고 빗소리에 아침 잠을 깼다. 창밖에서 대지를 적시는 세찬 빗소리가 기분 좋게 들린다. 백색소음을 내는 빗소리지만 강원 동부지역에만 100mm 이상 폭우가 쏟아진다고 했다. 호우경보까지 내려진 상황이어서 조별 일정이 걱정됐다.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할 걱정이었다. 계획은 세워두었지만, 조율할 수밖에 없었다. 조원들은 실망하기는커녕 주어진 환경에서 시간과 공간을 최대한 누렸다. 계곡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부침개를 맛있게 먹었다. 단출한 시립박물관도 더 이상 재미있는 것이 없다는 듯 즐겼다. 점심을 먹고 4시간을 달려 해거름에야 성만교회에 도착했다. 성도들에게 교회는 집처럼 아늑하고 반갑다. 

‘우·여·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성도들은 교회를 청소하고 영화를 관람하고 특송을 하는 미션을 조별로 수행하고 있다. 성만패밀리는 지금도 공동체를 섬기고 신앙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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