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유사 크리스텐덤’ 벗고 새 틀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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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유사 크리스텐덤’ 벗고 새 틀에 맞춰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9.07.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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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 장동민 교수 신간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의 한국 기독교’

19세기 말 서구 선교사들에 의해 전파된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유사 ‘크리스텐덤’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통찰력 있게 추적하며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의 바람직한 자세를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백석대학교회(서울) 담임 목사를 역임하고 백석대학교 역사신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장동민 교수가 최근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의 한국 기독교’(새물결플러스)를 펴냈다. 장 교수는 이 책에서 교회의 공공성을 높이고 새로운 교회의 존재 양식을 찾는 작업을 시작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살아온 저자답게 현장과 강단이 괴리되지 않고 무게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장 교수를 만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포스트크리스텐덤이란

먼저 ‘크리스텐덤’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크리스텐덤’은 기독교가 국가나 사회를 지배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장동민 교수는 “크리스텐덤은 ‘기독교 세계’라는 말과 동의어”라고 소개한다. 기독교가 법과 정치, 사회적 이념과 관습 및 문화를 지배하는 사회이자 또한 국가가 기독교의 교리 및 예배와 선교를 지지해주는 것을 말한다.

장 교수는 서구에서 이미 ‘크리스텐덤’이 끝나고 그 이후의 ‘세속화’로 대표되는 ‘포스트크리스텐덤’시대가 왔음을 책을 통해 소개한다.

“서구사회는 500년에 걸쳐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르네상스와 시민혁명, 산업화 등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크리스텐덤이 실효를 잃고 포스트크리스텐덤에 돌입했지요. 미국의 경우 지금도 잔재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1960년대에 와서 크리스텐덤이 해체가 됐습니다.”

한국사회에 존재했던 ‘유사 크리스텐덤’ 역시 막을 내렸다.

“한국은 정교분리가 엄격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기독교인들의 영향력이 전사회적으로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사 크리스텐덤’의 형태입니다. 해방 후부터 70년대 말까지 교회는 반공과 산업화, 친미와 맞물려 사회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입니다. 당시에는 비신자를 비롯해 지성인들마저 기독교에 호의를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80년대부터 기독교가 사회에서 영향력을 잃어버리기 시작합니다.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교회가 민주화운동에 기여할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그때까지 교회 안의 강한 ‘친미 반북’의 경향, 당시 정권과의 밀월관계를 극복하지 못한 탓입니다. 그리고 냉전의 해체와 중국 개방, 양극화, 환경문제로 기존의 생각에 대한 반성이 시작됩니다. 이와 동시에 오랜 시간 교회와 연결되어 있었던 모든 것들이 영향력을 잃고 교회도 덩달아 힘을 잃게 된 겁니다.”
 

교회와 세상 바라보는 틀

한국교회사를 전공한 학자로서 장 교수는 늘 교회의 역사와 현실, 미래에 대해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10년 전 그가 쓴 ‘대화로 풀어보는 한국교회사’라는 책에서 한국교회를 분석하는 틀로 ‘개혁주의’를 내세웠다면 이번엔 서양에서 먼저 시작된 ‘포스트크리스텐덤’을 조명한 것이 차이다. 개혁주의적 입장에서 쓴 2009년 책에서는 ‘기독교세계관 운동의 확산’이라는 결론을 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본질적인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장 교수는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교회가 아직도 ‘크리스텐덤’ 시대를 사는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고 지적한다. 이 틀에 비춰 볼 때 국가와 사회의 관계에서 교회가 아직도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가 가진 크리스텐덤식 교회 시스템과 교인들의 행태, 즉 습속(habit)도 이제는 버려야한다는 게 장 교수의 진단이다. 장 교수는 이 모든 것들의 배후에 있는 신앙고백과 성경해석까지도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 부분은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제 책에서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비평적으로 보고 있거든요. 시대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죠. 우리 시대에 강조할 부분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교회의 형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는 신학과 성경해석까지도 다시 봐야합니다.”

가령 주일성수의 경우 밀라노칙령 이후인 321년에 법제화가 됐는데 여기에는 시대상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당시는 농경사회였다. 서비스산업이 주를 이루는 지금에 와서까지 1700년 전의 주일성수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까 따른다는 것이 장 교수의 주장이다.

“서비스산업 종사자의 3분의 1이 일요일에 일을 하는데 그날 일을 하는 수백만 명 가운데 상당수는 아르바이트생입니다. 한국교회 숫자가 줄어드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수백만 명에게 전도를 못하는 것도 큰 몫을 차지하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주일성수에 대해 성경이 뭐라고 말하는가를 살펴보자는 말입니다.”

 

▲ 최근 신간을 발표한 장동민 교수를 방배동 백석대학교 인근에서 최근 만났다. 장 교수는 책을 통해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한국교회를 향한 애정과 ‘희망’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령의 사역은 여전히 중요하다

장 교수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틀은 크게 네 가지다. 하나는 선교적교회, 둘째는 공동신학, 셋째는 공동체교회, 마지막은 성령의 신학이다. 그는 이 네 가지가 먼저 이 시대를 사는 목회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장동민 교수는 네 번째 ‘성령의 신학’에서 개혁주의생명신학과의 연관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앙고백보다 성령의 사역이 중요하다”며 “책에서도 최후의 희망을 성령에서 찾고 있다. 희망은 제도가 아니라 개인 또는 교회의 영적인 각성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꾸 교회의 하락을 한탄하며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는 것은 크리스텐덤에 대한 향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은 그런 허황된 꿈을 꿔서는 안 된다. 교회가 잃어버린 세상의 존경을 회복하는 길은 성령의 능력과 사랑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를 살아가는 교인들을 향해 “일상 속에서 작은 권력을 가지고 갑질 하지 말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것이 세상으로부터 존경을 회복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며 “예수 믿는다는 것을 드러내면서 뒤통수치는 일을 해선 안 된다.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세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시대의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읽었으면 하지만 특히 중년의 개혁적인 생각을 가진 목회자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꼽았다. 그들은 목회 경험도 있을뿐더러 우리시대 기독교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회의감이 있을 거라는 것. 장 교수는 “이미 교회가 크고 잘 되는 대형교회 혹은 기성세대 목사들은 포스트크리스텐덤에 대해 실감하기 힘들 것”이라며 “교회에 대해 염려하며 개척을 앞둔 이들을 위해 특별히 한 챕터를 할애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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