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왜 ‘만장일치’에 집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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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왜 ‘만장일치’에 집착하나
  • 한현구 기자
  • 승인 2019.07.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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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또 다시 기대를 저버렸다.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에 관한 재심 선고는 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믿지 않는 사람들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던 판결이었다. 지난 16일 통합 재판국 회의가 열리던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4층에는 교계언론은 물론 지상파와 종편채널 카메라까지 몰려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미 수차례 연기됐던 판결이었기에 애당초 큰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직전 회의에서 “7월에는 꼭 선고를 하겠다”고 약속했던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역시나’였다. 회의가 소집된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장장 10시간을 기다렸건만 돌아온 대답은 또 다시 ‘연기’였다.

이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지난해 통합 103회 총회에서 기존 재판국원들을 모두 교체하면서까지 재심에 손을 들어준 총대들의 뜻을 이어가려면 올해 9월 전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그러자면 남은 기회는 8월 재판국 회의 단 한 번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뤄온 판결을 8월에 극적으로 내리리란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이 솔직한 관측이다.

또 다시 판결이 미뤄진 이유는 뭘까. 통합 재판국은 그 이유를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명목은 좋다만 재판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먼저는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했다는 핑계로 판결을 포기하고 다음 총회로 사안을 넘기려는 꼼수라는 관측이다. 행여나 8월에 만장일치 결론이 나온다고 해도, 표결로 자신의 의사를 소신 있게 밝히지 않고 만장일치의 그늘에 숨어 손가락질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전자든 후자든 통합 재판국은 책임회피와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이제는 정말 선고를 내려야 할 때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의 재판국원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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