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회 팩트체크 ③ - 첫 재판국이 내린 판결은 ‘기각’일까? ‘각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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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회 팩트체크 ③ - 첫 재판국이 내린 판결은 ‘기각’일까? ‘각하’일까?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9.08.12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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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재판국 “기탁금 안냈고, 기소 공정성 잃었다” 절차상 하자 주장

4월 29일 재판국 첫 회의에서 “기각됐다” 소문 후 최종 판결은 ‘각하’로
‘각하’는 형사소송법에 없는 용어… 판결 두 번 냈다면 일사부재의 위배

이번 총회 사태는 총회 안의 ‘세계선교위원회’라는 해묵은 갈등의 요소가 내재한 가운데 이주훈 총회장의 ‘리더십 부재’와 박경배 부총회장을 중심으로 한 ‘반총회장그룹’의 형성, 그리고 총회장 ‘탄핵’을 원하는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한 번에 풀기 어려운 꼬인 실타래가 되고 말았다.

지금 총회원들이 제일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상호 갈등이 심하더라도 총회 재판에서 목사를 그렇게 쉽게 ‘제명’, ‘면직’ 처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 교회를 이끌어 가는 목회자들에게 사형선고와 같은 판결을 내리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주훈 총회장을 비롯한 관련 부서에서는 총회 헌법 ‘권징’ 조항에 따라 범죄사실이 명확한 인사들에 대해 치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왜 재판국은 전원 교체가 됐고, 왜 이렇게 강력한 판결이 내려진 것일까?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재판국의 전원 교체가 가능할까? 재판 과정에 대한 의혹은 쉽게 가시질 않고 있다. 사회법 소송까지 이어진 재판 전후 시간들을 한 걸음씩 따라가 보았다.

사건의 발단은 앞서 보도한 대로 박경배 부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총회장에게 임원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집단행동을 한 것에서 시작됐다. 임원회 소집은 총회장의 고유권한이다. 그런데 연서명을 통해 임원회 개최를 요청하면서 “3월 8일에 임원회가 소집되지 않을 경우에는 세계선교회 조직을 신문 지상에 공지할 것을 결의했다”고 통보한 것이다. 사실 이 사건에는 임원들이 전체 연루될 이유가 없었다. 박경배, 김병덕 목사의 주장대로라면 2월 임원회에서 ‘박경배 부총회장, 김병덕 서기, 김종명 사무총장’ 등 3인에게 세계선교회 조직을 ‘전적으로’ 위임했기 때문에 총회장에게 보고 후 3인의 이름으로 신문지상에 공지하면 됐을 일이다. 그런데 3명이 책임을 떠안기에는 부담스러웠을까?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했던 부총회장과 서기는 임원들 전체의 이름으로 서명을 받고 전체가 함께 집단행동을 하도록 유도했다. 총회장이 이 사건을 일종의 ‘쿠테타’로 여길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총회장은 왜 임원을 고발했나?

세계선교회 조직을 단체카톡방에 보고받은 총회장은 3월 25일 본인이 직접 고발장을 작성해 기소위원회에 접수했다. 피고발인은 부총회장 박경배, 서기 김병덕 목사였다. 고발장에 기록된 피고발인 박경배 부총회장의 혐의는 다음과 같다.

‘본 총회규칙 제9조 임원의 임무 2항에 부총회장은 총회장을 보좌하며 총회장이 유고시 그 직무를 대행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회장인 고발인이 수시로 출근하여 총회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회장에게 보고나 의논없이 은밀하게 총회임원들을 소집하여 총회에 역행하는 모의를 주도하였다’

이주훈 총회장은 3월 8일 임원회 소집 요청을 ‘반협박적인 문서’로 받아들였고, 총회장이 소집하지 않은 회의를 3월 8일에 개최했으며, 장원기-유만석 목사는 세계선교위 조직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총회 때 밝혔음에도 두 사람을 내정하여 단톡방에 공유하였는데, 이것을 수락할 경우 작년 총회 결의에 역행하는 것이기에 직권남용 등의 이유로 박경배 부총회장을 고발한다고 하였다.

서기 김병덕 목사에 대해서는 박경배 부총회장과 임원회 소집 등에 대해 공모한 것과 별개로 개인의 사문서를 총회 임원회 공문서처럼 작성하여 임원의 결의나 서명, 총회장 승인 없이 단독으로 정치부, 규칙부, 헌법위에 질의서로 보내 혼란을 초래하고 위계질서를 문란케 했다고 주장했다.

이 고발장에는 단서 조항도 달렸다. 이주훈 총회장은 “만일 조사 후 피고발인들의 혐의가 없고 고발인의 무고 사실이 드러난다면 고발인도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19일 열린 윤리위원회 간담회에서 총회장은 “선교회 조직을 보고받고 임원회를 열 수 없었던 이유는 총회 결의와 다른 조직이 구성됐기 때문이었다”며 “불법적인 조직이 통과되면 그건 내 책임이 된다. 그래서 고발을 했고, 재판에서 패소하면 내가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나도 재판에서 이런 결론이 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물론 여기까지는 총회장의 주장이다.

부총회장, 선교대회를 위해서였다

박경배 부총회장의 입장은 다르다. 위임된 사항을 조직하여 1차적으로 임원회 카톡방에 공지하였던 것은 임원회를 통해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보완할 것은 보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주장이다. 박경배 부총회장이 보내온 문서에 의하면 “임원 카톡방에 올리자 총회장이 이제부터는 임원회도 실행위원회도 안하다고 해서 임원들이 간담회로 모여서 총회장님께 임원회 소집을 요구하였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부총회장은 “임원회 소집을 요구하였던 것은 세계선교사대회가 5월 중에 스코틀랜드에서 있어서 빨리 선교위원회가 조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선교대회 정상적 개최를 위해 시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재판국이 새로 구성된 후에 나온 것이다. 그전까지는 총회장의 고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왜냐하면 기소는 됐지만, 재판국에서 ‘기각’으로 처리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첫 재판국, ‘기각’했나? ‘각하’했나?

총회장은 3월 25일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총회장의 고발에 대해 기소위원회가 재판국에 기소를 요청한 것은 한 달이 지난 4월 23일이다.

기소위는 박경배 부총회장과 김병덕 서기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적용한 헌법은 권징 제3조 1항으로 ‘신앙과 행위가 성경이나 헌법 또는 본 헌법에 의거 제정된 제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판단했고, 총회 규칙 제16조 ‘산하 기관의 설립’ - ‘본회는 본회와 관련한 특수 전도 및 선교업무를 관장하는 기구설립을 허락한다’ 1항 ‘본 회의 허락으로 설립한다’ 등의 위반 사실이 발견된다고 총회장의 고발을 받아들였다.

총회 재판국은 기소 사건에 대한 첫 회의를 지난 4월 29일에 처음 열었다. 여기서부터는 기도회측에서 주장된 내용과 복수의 당시 재판국원의 인터뷰를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했다. 재판국 회의 자료가 치리회인 총회에 보관되어 있지 않았고, 당사자들도 “봉인되어 있어 보여줄 수 없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재판국원은 총 15명이다. 재판국은 재적 3분의 2로 성원이 되고, 그 과반수로 결의할 수 있다(헌법 제4편 권징 제25조 재판국의 성원). 회의는 11명 참석으로 성원됐다. 도중에 재판국원 1명이 회의 석상을 빠져나갔고, 추후에 1명이 참석했다. 이날 재판국은 ‘기각’을 결정했다. 이유는 기소가 성립되려면 고발인이 기탁금을 내야 했는데, 이주훈 총회장은 기탁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당사자 배제의 원칙이 위반됐다고 판단했다. 총회장이 고발자인데 기소위의 기소장을 고발인인 총회장이 결제하는 자체가 공정성을 잃었다고 보았다. 재판이 끝나고 A재판국원은 총회장실로 들어와 “기각됐다”고 회의 결과를 전달했다.

기각 결정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5월 6~8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2019년도 전국노회 임원 워크숍’에 박경배 부총회장과 김병덕 서기 등 임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총회장이 고발한 건은 기각됐으니 더 이상 효력이 없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그런데 ‘기각’ 소문에도 불구하고 최종 판결은 ‘각하’로 내려졌다. 재판국은 5월 14일을 ‘변론 종결일’로 명시하고 ‘위 사건을 각하한다’는 주문을 내렸다.

재판국은 “기소장 서류를 살펴볼 때 기소 조건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서증문서 및 원고의 고소 진술에 따른 피고인의 범죄를 시인하는 내용이 없다”는 것과 “총회 재판국에 이첩된 문서의 발신인과 기소위원회의 기소장의 고소인이 동일인으로, 원고의 명의로 기소를 추인해서 재판국에 서류가 제출되는 등 당사자 배제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절차의 공정성이 부재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마지막으로 “총회헌법 제4편 권징 2장 제10조 3항 ‘고소, 항소, 상고함에는 별도 정하는 바에 따라 기탁금(소송 실비)을 예납케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제6편 시행세칙 제3장 73조는 ‘다음과 같이 해당 기탁금을 해당 치리회에 예납하고 그 영수증 사본을 첨부하여야 한다. 1. 고소(고발):금 일백만원’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위원회의 서류 일체를 검토한 결과 고발시에 위 조항으로 인한 기탁금이 제출되었음을 확인할 수 없음으로 소송의 절차가 하자가 있다”며 각하를 결정했다.

1차 재판에서는 ‘기각’을 최종 재판에서는 ‘각하’를 판결했다. 한 재판에 두 결론이 나온 것이다. B재판국원은 “판결이 내려졌다고 하더라고 판결문이 송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정할 시간이 있다. 최종 판결문이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주장했다.

최종판결은 각하, 법에 없는 결론

C재판국원은 “첫 회의에서 이미 각하를 결정했는데, 헌법에 각하라는 단어가 없어서 각하와 기각 모두 표결에 붙여서 봉합해놓고 적절한 법적 결론을 찾아 판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첫날은 표결만 하고 봉합을 해놓은 것이고 차기 회의에서 결정을 내리기로 한 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C재판국원은 “각하 11명, 기각 11명 찬성으로 두 개의 표결을 해놓았다”고 했다. 이 투표용지도 봉합되어 보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경배 목사의 주장은 조금 다르다. 그가 총회원들에게 배포한 문서에는 “재판국은 기소 후 첫 모임에서 총회장의 고소장의 적법성 여부와 재판국원 E목사의 자격(권징법 21조 6항, 치리회에서 근신이상의 징계를 받은 자는 선임될 수 없다는 규정)문제로 장시간 논의 중 각하와 기각에 대한 판결을 논의, 기각하기로 결정하였다”고 주장한다. 첫 판결은 ‘기각’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그러나 최종 결론은 ‘각하’로 나왔고, 이제 와서 재판국원들은 ‘공소기각’이라고 주장한다.

재판국의 결론은 단순하다. 기탁금을 내지 않았고, 총회장이 고발인이고, 당사자 배제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으니 이 소송 자체가 성립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소의 절차에 하자가 있으므로 ‘공소기각’을 결정하는 게 법리적으로 타당하다. 재판국이 최종 판결로 채택한 ‘각하’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용어다. 교회 재판은 ‘형사소송법’에 준하기 때문에 각하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기소가 불충분했다면 ‘보정명령’을 기소위에 요청하거나, 절차상 하자에 근거한 ‘공소기각’을 내리면 된다. 하지만 재판국은 1차 재판에서 ‘기각’을, 최종 재판에서 ‘각하’를 판결했다. 최종판결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면 법에 없는 판결을 내린 것이고, 1차와 최종이 다른 판결이 났다면 ‘일사부재의 원칙’에 의해서 판결을 바꿀 수 없다는 하자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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