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투쇼처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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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투쇼처럼 글쓰기
  • 차성진 목사
  • 승인 2019.08.0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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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성진 목사의 SNS 세대와 소통하는 글쓰기⑦

저는 라디오 방송 ‘컬투쇼’의 사연 코너를 정말 좋아합니다.

런닝할 때 이어폰으로 종종 이 코너를 듣는데, 달리는 도중 주저 앉아서 한참 웃은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제가 보통 10시 넘어서 런닝을 하니 그 시간 대에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은 꽤나 공포스러웠을 겁니다.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저도 익명으로 사연을 수차례 응모했고, 여태까지 여덟번 정도 뽑히면서 꽤 선물도 쏠쏠하게 챙겼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발견한 것이 독자의 사연이 그대로 방송에 송출되는 것이 아니라, 작가진을 통해 재구성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재구성이 이루어질 때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이 무엇이냐면 “대화체”를 많이 넣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어딜 가냐고 물었더니 어머니가 알 거 없지 않느냐며 톡 쏘아붙이셨습니다.] 라는 류의 사연이 재구성 과정을 거친다면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아, 워딜 가는겨?” 그러자 어머니가 앙칼지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워딜가는지 언제는 신경이나 썼슈?!”] 이런 식이 되는 거죠.

진행자들의 뛰어난 연기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겠습니다만, 위 두 가지 스타일의 글을 비교해 보았을 때 굳이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뒤의 글에서 현장감과 감정이 더 느껴집니다. 이것이 바로 대화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화체로 이루어진 텍스트를 읽게 되면 독자들은 그 목소리가 마치 들리는 듯한 상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목소리’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전달력까지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일반적인 건조체와는 독자의 거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친근한 글을 쓰고 싶을 때, 혹은 글이 너무 지루해진다고 느껴질 때 이런 류의 대화체를 쓰기를 적극 권장합니다. 최대한 실제 소리가 연상되게끔 실제의 말소리를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때문에 의성어, 헛기침 소리, 사투리, 문장 부호로 표현될 수 있는 감정 등을 다양하게 활용한다면 더 좋겠지요. 김유정의 ‘동백꽃’을 한 번쯤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감정의 변화가 설명으로 이루어지기 보단, 등장 인물들의 직접적인 대화로 이루어지니 몰입감도 뛰어나고, 경기 방언이 적극 활용되면서 글에서 소리의 맛도 느껴집니다.

한 가지 더 추천하고 싶은 것은, 누군가의 대화를 직접 인용할 때 뿐만 아니라 지금 읽고 계신 글과 같은 일반 평서문을 쓸 때도 최대한 대화의 느낌을 살려서 쓰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우리 나라 말은 어미에 따라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굉장히 다르지요. 보통 공부를 많이 하신 분들이 글쓰기를 하게 되면 지나치게 학술적이거나 격식에 갇힌 듣한 문체가 나오곤 합니다. 이렇게요.

[만약 필자가 지금과 같이 논문에서나 사용될 법한 문체를 사용한다면, 이것은 독자로 하여금 긴장감과 거리감을 불러일으킬 것이 자명하다]

어떤가요? 그동안의 글보다 훨씬 거리감이 느껴지지요?

그러나 우리의 목적이 글쓰기를 통한 소통이라면, 실제 가상의 상대를 앞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듯한 문체로 글을 쓰시길 아주 추천드립니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타이핑과 동시에 입으로 소리 내서 이 글을 읽고 있습니다. 제 평소 습관인데요, 대화체의 느낌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괜찮다면, 오늘 컬투쇼를 검색해서 한 번 들어보시면 어떨까요?

이전에는 단순히 웃음을 얻는 데서 그쳤다면, 이번에는 그들이 사용하는 대화체에서 느껴지는 친밀감에 집중해서 한 번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날도 더운데 시원하게 웃기만 해도 좋고요.

▲ 차성진 목사 / 임마누엘덕정교회 담임, 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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