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욕망이 그려내는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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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초적 욕망이 그려내는 망상
  • 정석준 목사
  • 승인 2019.08.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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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의 시사영어 - 83

“오늘 수업 없다. 데모하러 큰길로 나간다.” 고교시절 빡빡 깎은 머리를 늘 부끄럽게 생각하던 차에 드디어 주동자가 나섰다. 모두가 나서서 소리를 지르며 요구하면 당장이라도 머리를 기르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몇몇이 흥분하기 시작하자,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교실에 모인 학생들은 복도를 지나 대로변으로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그러나 시골 학생들의 순진한 결의는 곧 나타난 교련교관과 체육선생의 무서운 호통 속에 작심 한나절 만에 조용하게 끝났다. 너무 싱겁게 끝난 처음이자 마지막 데모였다.

개인이나 집단을 부추겨서 특정한 단체가 원하는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하는 행위를 ‘선동(agitation)’이라하며, 또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세론을 조작하여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을 ‘선전(propaganda)’이라고 한다. 선동은 주로 부정적인 정보조작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 벌인 선전을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governments,  companies, religious, organizations and the media can also produce propaganda)

제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독일은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했다. 게다가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대공황의 여파로 거리에 실업자는 넘쳐났다. 곧 암울한 시대에 변화를 가져올 인물로 ‘히틀러’가 등장했고 탁월한 언변과 지성을 가진 조력자가 필요한 때에 발탁된 인물이 ‘괴벨스’이다. 그는 국민들을 나치당에 맹신자로 만들기 위한 계략을 냈다. 경제는 어렵고, 일거리 없는 노동자들의 무기력감과 패배의식의 근원을 유대인에게 전가하므로 독일 국민들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사고 대신 선전선동으로 옭아냈다. 

‘라디오’ 하나로 온 독일 국민을 선동했던 괴벨스의 잔인한 망상이 작금 다양한 대중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욕심의 헛된 꿈을 속내 깊숙이 감춘 사람일수록 자신이 썩 괜찮은 사람이며 새로운 시대를 열수 있다고 열변한다. 정부에서 내세우는 섬뜩한 선전 문구들은 대안이 될 만한 구체적인 명분이 전혀 없다. 이 틈새에 경험으로 예리하게 현실을 분석해 기어이 오늘을 살아내야 할 일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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