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하듯”…WCC 이용하는 교회 분열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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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하듯”…WCC 이용하는 교회 분열 이대로 좋은가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9.07.2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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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부산총회 6년 지났지만, 교회 갈등 소재로 악용돼
예장 백석, “교단 참여는 불가, 개인 참여는 허용” 결의
이단들, 한국교회 분열 미끼로 WCC관련 가짜뉴스 배포

2013년 부산에서 개최됐던 WCC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부산총회가 끝난 지 6년이 지났지만, WCC 문제로 인해 지금까지 혼란을 겪고 있는 교회들이 있어 주의가 요청된다. 특히 WCC 이슈를 악용해 마녀사냥 하듯 상대방의 잘못을 부각시키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현재 WCC에 가입돼 공식 활동하고 있는 한국교회 내 교단은 단 4곳.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 대한성공회만 가입돼 있을 뿐이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공식 회원단체가 아닌 옵저버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교단들은 한국교회 보수교단과도 연합사업을 활발하게 함께하고 있다. 

2013년 당시 WCC 제10차 부산총회는 전 세계 140여개국 345개 교단이 찾는 대규모 국제행사였던 만큼 신학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여러 교단들이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길 응원해 주었다. 우리나라와 한국교회만 가진 기도성령의 신앙전통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로 이해한 측면도 있었다. 

또 WCC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유엔이 파병을 할 수 있도록 성명서를 채택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참여를 머뭇거리는 국가들에게 명분을 제공한 바 있어 부산총회는 평화를 갈망하는 시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의미도 있었다. 

WCC 총회 유치를 위해 힘썼던 당시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는 한국교회 전체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며 한국교회 내 다양한 교단과 단체 인사들을 위촉하고자 했다. 

하지만 WCC 찬반을 두고 오랜 갈등을 겪어야 했던 한국교회 현실에서 신학적 차이가 뚜렷했기 때문에 교단 차원의 동참은 지금뿐 아니라 당시로서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실제 한국준비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동의 없이 위촉된 사례도 있었다. 

부산총회를 앞두고 2011년 9월 개최된 한국준비위원회 제1차 실행위원회 자료를 보면, WCC 총회에 절대적으로 교단 참여가 불가한 예장 합동과 예장 백석, 예장 고신, 예장 대신, 예장 합신 총회장과 총무 등이 실행위원 명단으로 게재됐다. 

예장 백석총회의 경우 2013년 5월 한국준비위원회가 교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백석총회는 2012년 제35회 총회와 제2차 실행위원회에서 “(WCC 부산총회에) 교단 참여는 불가하지만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허락한다”는 결의를 한 바 있다. 

또 같은 해 6월에도 백석총회는 한국준비위원회가 교단 총회장을 상임위원으로 위촉한다는 공문을 보낸 데 대해 위촉해지를 요청하는 문서를 전달했다. WCC 총회를 바로 앞에 둔 10월 15일에는 일간지 광고에 교단 소속 교역자들이 준비위원에 포함된 데 대해 강력 항의하면서 엄중 유감까지 표명했다. 

2013년 당시 백석 총회장에 취임한 장종현 목사는 “총회 결의에 따라 개인적으로 협조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총회차원에서는 참여하지 않는다”며 “WCC 총회가 끝난 후 비판해도 늦지 않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함께 울어주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참된 개혁주의신앙”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장종현 목사는 WCC 총회라는 국제적 행사에 대해서는 응원을 보냈지만, 당시 부산총회 현장에는 개혁주의신학과 다르고 교단적으로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결의가 있었기 때문에 참석하지는 않았다. 

예장 합동 소속의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2013년 부산총회를 앞두고 “한국교회가 세계적인 잔치를 두고 싸우고 있지만 WCC는 한국교회 위상을 높일 호재가 될 수 있다”며 “보수와 진보 간 분열해 서로 공격하고 있는 현실에 보수교단 목회자로서 가슴 아프다”고 전했다. 

비록 소속교단 예장 합동 차원에서 WCC총회 참여는 불가하지만, 한국교계가 또다시 분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는 안타까움에서 전한 소회였다.

소 목사는 “WCC 반대하는 사람들은 설득하려 하지 말고 찬성하는 사람들끼리 개최하면 된다. WCC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중보자요 구원자임을 선언하고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는 신앙고백과 신학선언을 하면 된다”고 언론기고에서 제안했다. 

WCC 10차 총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유튜브 등 인터넷에는 WCC에 대한 가짜뉴스가 떠돌아 다닌다. WCC와 관련된 오랜 논쟁 속에서 여전히 가장 우려되는 것은 교회 분열을 책동하기 위해 이단이 WCC 문제를 이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WCC 관련 콘텐츠 중에는 이단들이 한국교회를 분열시키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도 발견된다.

한 이단 전문가는 “이단들은 한국교회 분열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다. 보수와 진보가 극명하게 갈리는 WCC야말로 이단들에게는 교회를 분열시킬 가장 확실한 소재일 것”이라며 주의를 요청했다. 

실제 2013년 WCC 부산총회 현장에서는 신천지가 WCC 반대집회 현장에 참여해 유인물을 나줘주는 모습이 포착돼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빈대를 잡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성숙한 인식과 행보가 요구되고 있다. 유튜브 가짜뉴스만 믿고 마녀사냥식으로 WCC와 관련된 교단과 교회를 몰아갈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 확인과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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