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의 영과 육이 건강할 때 건강한 선교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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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의 영과 육이 건강할 때 건강한 선교 가능해”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9.08.06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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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멤버 케어의 현주소 진단

KWMA, 선교공제회 설립으로 복지 정책 확대 기대

은퇴 후와 안식년·선교사 가족에도 관심 기울여야

부와 명예를 꿈꾸며 선교사로 헌신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리라’는 사명 하나 붙들고 십자가의 길을 자처한 이들이 바로 선교사들이다. 때로는 물조차 쉽게 얻기 어려운 가난한 나라나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핍박받는 이슬람국가라 할지라도 선교사들은 땅 끝까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지상명령에 순종해 담대히 나아간다.

그러나 헌신을 각오했다고 해서 선교지의 현실적 어려움이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굳은 맘을 가지고 험지로 나아간 선교사들도 때로는 사소한 문제에 무너지고 힘들어 아파한다. 선교사들의 사역이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단 하루도 지속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지만 ‘은혜’라는 말 하나로 선교사들의 고충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어쩌면 무책임한 일일지 모른다.

예장 고신총회 세계선교회(KPM) 멤버케어원 원장 이정건 선교사는 “선교는 하나님의 일이지만 그 사역을 수행하는 것은 선교사다. 선교사가 영육 간에 건강해야지만 건강한 선교를 할 수 있다”고 선교사 멤버케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해외 파송 선교사 세계 2위의 대업을 자랑해왔던 한국선교계의 선교사 멤버 케어 실태는 어떨까. 선교사들의 현실적 어려움과 필요, 그리고 한국교회의 선교사 멤버 케어 현주소를 짚어봤다.

 

선교공제회, 선교사 복지의 새 장 열릴까

선교사 멤버 케어에서 가장 먼저 논의되는 것은 다름 아닌 선교사 본인, 그 중에서도 선교사들을 위한 복지 정책이다. 그동안의 선교사 복지는 파송단체의 정책에 대부분 의존해왔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조용중 선교사·KWMA)에서 선교사 복지카드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사용 범위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KWMA가 선교사 멤버 케어의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선교공제회 설립을 추진한다는 점은 희소식이다. KWMA는 선교공제회 설립을 위해 예비조사를 마치고 타당성 조사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조사 이후 창립까지는 약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KWMA에서 선교공제회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장영수 선교사는 “약 10년 전 폭발적으로 헌신했던 선교사들이 곧 은퇴연령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선교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사고와 질병을 위한 보험, 노후대책을 위한 보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제회가 선교사들의 많은 고민을 해결하고 젊은 선교사들이 헌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곳, 그것도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은 마음이 무너져 내리기도 쉽다. 선교사들이 지속적으로 복음 전파에 헌신할 수 있기 위해서는 상담과 치유프로그램 역시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디브리핑 프로그램으로 선교사들을 위한 상담을 진행하는 유희주 박사는 “디브리핑 등 상담 프로그램은 선교사들의 영적 안녕감 증진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며 “이를 통해 사역에 지친 선교사들이 중도 탈락하는 것을 예방하고 계속해서 사역을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귀국이 두려운 선교사들

선교사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 보통 선교지에서의 사역만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선교사들이 선교지가 아닌 한국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곤 한다. 특히 선교사로의 삶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의 삶은 많은 선교사들의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한인선교사지원재단(사무총장:김인선)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해외 파송 선교사의 절반 이상(57.2%)이 은퇴 후 노후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준비의 가장 기본이 되는 국민연금조차 가입하지 않은 선교사도 37.5%나 됐다.

주거문제는 훨씬 심각했다. 은퇴 이후 주거 문제를 묻는 질문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고 답한 선교사의 비율이 62.5%에 육박했다. 본인 혹은 가족 명의로 된 집이 있다는 선교사는 33.4%였고 교회나 선교단체가 마련해주는 주거시설이 있다는 응답은 4.1%에 그쳤다.

김인선 사무총장은 “선교사들의 노후 문제를 선교사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선교사, 선교단체, 한국교회가 머리를 맞대 대책을 세우고 우선순위에 따라 실제적 지원을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정건 선교사 역시 “은퇴 선교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은퇴 후 거주할 공간과 매월 일정한 생활비를 공급받는 것”이라며 “KPM에서는 소속 선교사 은퇴 시 위로금을 지급하고 교단에서 나오는 연금을 은퇴 후 일시불이나 매월 단위로 선택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교사들의 은퇴 후 대책에 대한 고민이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온 가족이 선교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선교사들의 경우 안식년이나 선교보고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문제다. 분명 한국은 몸과 마음의 고향이고 목숨 걸고 선교하다 잠시 쉼을 얻기 위해 돌아왔음에도 머물 곳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선교사들에게 숙소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갓 러브하우스의 정진화 대표는 “선교사들이 국내에 올 일은 생각보다 잦은데도 이들을 위한 선교관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선교사들이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편안히 쉼을 얻기 위한 좋은 위치의 선교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외되기 쉬운 선교사 가족

선교사 멤버 케어에 있어 선교사 가족 문제는 자칫 놓치기 쉬운 영역 중 하나다. 그러나 많은 선교사들이 선교지에 함께 하고 있는 가족 문제, 특히 자녀들의 교육과 양육을 놓고 고민한다.

이정건 선교사는 “현지 학교는 열악한 경우가 많고 국제학교나 사립학교를 보내려면 적잖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한국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부모와 떨어져 혼자 지내며 신앙에 빨간불이 켜지기도 한다”면서 “한국에 오는 MK(선교사 자녀)들을 위한 돌봄 가정이나 학비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선교하는 가정의 자녀는 하나님이 책임지신다’는 믿음으로 사역에만 집중하고 자녀를 방치하다시피 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한다. 꼭 이런 사례가 아니더라도 MK들이 대부분 한국보다 열악한 환경인 타문화권에서 자라며 겪는 혼란과 고민은 결코 적지 않다.

KWMA MK영역 코디네이터 장은경 선교사는 “MK들은 성장기의 긴 시간을 타문화권에서 보내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 쉽다. 또 다양한 이유 때문에 MK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MK사역은 이들을 한국인이자 국제인으로,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 성장시키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한국에 있는 선교사 부모들을 위한 케어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녀를 선교사로 보낸 부모들은 자녀를 다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여생을 보낸다. 선교사 이외에 다른 자녀가 없는 경우 돌보는 이들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장은경 선교사는 “선교사를 파송한 단체, 교단 선교부, 혹은 후원교회에서 실행 가능한 사역부터 매뉴얼을 갖춰 선교사 부모를 돌보는 일을 시작했으면 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명절인 설이나 추석에 간단한 선물을 준비하고 방문해 위로하거나 가끔씩 안부전화를 드리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문제 수습보다는 예방이 먼저

한국교회의 선교는 세계 기독교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발자취를 남기며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선교사 멤버 케어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다. 그렇다보니 지금까지의 선교사 멤버 케어는 선교사들의 건강한 사역을 위한 기반을 닦는 작업보다는 문제가 발생한 후 사후처리에 급급했다는 반성도 있다.

이정건 선교사는 “지금까지는 동료 선교사와 갈등, 건강문제, 탈진, 추방위기, 후원교회와의 단절 등 문제가 일어난 후에 수습하는 케어가 80% 정도였다. 앞으로의 멤버케어는 문제를 사전에 막는 예방이 80%, 문제 해결이 20%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은경 선교사 역시 “전문성을 갖춘 선교사 멤버 케어 사역은 선교사의 중도 탈락을 예방하고 계속해서 선교사로 헌신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뿐 아니라 선교 사역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멤버 케어는 위기가 발생한 후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예방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멤버 케어 사역의 중심은 물론 파송기관이 돼야 하지만 교회와 성도들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도 있다. 선교사들이 한국에 왔을 때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는 것부터, 멤버 케어 사역을 위한 재정지원, 한국에 있는 선교사 부모 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선교사들의 사역을 응원할 수 있다. 한국과 멀어져 있는 선교사 가정에게 추천도서와 정기간행물을 보내는 것도 사역에 큰 힘이 된다.

정은경 선교사는 “타문화권과 타종교 환경에서 오직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곳에 있는 선교사들의 긴장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한국교회의 세계선교가 지속적이고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제 멤버 케어 역시 필수적으로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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