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권위주의 타파 기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의미와 과제 정하라 기자l승인2019.07.22 11:50:16l수정2019.07.22 23:58l14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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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73.3%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응답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업문화 위해 힘써야

최근 한 은행원이 회사 상사로부터 과로한 업무를 지시받고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자 자살을 선택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의 유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압박에 대한 내용이 담겼으며,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이러한 극단적 사례가 아니더라도 회사 내에서 상사로부터 모욕적인 발언을 듣거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직장 내 퇴사를 결심하는 큰 원인도 일 자체보다는 ‘사람’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실제로 직장생활 중 관계적 문제로 인해 겪는 갈등이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통과돼 눈길을 끈다. 법의 주요 쟁점과 기독 기업의 과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출근하기가 겁나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지난 17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73.3%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해 봤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직장인 10명 중 7명이 괴롭힘을 당해봤다고 답한 것이다. 괴롭힘의 가해자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상급자(임원, 경영진 외)'가 42%, ‘임원-경영진'이 35.6%로 가장 높았다.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에게도 정신적인 고통을 주지만, 원치 않는 퇴사를 일으키거나 업무능력을 저하로 기업의 생산성이 하락을 가져와 기업 측면에서도 막심한 손해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을 위한 마땅한 대책이 없던 상황에서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2019년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직장 내에서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한 괴롭힘을 금지하고 신고자나 피해자를 부당하게 처우할 수 없도록 보호하는 법안이다. 법의 실효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괴롭힘'의 의미에 대한 규정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존중하는 기업문화 정착이라는 선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의미가 큰 것으로 보인다. 법 시행과 관련해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억압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가 심각한 한국사회 분위기 속에 이번 법의 통과는 환영할 일”이라면서 “인권적 측면과 일상의 복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기독경영연구원 원장 박철 교수(고려대)는 “직장 내 과도한 성과주의와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문화가 이번 법 시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법이 안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법 통과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실제로 법이 시행돼 처벌이나 징계를 받는 사례는 많지 않더라도 서로 조심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다. 이전에는 가벼운 농담이나 유머로 여겼던 것도 피해자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통과

이번에 통과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근로기준법 제 6장2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요소로는 다음의 3개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했을 것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행위일 것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이밖에 회식이나 기업행사 현장을 비롯해 사내 메신저와 SNS 등의 온라인상의 공간에서 발생한 일이라도 괴롭힘 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 노동부는 신고가 접수될 경우 당사자 간 구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피해사실 여부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로는 피해 당사자가 사실을 신고할 경우 회사가 피해를 당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했다. 또 명확한 피해사실이 확인됐을 경우 행위자를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하고 신고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또한 상시 10명 이상 사업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따른 예방과 대응방안이 포함된 ‘취업규칙’을 작성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116조에 위반해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발생이 확인된 경우 사업주는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며, 조사기간 동안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에게 해고 등의 불이익을 가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애매한 규정 보완 필요해

법의 시행을 위해 정부는 지방관서별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직장 내 괴롭힘 판단 전문 위원회’를 구성해 업무 처리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위원회를 거쳐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를 입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민간 상담센터와 연계해 2020년까지 전문 상담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상호존중하고 건강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면 노동자 보호 강화뿐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구성원 간 서로 존중하는 직장문화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 시행 자체는 선언적인 의미가 있지만 ‘괴롭힘’의 범위와 피해사실에 대한 판단에는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의 사례로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훈련・승진・보상, 일상적인 대우 등에서 차별 △모두가 꺼리는 힘든 업무를 반복적으로 부여 △근로계약서 등에 없는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음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제공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시킴 등을 제시했다.

물론 ‘정당한 이유가 없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다소 애매한 ‘괴롭힘'이란 의미 자체가 모호할 수 있다. 괴롭힘을 가한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개정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되, 처벌보다는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예방‧조치하는 시스템을 구축토록 하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서 노동존중 문화의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독 경영원리’ 앞세우는 운영 필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기 전에 철저히 예방하는 것이다. 먼저는 사업주 등 최고 경영자가 정책 선언문이나, 윤리강령 선포를 통해 근절 의지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독교 기업과 교회에서도 직업윤리를 강조하고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예방운동을 펼치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천 직장인들도 동료를 대할 때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 박철 교수는 “기독교 기업은 분명한 크리스천 경영원리를 가지고 사업장을 운영해야 한다. 세상 법의 귀속보다 하나님의 법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크리스천 직장인을 위한 조언으로 “법 이전에 ‘대접받고 싶은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6:31)’라는 성경말씀처럼 직장 내 위계질서가 있더라도 예수님의 사랑으로 인격적으로 사람들을 대해야 할 것”이라며 “세상 법의 귀속을 넘어 손해를 볼 정도로 화목을 중시하고 직장 내 약자에게 긍휼을 실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법은 향후 기독교 기업의 예배 참석과 교회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대책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 “미션스쿨에서 예배의 의무 참여가 문제가 되고 있듯 장기적으로는 기독교 기업이 갖는 예배참여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신중한 논의와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회 내 흔히 ‘을’로 일컬어지는 부교역자의 인권 침해문제도 각성해야 할 부분이다. 조 교수는 “기업보다 위계질서가 더욱 심한 곳이 교회”라며 “나중에는 교회 내 부교역자의 처우 개선이 시험적인 문제로 쫒아올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하라 기자  jhara@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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